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받고 있는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 상점가를 찾았다. 상가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평소보다 80∼90% 감소했고, 내국인 고객도 20∼30% 줄었다고 한다. 20여 곳의 상점을 둘러본 박 대통령은 밀리오레 1층 여성 옷가게에서 상점 주인과 즉석문답을 나눴다.
▶박 대통령=“어려움이 많으시죠. 여기가 관광객 필수 코스로 인기가 상당히 많았다고 하는데 안타깝네요.”
▶옷가게 주인=“사람 이 아예 안 나와요.”
▶박 대통령=“심리적으로 위축돼 그런 건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많이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가게에서 “집에서 편하게 입겠다”며 흰색과 검은색으로 된 원피스(5만원)를 구입했다. 다른 옷가게에선 청색 물방울무늬 원피스(5만원)를, 액세서리 매장에선 머리끈(2개)·머리핀(1개)을 샀다. 네잎클로버 브로치는 선물을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시장을 다니며 “민관이 총력 대응하고 있고 병원 격리도 잘되고 있어 곧 종식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상가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에겐 “메르스 대응을 철저히 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오셔도 되거든요. 중국에 가시거든 안심하고 와도 된다고 말해 주세요”라고도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10만8000여 명에 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현장을 직접 찾아 쇼핑을 한 것은 우리나라 쇼핑과 관광의 안전함을 부각시켜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 밀리오레 방문에 앞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선별진료소와 격리병동을 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했다. 선별진료소는 메르스 의심증상자가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진료받는 공간이다. 서울대병원엔 확진환자 6명 가운데 한 명이 완치돼 퇴원하고 5명이 치료 중이다.
박 대통령은 격리병동에서 “환자에게는 의료진이야말로 희망이 아니겠느냐”며 “ 마지막까지 힘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방호복을 입고 근무 중이던 간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두 헌신을 해 주시니까 완쾌돼 퇴원하는 분들도 자꾸 늘어나고 해서 이것이 바로 이 병을 이겨 낼 수 있다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한다. 국민께서도 너무 위축되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활동도 하시고, 병원에 오시는 것도 걱정 안 하시도록 많이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병동 벽에 걸린 ‘살려야 한다’고 쓰인 문구를 보고선 “어떤 구호보다 마음에서 절실하게 우러나오는 구호”라고도 했다.
◆인천국제공항 간 최경환=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단 한 명의 메르스 감염자도 국경을 넘는 일이 없도록 하자”며 “국민도 메르스가 의심될 경우 스스로 출국을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신용호·장세정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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