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27 03:23
대한노인회가 현행 65세로 돼 있는 노인(老人) 연령 기준을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리는 문제를 공론화(公論化)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4년마다 1세씩 20년에 걸쳐 또는 2년에 1세씩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70세로 조정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게 되면 65~69세 연령대(2014년 202만명)는 매달 10만~20만원씩 받는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고 장기요양보험, 지하철·전철 무료 승차, 고궁·박물관 무료 또는 할인 혜택에서 제외되게 된다.
과거엔 60세 환갑이면 노인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70세가 돼도 노인으로 분류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노인층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는 대답이 1994년엔 30%였지만 2014년엔 78%를 넘었다. 현재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가 640만명이지만 2040년이면 1600만명을 넘게 된다. 복지 의존 인구가 이렇게 늘어나면 국가 재정(財政)이 견뎌낼 수가 없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고령층도 일단 노인으로 분류되면 스스로가 위축돼 생산적 기여를 하기 어렵게 된다.
노인 기준 연령에 대해선 2013년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65세에서 70~75세로 올려야 한다는 것을 중장기 정책 과제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65~69세 연령층이 받아온 공적 부조(扶助)를 삭감하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정부도, 정치권도 공개적 논의 대상으로 삼지 못했다. 그랬던 것을 대한노인회에서 복지 재정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나라 걱정에서 먼저 말을 꺼내준 것이다.
그러나 노인 기준 연령 상향 조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10년 10월 사르코지 정부가 은퇴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65세에서 67세로 올리려 했을 때 프랑스 전역에서 200만명이 들고일어나 한 달 넘게 시위를 벌였다.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기존 고령층보다는 고령층 진입을 앞둔 700만명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등의 큰 양보가 필요한 사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지지부진한 것에서 보듯 수백만명의 이해가 걸린 노인 기준 연령 조정도 순조로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린다면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해도 '은퇴는 했으되 노후 복지는 못 받는'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OECD 1위라는 노인 빈곤(貧困) 문제가 더 악화될 소지가 있다. 60대 연령층이 그 10년 동안 생산적 활동에 종사해 사회에 기여하면서 이모작(二毛作) 인생을 꾸려갈 수 있도록 분위기와 제도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는 문제는 국가 재정의 건전화 관점에서만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적 파장, 사회적 수용 능력, '활동적 노후'를 바라는 중·장년층의 욕구 등에 대한 깊은 숙고(熟考)를 거쳐 생산적 논의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