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참골단은 골육상쟁의 전주곡일까, [1]
문재인의 책임회피를 위한 버티기 작전은 현재까지는 일단 상당히 성공한 듯 보인다. 골육상쟁 중이던 봉숭아 학당이 김상곤이라는 좌파 교육감 출신 한사람을 불러온 이후부터 봉숭아 서당으로 변한 것을 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 김상곤 등장이후 새민련 분란의 당사자들이 쉬운 우리말을 놔두고 엄청나게 어려운 사자성어를 동원한다고 땀이 뻘뻘 흘리는 모습이 눈앞에 아련 거린다. 문재인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김상곤을 불러온데 이어 이번에는 일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가 사용했다는 다소 생소한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을 끄집어냈다.
그것도 자신이 처음 사용한 말이 아니다. ‘육참골단’ 이라는 용어도 5.18을 전후하여 좌파교수인 조국이 문재인이 참고하라면서 먼저 사용한 말이었다. 문재인은 누군가가 지침을 주지 않으면 본인 능력으로는 사자성어조차도 발굴해 내지 못하는 앵무새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지난 11일에는 친노계 노영민 의원이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과 당원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이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며 주승용 최고의 사퇴를 빗대어 자해행위라고 비판하자 곧 이어 문재인도 노영민과 똑같은 말을 사용한 그 당시에도 그랬고, 막말파문으로 인해 정청래가 당의 윤리심판단에 회부하자 그때는 사리에 맞지도 않게 엉뚱하게도 ‘읍참마속’에 비유함으로써 뭇사람들로 하여금 조롱거리가 된 적도 있었으니 이런 의구심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나 싶을 정도다.
문재인으로부터 ‘육참골단’이라는 용어가 나오자 인터넷에서는 육군참모백골단이 아니냐는 비웃는 소리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이 말에 담긴 의미는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꺾어 버린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말의 깊은 의미는 실로 무시무시하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살을 베어내고 난 후, 일정한 시간이 흐르다 보면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 자신의 생명에는 별 다른 영향이 없지만 뼈가 끊어진 상대는 그야말로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어쩌면 별로 영양가가 없는 486 친노 몇 명을 쳐내는 것을 살을 베어내는 것으로 가름하고 그 대신 자신에게 책임을 추궁한 비노 다수의 뼈를 끊어버리겠다는 정치적인 속셈을 ‘육참골단’이라는 사자성어로 포장한 것은 아닌지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조국의 트위터에 그 단서가 나오기 때문이다. 문재인으로부터 육참골단이라는 말이 나오자 조국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신의 트위터에다 “새정치연합이 육참골단 제안에 공감한 것 감사드린다. ‘이대도강(李代桃僵)’도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대도강’은 ‘복숭아 나무를 대신해 넘어진다’라는 뜻으로써 작은 손해를 감수해야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발언에 조국이 이렇게 화답했던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우산지목’(牛山之木) 이란 사자성어를 동원하여 어느 계파를 겨냥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당내 계파정치의 폐해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상곤은 문재인에게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함께해 달라”고 주문했고 문재인 역시 28일 “지도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뒷받침해서 이번에야말로 시늉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백의종군’과 ‘백의종군하는 심정’과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백의종군’이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채로 순수하게 종군하는 것을 말하지만 “백의종군하는 심정”은 기득권은 하나도 버리지 않은 채, 지위와 권한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종군하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으므로 책임도 못 지겠다, 사퇴도 못하겠다는 문재인의 처신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새민련의 내홍은 어쩌면 지금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상곤을 일러 일부에서는 강경한 진보학자라고 하지만 오히려 강경좌파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시각이다. 따라서 김상곤의 이념은 친노 강경파들이 평소에 보여준 이념과 가깝다는 점에서 김상곤의 향후 행간을 눈여겨 볼 필요도 다분하다. 김상곤의 역할이 새민련의 좌표를 더욱더 좌클릭하기 위해 비노를 쳐내는 치도곤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중도외연을 넓히기 위해 강경 친노를 쳐내는 작두로 작용하게 될지는 두고 보면 알 게 될 것이다. 어쩌면 세 사람이 삼위일체가 되어 움직일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가 없다.
이처럼 문재인이 ‘육참골단’을 꺼내고, 조국이 ‘이대도강’으로 화답하며, 김상곤이 ‘우산지목’을 거론하는 것을 보면 이들 사이에는 무엇인가 고도로 계획된 책략이 있어 착착 맞아 들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에서 머지않아 건곤일척의 골육상쟁이 일어나 새민련이 둘로 쪼개지는 계기기 될지도 모른다. 비노계가 정신을 바짝 차릴 순간이 점점더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육참골단에 스며있는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경제,사회문화 > 정치, 외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남인들이 보는 ‘호남 신당론’ (0) | 2015.06.10 |
---|---|
노무현의 좌절 (0) | 2015.06.09 |
조선은 왜 망했나 (Ⅰ) (0) | 2015.05.27 |
김무성, 봉변 당할수록 지지율 상승?…진보 쪽서도 "비단 길 깔아줬다" (0) | 2015.05.25 |
고종석 "노건호,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자신의 책임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0) | 201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