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F-35 파문 뒤의 진짜 심각한 문제들

화이트보스 2015. 9. 25. 11:22

F-35 파문 뒤의 진짜 심각한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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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 F-35 전투기 도입 계약을 할 당시 미국으로부터 한국형전투기사업(KFX)에 도움이 될 25가지 기술 이전을 약속 받았는데 미국이 이를 어기고 핵심 기술 4가지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의원의 질의에 공군참모총장은 “(기술 이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미국 정부가 승인하면 이전한다는 조건”이라고 했는데, 이는 정확한 답변이다. 자국의 군사 기술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정부는 F-35 계약 당시에 기술 이전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미국이 약속을 안 지켰다고 한다.

그리고 미 정부는 절충 교역의 가치를 측정하는 단계에서 21개 기술의 가치는 가격으로 환산했지만, 핵심 4개 기술에 대해서는 가격 환산을 하지 않았다. 즉, 애초에 그 기술들은 안 주겠다는 말 아닌가. 그래서 공군참모총장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내의 분위기를 미국이 알면 기가 찰 노릇인데, 계약 당사자인 방사청은 KFX의 좌초 위기를 미국 책임으로 몰아가는 현상을 모른 체하고만 있다.

KFX 사업을 보면 방사청이 과연 전략적 사고와 전문성을 가지고 이 사업 추진 계획을 세웠는지 의심스럽다. KFX 사업은 정부가 개발비의 60%를 부담하고 40%는 외부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시작됐다. 기대했던 터키는 사업 참여를 거부했고, 인도네시아가 20%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러시아 전투기를 운용하는 나라다. 기술을 이전 해주는 미국 입장에서 핵심 기술이 러시아에 노출될지도 모르는 위험 부담을 감수할 것인가 하는 의심을 했어야 하는 게 합리적이다. 또 F-35 계약 시점까지 KFX의 형상과 크기가 결정 나지 않은 상황이라 절충 교역으로 어떤 기술을 받아야 할지도 오락가락했다. 이 큰 사업들을 하면서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큰 틀에서 조율하는 전략적 사고와 전문성을 가진 조정자가 없었던 것이다.

사업비와 사업 기간은 더 황당하다. 항공 강국들인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국이 공동으로 만든 유로파이터 전투기의 개발 기간이 20년 넘었고 사업비도 16조 원 이상 지출됐다.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도 개발 기간 20년 이상에 사업비가 30조 원 이상 들었다. 그런데 독자적으로 전투기 한 번 만들어 보지 않은 우리가 불과 8조6000억 원의 개발비로 10년 만에 개발 완료를 넘어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가.

“그래도 사업이 가야 한다.” 이 말은 군의 전력담당 장교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며 가장 듣기 거북한 말이다. 무기 도입 사업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쉽게 사용되며 한번 도입한 무기는 대개 30년 이상 사용한다. 그러면 이번에 사업이 못 가더라도 ‘제대로 된’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풍조가 만연한 듯하다. 무리하고 방만한 무기 도입 사업으로 국고손실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막대한 국고와 국가 안보를 자군(自軍)과 자신의 실적 확보와 바꾸기를 서슴지 않는 풍조는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검은돈이 오가는 비리가 아니더라도 이런 자군·자기 이기심으로 더 큰 피해를 주는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방사청은 책임지지 않을 무기보다 좋은 무기를 도입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계속 이기심을 버리지 않고 좋은 무기를 도입하지 않게 되면 시대는 외부의 감시를 요구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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