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22 05:30
[헬스 특진실]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협진으로 최선의 방법 모색… 항암·방사선 치료 먼저 시도
암 줄여 수술… 성공률 상승, 절제 최소화해 합병증 줄여
자영업자 최모(67)씨는 2006년 건강검진에서 혈액 속 췌장 종양표지자(CA19-9) 수치가 높게 나와 복부 CT·MRI·담췌관 조영술 등 여러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췌장암이었다. 진단 당시 암이 혈관으로 퍼져나가 수술로 암을 제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주치의였던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박승우 센터장(소화기내과)은 수술 전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 동시치료 (CCRT)'를 권했다. 첫 치료로 암의 크기가 25% 이상 줄었고, 이후 4차례 항암치료를 더 시행했다. 그 결과 암의 크기가 50%까지 줄어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최씨는 9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5년 생존율 8%에 불과한 악성癌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8.8%로, 다른 암에 비해 매우 낮아 '독한 암'으로 꼽힌다(중앙암등록본부). 암은 수술을 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데, 췌장암을 발견했을 때 수술을 할 수 있는 경우도 20%에 불과하다. 박승우 교수는 "췌장암으로 병원에 온 환자의 50%는 암이 온 몸에 퍼져 있다"며 "초기 증상도 없고, 췌장 주변에 큰 혈관이 지나가 다른 암보다 전이가 잘 된다"고 말했다.
췌장암의 30%는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애매한 경우다. 박승우 교수는 "병원에 따라 수술을 먼저 하는 경우도 있고,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한 뒤 수술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은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도할 때가 많다. 박 교수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하면 암이 줄어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수술을 해도 효과가 없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에 효과가 없는 사람은 수술을 해도 재발이나 전이 위험이 높으므로 굳이 수술을 하지 않는다.
- 췌장암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 등의 의료진이 협력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속 각 과(科)의 의료진이 환자의 CT사진 등을 띄워놓고 진료를 하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췌장암은 수십 년 동안 뚜렷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아 생존율에 큰 변화가 없는 절망적인 암이다. 그래서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보존적 요법 등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박승우 교수는 "우리 병원은 췌장암 치료 전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활발한 토론과 협진을 하고 있다"며 "수술이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를 잘 선택해 생존율을 높이고, 항암·방사선 치료를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하거나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은 최근 5년 간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2배가 넘게 증가했다. 수술 환자의 1년 생존율은 88%에서 최근 5년 사이에 92%로 증가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도 시도되고 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어떤 환자에게 항암제가 잘 듣고, 방사선 치료가 잘 듣는지 알 길이 없었다"며 "환자들의 췌장암 조직을 모아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적합한 치료제를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따라 개복(開腹) 대신 복강경으로 수술
연세암병원은 지금까지 췌장암 개복 수술을 한 환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YONSEI CRITERIA(연세 크라이테리아)'라는 수술 기준을 만들었다. 외과 강창무 교수는 "이 기준에 따라 수술 전 환자의 복부 CT를 분석해 장기 생존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선택, 복강경 같은 최소 절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며 "복강경 수술을 하면 합병증은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펫(PET) CT를 통해 암의 대사 과정을 분석, 재발이 잘 될 것 같은 암은 수술보다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부터 한다. 강 교수는 "수술도 환자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에는 암 조직에만 고선량의 방사선을 쏘는 최신 방사선 장비를 도입해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방사선종양학과 성진실 교수는 "좋은 장비가 있어도 치료 의사가 환자에 맞춰 치료 설계를 잘 해야 한다"며 "우리 병원은 국내 최초로 20여 년 전부터 췌장암을 전문으로 하는 방사선 종양학 의사가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췌장암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췌장에 생긴 암. 60~65%는 췌장 머리에 암이 생기고 35~40%는 췌장 몸통과 꼬리에 생긴다. 국내 암 발생 순위 8위로, 인구 10만명당 8~9명이 걸린다. 췌장암의 위험 요인은 흡연, 음주, 비만, 당뇨병, 만성 췌장염, 췌장암 가족력 등이다. 췌장암의 3대 증상은 체중감소, 복통, 황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