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07 03:00

아프리카 앙골라 해안에서 60km 떨어진 해양 플랜트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의 책상에는 이런 메모가 붙어 있었다. '먹고 싶은 음식. 돼지국밥·짜장면·김치보쌈.' 그는 3개월이 넘도록 육지를 밟지 못했다고 했다.
6년 전 앙골라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시운전하고 있던 해양 플랜트 '톰부아 란다나(Tombua-Landana)'에 갔다. 인천공항에서 두바이를 거쳐 앙골라 수도 루안다까지 비행기로 가고 다시 프로펠러기로 1시간을 간 다음 낡은 헬리콥터로 콩고강 하류와 만나 시커먼 색을 띤 바다 위를 30분쯤 더 가서 도착했다.
1조5000억원짜리 해양 플랜트는 장관이었다. 15층 빌딩 높이인 3만1000t의 해상 구조물 '플랫폼'에 해저 구조물 '타워'를 합쳐 8만8000t의 거대한 강철 덩어리였다. 2007년 8월부터 14개월 동안 옥포조선소에서 4개의 조각으로 나눠서 건조한 뒤 대형 운송선으로 옮겨 와 바다 위에서 조립했다. "어쩌다 보니 평생을 바다에서 떠돌았다"는 한 고참 기술직 직원은 "세상에 이렇게 지독한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해양 플랜트는 해저 유전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톰부아와 같은 고정식 플랫폼, 조업 중에만 해저에 다리를 내려 고정하는 리그, 자체 부력으로 해상에 떠 있는 플랫폼인 반잠수식 시추선, 유조선 모양의 시추 및 원유 생산을 하는 플랫폼인 FPSO, 시추 전문 선박인 드릴십 등 다양하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우리나라 조선업계 '빅3'가 세계 3대 업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한국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며 중국이 기웃거렸지만 따라오지 못하고 쫓겨났다.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들이 "해양 플랜트는 한국에 맡겨야 제대로 만든다"고 인정하게 됐다. 낯선 바다에 쇠말뚝을 박고 파도에 휩쓸려가며 독하게 일해서 만들어낸 성과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대의 누적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까지 3대 조선업체가 최근 1년 사이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만 8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막대한 이익을 낸다고 하던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눈덩이처럼 손실이 불어나는 동안 경영진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누구는 기술도 부족한데 우르르 몰려가서 이 꼴이 났다고 하고, 누구는 수주가 늘고 매출이 올라가는 데 취해서 경영진이 저가(低價) 수주와 방만 경영으로 제 무덤을 팠다고 비난한다. 쇠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에만 안주해 제대로 된 설계 기술 없어 미국과 유럽 설계업체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장사를 하다 보면 밑질 때도 있다는 말로 넘길 일은 아니다. 현 경영진이 나서든 정부가 앞장서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밝혀야 한다. 한국 산업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분야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6년 전 앙골라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시운전하고 있던 해양 플랜트 '톰부아 란다나(Tombua-Landana)'에 갔다. 인천공항에서 두바이를 거쳐 앙골라 수도 루안다까지 비행기로 가고 다시 프로펠러기로 1시간을 간 다음 낡은 헬리콥터로 콩고강 하류와 만나 시커먼 색을 띤 바다 위를 30분쯤 더 가서 도착했다.
1조5000억원짜리 해양 플랜트는 장관이었다. 15층 빌딩 높이인 3만1000t의 해상 구조물 '플랫폼'에 해저 구조물 '타워'를 합쳐 8만8000t의 거대한 강철 덩어리였다. 2007년 8월부터 14개월 동안 옥포조선소에서 4개의 조각으로 나눠서 건조한 뒤 대형 운송선으로 옮겨 와 바다 위에서 조립했다. "어쩌다 보니 평생을 바다에서 떠돌았다"는 한 고참 기술직 직원은 "세상에 이렇게 지독한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해양 플랜트는 해저 유전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톰부아와 같은 고정식 플랫폼, 조업 중에만 해저에 다리를 내려 고정하는 리그, 자체 부력으로 해상에 떠 있는 플랫폼인 반잠수식 시추선, 유조선 모양의 시추 및 원유 생산을 하는 플랫폼인 FPSO, 시추 전문 선박인 드릴십 등 다양하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우리나라 조선업계 '빅3'가 세계 3대 업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한국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며 중국이 기웃거렸지만 따라오지 못하고 쫓겨났다.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들이 "해양 플랜트는 한국에 맡겨야 제대로 만든다"고 인정하게 됐다. 낯선 바다에 쇠말뚝을 박고 파도에 휩쓸려가며 독하게 일해서 만들어낸 성과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대의 누적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까지 3대 조선업체가 최근 1년 사이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만 8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막대한 이익을 낸다고 하던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눈덩이처럼 손실이 불어나는 동안 경영진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누구는 기술도 부족한데 우르르 몰려가서 이 꼴이 났다고 하고, 누구는 수주가 늘고 매출이 올라가는 데 취해서 경영진이 저가(低價) 수주와 방만 경영으로 제 무덤을 팠다고 비난한다. 쇠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에만 안주해 제대로 된 설계 기술 없어 미국과 유럽 설계업체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장사를 하다 보면 밑질 때도 있다는 말로 넘길 일은 아니다. 현 경영진이 나서든 정부가 앞장서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밝혀야 한다. 한국 산업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분야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