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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쇄신 부담… 金실장 후임 인선難

화이트보스 2015. 2. 18. 10:38

인적쇄신 부담… 金실장 후임 인선難

  • 이동훈 기자
  • 입력 : 2015.02.18 03:00

    "朴대통령 잘 보필해달라" 金실장, 수석들에게 당부

    김기춘 실장은 17일 단행된 검찰 인사도 일일이 챙겼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후임 실장을 지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실장의 사의 수용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비서실장 교체 없이는 인적 쇄신의 의미가 없다'는 여론의 압박이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실장은 그동안 '현 정부 불통(不通)의 진원지'라는 비판을 재임 기간 내내 받아왔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거듭된 인사 실패, 그리고 '정윤회 문건' 파동을 제대로 예방하지 못한 책임 등이 고스란히 김 실장에게 떨어졌다.

    
	김기춘(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동필(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종범(오른쪽) 청와대 경제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김기춘(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동필(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종범(오른쪽) 청와대 경제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실장이 박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며 정권 안착에 큰 기여를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76세의 고령임에도 현안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빠르고 의사 결정이 신속·정확하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 당·정·청(黨政靑)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김 실장에 대해 누구보다 두터운 신뢰를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에 대해 "정말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며 "가정에서도 참 어려운 일이 있지만 자리에 연연할 이유도 없이 옆에서 도와주셨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 김 실장은 '왕실장' '기춘대원군'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국정 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아 왔다.

    김 실장은 이날 박 대통령의 사의 수용 발표 전에 이뤄진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 수석들과 사실상 작별 인사를 나눴다. 김 실장은 그 자리서 "오늘 내가 인사를 많이 하게 되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 실장은 이날 수석비서관들과 고별 만찬도 가졌다고 한다. 김 실장은 수석비서관들에게 "박 대통령을 잘 보필해달라. 열심히 일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실장은 검사 시절인 1974년 육영수 여사를 시해한 문세광을 조사하면서 소설 '자칼의 날'을 거론해 하루 만에 자백을 받은 비화 등을 소개했다고 한다.

    김 실장 교체는 확정됐지만 후임 인사는 정해지지 않았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비서실장 인선이 말 그대로 인선난(難)인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숙고 모드에 들어간 이유는 인적 쇄신 부담감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완구 총리 카드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비서실장 인선에 대한 부담감은 배가된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