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수사] "잃어버린 5년"…정준양 회장 재임기에 무슨 일이?

입력 : 2015.03.17 11:54 | 수정 : 2015.03.17 15:26
하지만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은 뒷걸음질 쳤다. 정 전 회장 취임 첫해 10%대를 유지했던 영업이익율은 5% 아래로 떨어졌다.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40% 미만에서 90% 턱밑까지 치솟았다.
정 전 회장 재임기간 동안 늘어난 차입금만 10조원에 이른다. 재무구조 악화는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포스코 내부에서 정준양 전 회장 재임기간인 2009년~2013년을 ‘잃어버린 5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같은 포스코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악화는 정 전 회장의 ‘묻지마’식 M&A(인수합병)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08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철강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 전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목적으로 다양한 M&A를 성사시켰다.
2009년 스테인리스 업체인 대한ST 인수가 신호탄이었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널(047050) (27,000원▲ 0 0.00%), 성진지오텍, 포스코엘이디, 부산이앤이, 순천 에코트랜스, 포스코이에스엠 등 수많은 기업들이 포스코 우산 아래 모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보다 비싸게 인수한 기업이 다수라는 점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인수한 기업들이 손실을 내다보니 그룹 전체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됐다.
포스코 내부에서 조차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춘 게 아니라 밑 빠진 독을 비싸게 사는 바람에 곳간이 비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인수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해양플랜트 업체인 성진지오텍 지분 40%를 1593억원에 사들였다. 주당 1만2900원이었던 인수가격은 당시 주가(9030원)보다 40%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성진지오텍은 2008년과 2009년 순손실액이 각각 1910억원, 64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1600%에 이르렀다.
성진지오텍 인수 후 포스코는 부실 정리를 위해 5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결국 2013년 포스코플렌텍과 합병해 성진지오텍의 부실을 털었다.
이로 인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는 포스코건설과 함께 포스코플랜텍에 2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포스코플랜텍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직원 3분의 1 감원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 M&A 역사상 최대 투자였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도 기업가치보다 비싸게 산 사례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0.3%를 3조372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외 네트워크와 자원개발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인수 5년이 지난 현재 평가는 싸늘하다.
포스코P&S 등 기존 판매법인과 사업이 중복되고, 무역 금융 의존도가 높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사업 특성으로 포스코 부채비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런 이유로 권오준 회장 체제로 바뀐 뒤 내부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정준양 회장 재임기 이뤄진 해외투자도 포스코 경영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포스코는 3조원을 들여 인도네시아 크라타카우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했고, 6200억원을 들여 태국 철강업체 타이녹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들 해외법인은 아직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동남아 지역 경기 침체 때문이다. 특히 타이녹스는 2011년 105억원, 2012년 55억원, 2013년 102억원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으나 순이익은 38억원에 불과했다.
정 전 회장이 물러난 2013년 7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현금성 자산(현금 및 금융상품)은 지난해 5조2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그룹 전체 차입금은 26조2000억원에서 27조42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 전 회장이 떠났지만, 포스코는 아직 정준양 재임 5년간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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