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25 03:00
취임 2년 지난 대통령에게 소통·人事 비판 무성
리더십마다 장단점 있지만 지금은 장점을 더 봐줄 때
올해가 일할 골든타임인데 벌써 2개월 그대로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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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중 정치부장
하지만 이제 임기 2년을 채운 대통령이 이렇게 여론의 뭇매를 맞아서야 앞으로 3년간 나라가 어떻게 될지도 걱정스럽다. 엊그제 만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 임기 초엔 친이(親李)들 사이에서 '좀 고생해봐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요즘엔 우려를 많이 한다"고 했다. 누구 못지않게 인생의 쓴맛을 본 박 대통령은 곤경이 닥쳐도 동정은 마다할 사람이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을 것이다.
각 언론의 박 대통령 취임 2주년 평가에서 제일 박한 평가를 받은 게 '소통'이다. 그의 대선 참모 10명 중 7명이 '소통 강화'를 주문했을 정도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내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일할 때 하루에 48번 대통령과 통화한 적도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 특유의 소통 방식을 이해해달라는 항변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대개 관저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원들이나 외부 인사들도 자주 불렀고, 폭탄주(소주+맥주)를 돌린 적도 있다"고 했다. 다만 비공개에 부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회의 때마다 대통령이 지시를 늘어놓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모두(冒頭) 발언이 끝나면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인다는 게 정부 인사들의 얘기다.
박 대통령도 인사(人事) 문제만큼은 할 말이 별로 없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다"고 한 적이 있지만 '내 편'이 아닌 사람을 발탁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은 아킬레스건(腱)이다. 다만 청와대 실무자 얘기를 들어보면 검증에 걸리거나 망신주기식 청문회 때문에 공직을 고사(固辭)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한다. 지금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人選)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도 국민의 기대 수준은 높은데 간곡히 요청해도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대통령의 가시적인 치적(治績)은 별로 없다. 하지만 청와대 사람들은 "대통령이 자나깨나 나라를 걱정하고 쉴 틈 없이 일하는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라고 한숨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체감 경기가 안 좋긴 하지만 작년과 재작년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렸고, 작년엔 사상 최대의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박수받기 어려운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의 체질을 바꿔놓지 않으면 '30년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끝났는데도 국정 비선과 핵심 비서관 3인방에 대해 사람들은 여전히 수군댄다. 그러나 현재까지 박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동생에게 사람이 꼬일까 봐 청와대에 한 번도 들이지 않은 박 대통령이 야멸차게까지 느껴진다. 여권 관계자는 "역대 정권은 모두 이맘때쯤 정권 비리로 휘청거렸다"면서 "이 정권은 비리가 없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빠진 것도 드문 현상"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지난달 12일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에 대해 "솔직히 삑사리(큐대로 당구공을 잘못 맞힌 경우)를 내지 않았느냐"고 했다. 회견 후 오히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으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때부터 대통령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권과의 소통에 대해 "여야 지도자들과 더 자주 만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3인방 중 한 명은 자리를 바꾸고 한 명은 인사 업무에서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집권 초반과 달리 내각에 비서형보다 실무형을 들여 권력분산을 하려는 조짐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기가 떨어진 자신의 모습을 오히려 유머로 풀어내 국민의 웃음을 자아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솔직하되 무뚝뚝한 파이터형이다. 모든 리더십엔 장단점이 있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야속하더라도 장점을 더 봐줄 때가 아닐까. 박 대통령의 도움으로 당선된 여당 의원들이 이제 와서 대통령의 인기 추락이 자신들에게 부담된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들으면 왠지 씁쓸해진다. 올해가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데 벌써 2개월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