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30 03:00

"우리 학교는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의 토의 끝에 콘서트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주 모 고등학교 진학부장이 나에게 알려온 내용이다. 우리 연구소가 다음 달 수능 후 고3 학생들의 여유 시간을 활용해 '나라사랑 통일 안보 콘서트'를 건의한 지 며칠 만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이번 통일 안보 콘서트의 주제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 당시 미군이 북한 주민 10만명 이상을 구한 장진호 전투의 배경과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당시 전사한 수많은 미군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되돌아보자는 것이었다. 콘서트 내용에는 막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 강사와 학생들 간의 질의응답도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 해당 학교를 찾아가 교장선생님을 만나 콘서트 취지를 설명했을 때 교장선생님은 큰 관심을 보이셨다.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거듭 격려해 주셨다. 우리는 콘서트 후에 장진호 전투에서 생존한 미군들이 아직도 미국 현지에 약 50명 정도가 살아 있어 그분들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영문 손 편지 쓰기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런데 담임들의 반대로 콘서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온 것이다.
그 순간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머리에 떠올랐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국사 교사들은 다양성이 없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교육은 학생들의 장래를 무너뜨리고 나라를 망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렇게 입만 열면 다양성을 강조하는 교사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교육해 보자는 콘서트 제의를 묵살해 버렸으니 무늬만 다양성일 뿐이다.
요즘 일선 고등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대부분은 은연중 미군을 비난한다. 미군 때문에 평화통일이 멀어지고 있다는 시각으로 쓰여 있다. 6·25전쟁이 미군의 참전 때문에 국제전으로 확대되었고 그로 인해 통일이 멀어지게 되었다는 편향된 교과서도 있다. 심지어 맥아더를 분단의 원흉, 미제 침략군의 수괴라고 묘사하는 교사들마저 있다.
교육의 다양성이란 다른 시각을 들어보는 것이다.
입으로만 다양성을 부르짖고 실제로는 획일 교육을 일삼는 교육 현장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