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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발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성리학 대가이자 풍수에 능했던 정자(程子·1033~1107)는 "땅이 좋으면 조상의 신령이 편안하여 그 자손이 번창하는

화이트보스 2015. 6. 15. 16:15
명당발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성리학 대가이자 풍수에 능했던 정자(程子·1033~1107)는 "땅이 좋으면 조상의 신령이 편안하여 그 자손이 번창하는데 마치 나무 뿌리를 잘 북돋워주면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葬說)라고 설명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오랜 세월에 걸쳐 잘 가꾸어야 거목이 되는 과정과 같다. 좋은 터를 잡기 위하여 적선과 정성을 몇 대에 걸쳐서 쏟았다는 이야기를 명문가들은 하나쯤 가지고 있다.

고창에는 평해(平海) 황씨가 대대로 명문을 이루며 살았다. 호남이 배출한 18세기 큰 학자 황윤석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황윤석뿐만 아니라 그 윗대 조상과 후손들이 모두 풍수설을 숭상했다. 황윤석의 무덤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화순 천운산, 증손자인 황중섭의 묘가 순창 회문산 오선위기혈, 그리고 이 평해황씨 선영들이 도처의 길지에 자리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유기상 전 전북도청 기획실장·전북대 사학과 박사과정).

필자의 호기심을 끈 것은 회문산 오선위기혈이다. 어린 시절 순창 고향집 사랑방에 임씨 성을 가진 떠돌이 지사(풍수쟁이) 한 분이 머물곤 하였다. 필자가 물심부름을 하였는데 가끔씩 옛날이야기를 해주었다. "조선 말에 흥선군이 있었는데 회문산에 오선위기란 천하의 명당이 있다는 걸 알았지. 그런데 그 명당이 절터에 있었던 거야. 그래서 그 절을 빼앗아 무덤을 썼고 그 명당발복으로 그 아들이 임금이 되었단다." 당시 어린 필자가 제대로 이해할 리 없었다. 나중에 국사를 배우면서 '흥선군이 아버지 남연군묘를 예산 가야산으로 옮길 때 가야사를 불태우고 무덤을 썼던 사건'을 그 지사가 잘못 이해한 것으로 여겼다.

황중섭묘.
북한의 2인자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조상묘로 알려진 황중섭묘. 전북 순창 회문산에 있다.
그런데 최근에야 그 지사의 이야기가 전부 틀린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회문산 오선위기혈은 만일사라는 절터에 있었다. 평해황씨 후손이 황윤석의 글 '이수신편'을 흥선대원군에게 바치면서 만일사 터를 간청하였고, 흥선대원군이 허락하여 마침내 증손인 황중섭이 그 자리에 안장되었다."(유기상) 하나의 명당을 얻기 위하여 황씨 문중이 몇 대에 걸쳐 적선과 정성을 기울인 결과이다. 명당발복은 이러한 오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황씨 후손들은 이곳이 오선위기혈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황중섭 묘는 풍수상 어떤 곳일까? 주산과 청룡·백호가 빼어남은 다른 길지와 다를 바 없다. 두드러진 특징은 혈처(기가 모이는 곳) 끝 부분에 바위가 튀어나왔고, 저 멀리 앞산에 투구처럼 생긴 큰 바위가 사방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혈처 끝 부분의 바위와 투구바위, 그리고 무덤의 향(向)이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풍수에서 향은 자손의 미래를 주관한다고 본다. 땅의 전반적 특징은 무인(武人)적이며 권력지향적이다. 혈처 끝부분에 솟은 바위에는 한 자 남짓의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고 거기에는 '복원향화만세(伏願香火萬世)'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엎드려 바라노니 만세에 걸쳐 향불이 끊이지 않기를"이란 뜻으로 후손이자 서예의 대가였던 황욱(작고)이 쓴 글이다.

지금 이 무덤의 후손들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2인자로 등장한 황병서 총정치국장도 이 후손이라고 전해진다. 흥미로운 것은 도선국사가 쓴 것으로 전해지는 풍수 비서(秘書) '옥룡자유세비록(玉龍子遊世秘錄·최창조 교수 소장본)' 회문산 편에 이 자리를 염두에 둔 한 문장이 나온다는 점이다. 국한문 혼용 고어(古語)이기에 이 대목 일부를 풀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산중턱의 저 장군! 갑옷 입고 투구 쓰고, 진(陣) 밖을 나와 저 홀로 분주하네. 투구 벗어 팔에 걸고 사생(死生)을 맹세하니, 장군 모습 완연하네.'

과연 이곳이 전해지는 대로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선영이라면 이곳 풍수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풍수학자로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김두규 교수 |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