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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금리·低환율·低세입의 우울한 행진

화이트보스 2015. 2. 18. 10:50

高금리·低환율·低세입의 우울한 행진

  •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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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2.18 03:00

    成長 없이 증세도 복지도 없고 금리 안 내리면 환율 切下 없어
    경제정책은 타이밍 관건이고 통화 전쟁, 제로 금리 추세인데
    감세정책은 왜 중도 철회했고 금리 인하는 왜 망설이고 있나

    정부가 지난해 11조원에 달하는 세입 결손이 있었다고 발표한 다음 날 스웨덴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춘 것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 장관
    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러 선진국이 제로 금리도 모자라 마이너스 금리로 가는 이유는 단 하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세계가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우리는 나 홀로 고금리·저환율로 가는 중이다. 지난해 대규모 세입 결손이 난 것은 경기 침체로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지경인데 우리만 높은 금리를 유지해도 될까?

    덴마크와 스위스에 이어 -0.1% 금리를 발표한 스웨덴 중앙은행의 잉그웨스 총재는 "(현재 상황은) 대양에서 작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일본·EU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에다 대규모로 돈을 푸는 통화 전쟁을 벌이고 있어 소규모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말이다.

    -0.1% 금리는 스웨덴 은행의 대출뿐 아니라 볼보자동차와 이케아가구의 수출에 그만큼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뜻이다. 최근 중국까지 지급준비율을 내리면서 통화 전쟁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또다시 저금리·고환율로 경쟁력을 높여 주변국보다 앞서려는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beggar-my-neighbor)'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2012년 이후 미국·일본·EU의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로 10조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풀 때 우리 한국은행은 금리를 최고 3.25%까지 올렸고 아직도 2%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통화가 평균적으로 달러 대비 20% 절하(환율 상승)될 때 우리 원화의 환율은 달러당 1100원이 무너지고 6%나 절상(환율 하락)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 이하인 3%대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더해 항상 예산을 초과하던 세입도 2012년 2조8000억원 세입 부족이 일어나기 시작해 2013년 8조5000억원, 지난해에는 10조9000억원의 대규모 세입 결함이 생겼다. 이쯤에서 금리와 환율, 세입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금리는 원화의 값이라는 측면에서 환율과 상관관계가 크고, 환율은 경상수지뿐만 아니라(최근에는 줄어들었지만) 경제성장률과 상관관계가 크다는 것을 과거의 통계는 보여준다. 특히 최근 기업의 금융 비용 부담률이 1.5% 전후로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금리는 투자와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보다 환율을 통해 수출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하게 됐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세 수입은 과세표준(주로 소득과 소비)에 세율을 곱한 값이다. 과거 최고 70% 소득세율과 34% 법인세율이 35%와 22%로 내려갈 때 세입(GDP 대비 세입 비중)은 거꾸로 늘어났었다. 조세 수입은 세율보다 과세표준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관관계는 선진국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세표준의 핵심이 되는 소득과 소비의 증가는 경제성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재정 정책, 높은 금리, 낮은 환율은 필연적으로 투자와 수출을 둔화시킨다. 그리고 투자와 수출의 둔화는 저성장을 유발하고, 저성장은 저세입을 낳는다.

    환율 효과만 대략적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상품수지 흑자 928억달러와 소비재 수입 663억달러를 기준으로, 작년 환율이 다른 신흥국 추세대로 10% 상승했다고 전제하고 과세 시기 차이 등을 무시할 경우 법인세 2조원 전후, 수입분 부가가치세 7000억원 전후의 추가 세입이 가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환율 상승에 따른 투자와 수출 확대 효과까지 감안하면 11조원에 달할 정도로 큰 세입 결함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복지와 증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은행은 가계 부채와 해외 자본 유출을 우려해 금리 인하를 망설이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장 없이 증세도 복지도 없고, 금리 인하 없이는 환율 절하도 없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변수를 한 번 놓치면 수습이 어려워지고 한 번 들어선 악순환의 고리를 깨는 데는 더 많은 대가가 필요하다. 과거 통계는 달러에 대한 엔화와의 상대 환율이 10대1의 한계를 넘으면 우리의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말해 준다. 세율 인하와 경기 회복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미국 하버드대학의 맨큐 교수는 "감세가 경기 회복에 최선의 수단"이라고 했다. 차라리 2008년의 감세 정책을 중간에 철회하지 않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썼더라면 경제가 더 성장하고 세입 결함도 적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금리 인하와 환율 절하로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만 나 홀로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한국은행, 세율 인상에만 매달리는 정치권의 증세 논쟁은 저성장에 빠진 우리 경제의 미래를 더 암울하게 한다. 고금리, 저환율, 저세입의 우울한 행진이 언제나 멈추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