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03 07:00
운전자는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개인택시 면허를 산다. 수도권 개인택시의 권리금은 적게는 6600만원 많게는 1억원을 웃돈다. 이와 달리 우버 운전자는 택시 사업자 면허 없이 영업할 수 있다. 우버가 양성화하면 운전자가 권리금까지 주고 개인택시 면허를 살 이유가 없어진다.
이 탓에 개인택시 사업자들은 우버 확산으로 권리금이 폭락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권리금은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다. 사적(私的) 거래에서 발생하므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우버 보급을 막는 것 외에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택시 권리금, 수도권만 6조원
서울·인천과 경기도 26개 시에 등록된 개인택시의 권리금은 총 6조원에 달한다. 조선비즈는 2일 수도권 개인택시 권리금 현황을 전수 조사한 뒤 각 지자체가 발급한 면허 개수에 대당 권리금 시세를 곱하는 방식으로 개인택시 권리금 총액을 산출했다. 여객운수사업법상 2009년 11월 이후 발급된 개인택시 면허는 거래할 수 없으므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자체별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각 지역 개인택시 사업자 조합에게 물었다.
- ▲ 수도권 주요 도시 개인택시 권리금 현황. 운행 대수가 가장 많은 서울의 개인택시 권리금 규모는 3조원을 넘는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총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안석현 기자, 그래픽=박종규
서울시내 개인택시 권리금 총합은 3조2586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면허 4만9373개(1월말 기준) 발급했다. 대당 권리금은 6500만~6600만원(이하 2014년 5월 기준) 선이다.
인천시는 개인택시 면허 8854개를 발급했다. 발급 면허 수가 서울시 다음으로 많았다. 대당 권리금이 6200만원 안팎이므로 인천시 개인택시 권리금 총합은 5489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인천 뒤를 이어 수원(2812억원)·안산(2359억원)·성남(2166억원) 순으로 권리금 총액이 많았다.
전국에서 개인택시 권리금이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곳은 경기도 포천이다. 대당 권리금이 1억5000만원가량이다. 포천시가 개인택시 면허를 233개밖에 발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천시 권리금 총액은 349억원으로 집계됐다.
◆ 상가 권리금처럼 법적 보호 어려워
우버는 사업 특성상 택시 산업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우버택시는 권리금과 상관없이 개인택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는 모바일 차량 예약 방식으로 영업한다. 운전자는 우버의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을 깔고 1시간 교육만 받으면 자기 차량을 몰면서 개인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다.
- ▲ 서울시는 우버 영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파라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대로변에 우버 영업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석현 기자
이 탓에 우버가 양성화하면 개인택시 권리금 시장은 붕괴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리금 주고 개인택시 면허를 살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권리금은 상가 권리금처럼 법으로 보호 받기 힘들다. 사업자끼리 주고받다 보니 권리금 시세가 한꺼번에 크게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
공성국 서울시 택시면허팀장은 “우버가 택시 시장을 잠식하면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면허 권리금 매매는 사인(私人) 간 거래이므로 시는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버가 첫 도입된 미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펜실바니아 주 필라델피아 시내 택시 업체 45개사는 지난해 12월 우버테크놀로지와 창업자 칼라닉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택시 업체 대표들은 우버의 차량공유서비스는 불공정 영업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 삼은 것은 면허의 가치, 즉 권리금이다. 택시 회사 관계자는 “우버가 면허 없이 영업하면서 면허의 가치가 8억8000만달러(약 9723억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국내 개인택시 사업자는 택시 업체와 비교해 영세하다. 경기도 부천 개인택시 운전자 주상영(가명)씨는 “지난해 융자까지 받아 7400만원을 주고 개인택시 면허를 샀다”며 “택시 권리금은 사실상 유일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 ▲ 우버 반대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영국 런던의 택시업계 우버 반대 시위 현장 모습.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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