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중앙유라시아 역사 기행

로켓 폭발 사고… 그 실패로 우린 더 강해질 것"

화이트보스 2015. 7. 24. 15:47

로켓 폭발 사고… 그 실패로 우린 더 강해질 것"

입력 : 2015.07.23 16:01

세계 최초 민간 우주 로켓 개발사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의 初心論
"7년간 연이은 로켓 발사 성공… 회사 내 알게 모르게 스며든 현실 안주 文化 돌아보게 돼"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민간 우주 로켓 개발사 스페이스X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지난 21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페이스X의 CEO 자격으로 지난달 28일 이륙한 지 2분19초 만에 폭발한 '팰컨 9' 로켓〈오른쪽 사진〉의 폭발 원인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로켓 '팰컨 9'
팰컨 9은 세계 최초 민간 우주 로켓 개발사인 스페이스X가 제작한 것으로 이번 사고 전까지 17차례 발사에서 모두 성공한 로켓이었다.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전할 화물 1.8t을 싣고 날아오른 18번째 임무에선 대서양 상공 44.9㎞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머스크는 "헬륨 가압통을 지탱하는 길이 60㎝, 두께 2.5㎝의 스테인리스 철제 지지대가 부러지면서 헬륨가스가 로켓의 액체산소 탱크에 유입됐고 이것이 폭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5배의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부품인데 어이없게 부러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민간 우주선 시장을 개척해온 스페이스X로서는 뼈아픈 실패였다. 우주 왕복선이 모두 퇴역하면서 우주로 가는 길을 러시아에 의존해왔던 미국 정부는 스페이스X와 우주 화물 운송 계약을 맺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와 스페이스X는 당장 1억1000만달러(127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2017년 팰컨 로켓에 우주인을 실어 보내려던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하필 폭발이 일어난 날은 머스크의 44번째 생일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머스크는 그가 왜 세계 최고의 혁신가로 불리는지를 보여줬다. 로켓 폭발 원인을 단지 부품 실패로만 돌리지 않았다. 그는 "자기만족, 현실 안주의 문화가 알게 모르게 스페이스X에 스며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 7년간 로켓 발사의 연이은 성공으로 조직 전체가 초심(初心)을 잊고, 성공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 젖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미 투자은행 앨런 앤 컴퍼니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전 세계 IT, 미디어, 금융, 정계 분야의 유명 인사 200~300명이 자유롭게 비즈니스 미팅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참석, 혁신가로 통하는 머스크와의 만남 여부가 주목을 끌었다.
지난 7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미 투자은행 앨런 앤 컴퍼니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전 세계 IT, 미디어, 금융, 정계 분야의 유명 인사 200~300명이 자유롭게 비즈니스 미팅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참석, 혁신가로 통하는 머스크와의 만남 여부가 주목을 끌었다. / 블룸버그
스페이스X는 지난 2008년 8월 '팰컨 1' 로켓 발사에 실패한 뒤 이후로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이를 발판으로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선 사업을 준비해왔고, 미국의 '눈(目)'으로 불리는 군사 위성 사업자 승인까지 받아내며 거침없이 달려왔다. 스페이스X가 첫 로켓을 발사한 2008년 500명이던 직원도 현재 4000여명으로 늘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창업 초기) 직원들은 로켓 개발과 발사의 어려움을 절감했고 그래서 편집광과도 같은 긴장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 이후 늘어난 대부분의 직원은 오직 성공만 경험했다"며 "성공만 봐온 지금의 직원들은 초기 스페이스X의 직원들만큼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매번 로켓을 발사할 때면 그 전날 밤에 회사 이메일을 통해 전(全)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메일은 '누구라도 로켓이 발사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사장인 내게 이메일이나 내 휴대폰으로 알려 달라'는 내용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로켓 발사 전야에 보낸 이메일은 회사 창립 초기 내가 보냈던 이메일과 같은 강력한 각성 효과를 내지 못했던 것같다"고 자성(自省)했다. 그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제 스페이스X 직원들은 누구나 로켓 발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며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치명적인 실패 앞에서조차 위기를 말하기보다 기회를 말하는 머스크의 면모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 이미 증명됐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거의 부도 직전까지 갔지만 그는 '미래는 밝다'며 직원들과 투자자를 설득해 지금의 성공을 일궜다.

그는 인터넷뱅킹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 인터넷 송금 분야에 뛰어들어 시장을 열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송금 업체인 '페이팔'의 최대주주가 된 그는 회사를 이베이에 팔아 번 1억65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종자돈 삼아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하며 미국 나사와 러시아 국영기업들이 독점하던 우주 로켓 개발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3년에는 테슬라를 창업해 전기차 시대를 개척해왔다. 그는 일주일의 절반은 미국 LA의 스페이스X에서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테슬라에서 일한다. 주말만큼은 다섯 아들과 보낸다. 대중의 상상을 초월하는 혁신과 도전을 이어온 그는 최근에는 전 세계 공학도들을 대상으로 '하이퍼루프(Hyperloop)' 구현을 위한 디자인 공모전을 시작했다. 하이퍼루프란 2013년 머스크가 개념을 제시한 미래 장거리 교통수단이다. 자기부상(磁氣浮上) 열차를 마찰이 사라진 진공 터널에 띄우고 자기력으로 가속해 최고 1220㎞ 속도까지 낼 수 있는 탈것으로 비행기보다 빠른 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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