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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癌' 췌장암, 선별적 수술로 1년 생존율 92%

화이트보스 2015. 7. 22. 14:46

'독한 癌' 췌장암, 선별적 수술로 1년 생존율 92%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5.07.22 05:30

[헬스 특진실]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협진으로 최선의 방법 모색… 항암·방사선 치료 먼저 시도
암 줄여 수술… 성공률 상승, 절제 최소화해 합병증 줄여

자영업자 최모(67)씨는 2006년 건강검진에서 혈액 속 췌장 종양표지자(CA19-9) 수치가 높게 나와 복부 CT·MRI·담췌관 조영술 등 여러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췌장암이었다. 진단 당시 암이 혈관으로 퍼져나가 수술로 암을 제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주치의였던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박승우 센터장(소화기내과)은 수술 전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 동시치료 (CCRT)'를 권했다. 첫 치료로 암의 크기가 25% 이상 줄었고, 이후 4차례 항암치료를 더 시행했다. 그 결과 암의 크기가 50%까지 줄어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최씨는 9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5년 생존율 8%에 불과한 악성癌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8.8%로, 다른 암에 비해 매우 낮아 '독한 암'으로 꼽힌다(중앙암등록본부). 암은 수술을 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데, 췌장암을 발견했을 때 수술을 할 수 있는 경우도 20%에 불과하다. 박승우 교수는 "췌장암으로 병원에 온 환자의 50%는 암이 온 몸에 퍼져 있다"며 "초기 증상도 없고, 췌장 주변에 큰 혈관이 지나가 다른 암보다 전이가 잘 된다"고 말했다.

췌장암의 30%는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애매한 경우다. 박승우 교수는 "병원에 따라 수술을 먼저 하는 경우도 있고,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한 뒤 수술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은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도할 때가 많다. 박 교수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하면 암이 줄어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수술을 해도 효과가 없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에 효과가 없는 사람은 수술을 해도 재발이나 전이 위험이 높으므로 굳이 수술을 하지 않는다.

췌장암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 등의 의료진이 협력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암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 등의 의료진이 협력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속 각 과(科)의 의료진이 환자의 CT사진 등을 띄워놓고 진료를 하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수술 가능 환자 선별, 치료 성적 높여

췌장암은 수십 년 동안 뚜렷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아 생존율에 큰 변화가 없는 절망적인 암이다. 그래서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보존적 요법 등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박승우 교수는 "우리 병원은 췌장암 치료 전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활발한 토론과 협진을 하고 있다"며 "수술이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를 잘 선택해 생존율을 높이고, 항암·방사선 치료를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하거나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은 최근 5년 간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2배가 넘게 증가했다. 수술 환자의 1년 생존율은 88%에서 최근 5년 사이에 92%로 증가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도 시도되고 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어떤 환자에게 항암제가 잘 듣고, 방사선 치료가 잘 듣는지 알 길이 없었다"며 "환자들의 췌장암 조직을 모아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적합한 치료제를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따라 개복(開腹) 대신 복강경으로 수술

연세암병원은 지금까지 췌장암 개복 수술을 한 환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YONSEI CRITERIA(연세 크라이테리아)'라는 수술 기준을 만들었다. 외과 강창무 교수는 "이 기준에 따라 수술 전 환자의 복부 CT를 분석해 장기 생존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선택, 복강경 같은 최소 절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며 "복강경 수술을 하면 합병증은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펫(PET) CT를 통해 암의 대사 과정을 분석, 재발이 잘 될 것 같은 암은 수술보다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부터 한다. 강 교수는 "수술도 환자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에는 암 조직에만 고선량의 방사선을 쏘는 최신 방사선 장비를 도입해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는 "좋은 장비가 있어도 치료 의사가 환자에 맞춰 치료 설계를 잘 해야 한다"며 "우리 병원은 국내 최초로 20여 년 전부터 췌장암을 전문으로 하는 방사선 종양학 의사가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췌장암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췌장에 생긴 암. 60~65%는 췌장 머리에 암이 생기고 35~40%는 췌장 몸통과 꼬리에 생긴다. 국내 암 발생 순위 8위로, 인구 10만명당 8~9명이 걸린다. 췌장암의 위험 요인은 흡연, 음주, 비만, 당뇨병, 만성 췌장염, 췌장암 가족력 등이다. 췌장암의 3대 증상은 체중감소, 복통, 황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