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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공무원이 만든 공무원연금案 거부해야

화이트보스 2015. 5. 18. 11:02

박 대통령은 공무원이 만든 공무원연금案 거부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5-05-18 00:00:00 수정 2015-05-18 00:00:00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15일 심야에 비공개로 고위 당정청 회동을 갖고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회동을 군사작전처럼 한 것도 어이없지만 국민의 개혁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공무원연금 합의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국회의 공무원연금 합의안이 비판을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면서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을 개혁의 주체로 포함시킨 것부터 잘못이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스스로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다가 시한 종료 하루 전에 실무기구라는 것을 구성해 합의안 도출을 떠넘겼다. 실무기구 위원 9명 가운데 민간인 교수 2명을 빼고 7명이 공무원 단체 대표이거나 임명직 공무원이다. 민간인 교수 역시 공무원연금과 비슷한 성격의 사학연금의 수혜자가 될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만든 방안이 그대로 여야 합의안이 됐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공무원연금 합의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고집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설혹 가능하다고 해도 새정치연합과 공무원 노조의 노림수에 놀아난 꼴이 된다. 이들은 ‘최소한의 개혁’이라는 자신들의 목표를 지킬 수 있게 된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을 때 통과시켰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의 협조 없이는 국회에서 입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 것이 바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다. 선진화법으로 인해 공무원연금을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는 원죄(原罪)는 현 정부와 여당에 있다. 그렇다고 국가 장래에 닥칠 재정 파탄을 뻔히 알면서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정부 여당은 이달을 넘기면 여야가 앞으로 수년간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협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맹탕 개정안’이라도 통과시키는 게 예산을 조금이나마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현 공무원연금 합의안은 사실상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만들어졌다.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6년 후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안을 놓고서는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부끄럽다. 연금 개혁은 최소한 2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려면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