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의 현지 유전 지분 3% 매입 계약 체결 건을 두고 서로 자사의 성과라고 주장하면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올 초에 부득이하게 입찰에서 빠지게 됐지만 2011년부터 자사가 지분 확보 사업을 주도했고 GS에너지는 역할이 미비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GS에너지는 석유공사가 올 초에 입찰에서 빠졌기 때문에 공동 주체가 아닌 GS에너지 단독 계약이고 한국컨소시엄(석유공사+GS에너지)은 계약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8억 배럴, 유전 개발 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
석유공사와 GS에너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각각 UAE 아부다비육상석유운영회사(ADCO)의 생산유전 조광권 지분 3%를 취득하고 해당 지분에 대한 권리를 40년간 보장받게 됐다고 밝혔다.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는 UAE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하루 약 160만배럴을 생산 중인 초대형 유전이다. 채굴가능 매장량(가채매장량)은 271억 배럴로 전 세계에서 5위권에 해당한다.
하루 생산량 160만 배럴의 3%에 해당하는 약 5만 배럴을 40년간 보장받으면 총 8억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확보하게 된다. 우리나라 유전개발 사업 역사상 단일사업 기준 최대 규모의 해외자원개발 성과다.
1930년대 이래 ADNOC이 지분의 60%를, 엑손모빌·토탈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사들이 나머지 지분 40%를 가지고 공동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석유 메이저들의 조광권 계약이 만료되면서 아부다비 정부가 새로 사업자 선정에 들어가면서 한국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석유공사 "GS에너지 역할 없다" vs 업계 "계약 주체 변경은 과도해"
이번 계약을 두고 양사가 신경전을 벌인 것은 양사의 보도자료가 내용은 동일했지만 계약 체결 주체는 달랐기 때문이다.
GS에너지는 GS에너지가 계약주체였고 석유공사는 석유공사와 GS에너지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계약 주체였다.
석유공사로서는 자원외교 실패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태라 '해외 자원개발 성공 사례' 하나가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또 계약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석유공사의 성과를 좀 더 강조하고 싶었던 점도 한몫했다.
반면 GS에너지 입장에서도 7432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금을 전액 투자하고 모든 리스크를 떠 앉은 상황이라 석유공사의 대응이 아쉬웠다. 석유공사가 갑의 위치에서 성과 가로채기를 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올해 초 석유공사는 해외 자원개발 관련 비리로 연일 비난을 받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궁지에 몰리면서 입찰에 빠지게 됐다.
특히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투자 금액 6억7000만 달러(약 7367억원)를 지불해야한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자원 외교 실패 논란으로 부채 비율 감축의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이정도 규모의 현금을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금융권의 대출로 마련하기는 불가능했다.
결국 입찰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회사에 지분을 넘겨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한국이 아예 포기하기보다는 GS에너지가 입찰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결국 GS에너지의 단독 계약이 됐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UAE 왕세자와 친분이 없었다면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계약이었다"면서 "입찰 초청을 11개 회사를 대상으로 했는데 다들 세계적인 메이저 회사였고, 우리나라 기업은 자격이 부족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 회담 덕분에 초청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DNOC이 기술력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기술 제안서도 석유공사가 만들었고, 석유공사를 직접 시찰하면서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에 최종 계약을 맺게 된 것"이라면서 "그동안 GS에너지가 한 역할은 거의 없었고 컨소시엄에 이름만 올렸다가 운 좋게 계약을 맺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석유공사의 상황도 이해가 가지만 민간기업이 상당한 투자 부담을 안고 단행한 사업을 자기들 성과로 돌리는 것은 지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업체들에게는 석유공사가 절대 갑이기 때문에 석유공사에게 항의도 못하고 답답할 것"이라면서 "민간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성과의 주체를 바꿔버리는 것은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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