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06 06:10
[2002년 北·日 정상회담 이끈 다나카 히토시]
"北의 돌발 사태때 최악은 韓·美·日이 事前에 조정없이 대응하는 것"
"朴대통령·아베 총리의 국가전략 짜는 큰 그림에 서로의 존재 있는지 의문"

"국가의 전략에는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정보, 확신, 파워, '큰 그림'(big picture)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겐 각자의 큰 그림이 있다. 다만, 그 그림 속에 서로의 존재가 있는지 의문이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종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목소리가 나직했다. 그는 오랫동안 '미스터 X'라고 불렸다. 36년간 일본 외무성에서 수차례 비밀 협상을 했다. 2002년 김정일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정상회담을 실현시킨 게 대표적이다. '동북아 정세를 가장 깊고 넓게 아는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전후 70주년이다. 한·일의 목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평화와 안정을 누리는 게 한·일의 공통 목표다. 동아시아에는 체제가 다른 두 나라, 중국과 북한이 있다. 중국은 갈수록 커지고, 북한은 불안정하다. 이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실현하는 게 일본의 목표, 평화통일을 이루는 게 한국의 목표다."
―목표 달성에 서로가 도움이 되나.
"한·일은 서로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과거 한국이 외환 위기 등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은 '당연히' 협조했다. 그걸 알아주지 않는 한국이 싫다는 분위기가 있다. 반면 한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50년이 아니라 그 전의 얘기를 하며 '한국은 일본에 무슨 요구를 해도 된다'고 여긴다. 역사 인식이 관계 냉각의 모든 원인이 아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 큰 그림이 있나.
"나는 한국인이 아니니 박 대통령 비판은 삼가고 싶다. 단, 미국과 안보를 강화하고 중국과 경협을 강화하겠다는 그의 그림에 '그럼 일본의 존재는 어디 있는가' 의문이다. 아베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일본을 다시 강한 나라로 만들려 한다. 하지만 그가 한국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지는 잘 안 보인다. 각자의 큰 그림에 서로가 없으면, 한·일 관계는 잘되지 않는다. 단순히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아닌, 본질적인 얘기다.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에 입각한 것이 되길 기대한다."
―김일성의 북한, 김정일의 북한, 지금의 북한. 어떻게 다른가.
"김일성·김정일은 정교한 권력 유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누가 권력을 잡았는지,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 분명했다. 지금은 그런 세련된 체제가 보이지 않는다. 군도, 당도 인사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체제 불안정과 별도로) 북한의 핵 개발은 진전될 것이다. 한·미·일이 중국에 대북 지원을 끊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그럼 북한 경제는 순식간에 피폐해진다. 북한이 '그랜드 바겐'(대타협)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핵을 포기하고 경제개발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 돌발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평화통일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 한국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최악은, 한·미·일이 충분한 사전 조정 없이 대응하는 것이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종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목소리가 나직했다. 그는 오랫동안 '미스터 X'라고 불렸다. 36년간 일본 외무성에서 수차례 비밀 협상을 했다. 2002년 김정일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정상회담을 실현시킨 게 대표적이다. '동북아 정세를 가장 깊고 넓게 아는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전후 70주년이다. 한·일의 목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평화와 안정을 누리는 게 한·일의 공통 목표다. 동아시아에는 체제가 다른 두 나라, 중국과 북한이 있다. 중국은 갈수록 커지고, 북한은 불안정하다. 이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실현하는 게 일본의 목표, 평화통일을 이루는 게 한국의 목표다."
―목표 달성에 서로가 도움이 되나.
"한·일은 서로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과거 한국이 외환 위기 등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은 '당연히' 협조했다. 그걸 알아주지 않는 한국이 싫다는 분위기가 있다. 반면 한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50년이 아니라 그 전의 얘기를 하며 '한국은 일본에 무슨 요구를 해도 된다'고 여긴다. 역사 인식이 관계 냉각의 모든 원인이 아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 큰 그림이 있나.
"나는 한국인이 아니니 박 대통령 비판은 삼가고 싶다. 단, 미국과 안보를 강화하고 중국과 경협을 강화하겠다는 그의 그림에 '그럼 일본의 존재는 어디 있는가' 의문이다. 아베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일본을 다시 강한 나라로 만들려 한다. 하지만 그가 한국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지는 잘 안 보인다. 각자의 큰 그림에 서로가 없으면, 한·일 관계는 잘되지 않는다. 단순히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아닌, 본질적인 얘기다.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에 입각한 것이 되길 기대한다."
―김일성의 북한, 김정일의 북한, 지금의 북한. 어떻게 다른가.
"김일성·김정일은 정교한 권력 유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누가 권력을 잡았는지,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 분명했다. 지금은 그런 세련된 체제가 보이지 않는다. 군도, 당도 인사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체제 불안정과 별도로) 북한의 핵 개발은 진전될 것이다. 한·미·일이 중국에 대북 지원을 끊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그럼 북한 경제는 순식간에 피폐해진다. 북한이 '그랜드 바겐'(대타협)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핵을 포기하고 경제개발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 돌발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평화통일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 한국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최악은, 한·미·일이 충분한 사전 조정 없이 대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