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08 03:00
[北, 속 보이는 표준시 변경]
北, 15일부터 표준時 30분 늦춰
일제 청산 과시하려고 1시간 단위 설정 관례 깨고 30분 단위로 바꿔 혼란 초래
북한은 광복절인 오는 15일부터 표준시(標準時)를 지금보다 30분 늦춘다고 7일 발표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 일본과 같이 동경(東經)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국제표준시+9시간)를 써왔다. 그런데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측과 시간마저 달리 쓰겠다고 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국제표준시+8시간 30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표준시간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며 "평양시간은 8월 15일부터 적용한다"고 했다.

북한은 표준시 변경 이유에 대해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 표준시를 빼앗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 시대부터 계속 써왔던 동경 135도 기준 표준시를 갑자기 변경한 데에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광복 70주년에 자신들이 남한에 비해 일제 청산에서 앞섰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이 자신의 할아버지·아버지와 차별화함으로써 독보적인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집권 후 '주체(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이 주체 1년)' 연호를 새로 도입, 서기(西紀) 앞에 표기토록 했다.
남남(南南) 갈등을 노린 전략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동안 정치권과 학계에선 실제 한반도를 지나는 자오선을 반영해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변경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럴 경우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하는 국제 표준시와의 시차가 8시간 30분이어서 보통 1시간 단위로 표준시를 정하는 관례에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표준시 변경은 장기적으로 남북 통합, 표준 통합, 남북 동질성 회복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