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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도약 위해 國論 다시 추스를 때다

화이트보스 2015. 10. 30. 17:04

대한민국 재도약 위해 國論 다시 추스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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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대한민국은 수많은 고비를 기적처럼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분단과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유례 없는 단기간에 산업화, 민주화를 달성했다. 민주주의 정착의 척도로 불리는 두 차례 정권교체까지 거쳤다. 이런 위대한 나라가 새로운 도전 앞에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뉴 밀레니엄에 진입한 지 15년이 됐지만 21세기형(型) 정치리더십의 창출에 실패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창출도 지지부진하다. 다시 격화하는 주변 강국들의 각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통일 준비 역시 부족하다. 국론(國論)을 다시 추슬러 재도약을 위해 매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靑·與·野, 국정動力 높이는 데 힘 모으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를 개혁 추진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두 달을 남겨둔 지금 성과는 초라하다. 공무원연금개혁은 ‘개혁’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시늉에 그쳤고,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가닥을 잡아가던 노동개혁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블랙홀에 빠져 방향을 잃었다.

중요한 개혁 조치는 입법을 통해 이뤄지는데, 지난 22일 청와대 5자 회동은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났다. 박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야당이 ‘여우와 두루미’ 우화처럼 행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 책임이 무겁지만, 국회 128석(43.1%)의 새정치민주연합도 대안(代案)보다는 발목잡기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니 적잖은 실정(失政)에도 야당 지지율은 여권의 절반 수준을 조금 넘는 선에서 맴돈다.

정치가 나라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여야 모두 국정 동력(動力)을 높이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 특히, 야당은 수권(受權)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지난 28일 ‘미니 재·보선’에서도 국민은 야당을 더 엄하게 심판했다. 회기가 40여 일 남은 정기국회 성과가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신성장 산업 키우고 노동개혁 서둘러야

경제 상황 역시 심각하다.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과 제조업의 동반 추락이 위험 신호다. 올 들어 수출은 9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무역 1조 달러’ 타이틀을 5년 만에 반납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제조업 매출은 건국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했다. 제조업체 30%는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낼 형편이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 특유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국들은 앞서가고 있다. 혁신 역량까지 갖춘 중국은 주요 산업에서 한국 우위를 무너뜨리는 중이고, 제조업 공동화를 겪었던 일본은 친기업 정책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정파와 무관하게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성장 불씨를 살리고 있다.

한국경제가 다시 일어서려면 과거의 성공법칙을 뛰어넘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이 10년, 20년 뒤 시장을 선도할 도전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 그런 기업가정신을 독려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잡았던 서비스산업은 지원법안이 3년째 국회에 묶여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구조조정에 실기하면서 좀비기업을 양산했다. 여야 없이 기업 살리기에 매진하는 경쟁국과 달리 오히려 성장의 기반을 황폐하게 만들어온 정부와 정치권이다. 정치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 화급하다.

동북아 격랑…韓美 안보·가치 동맹이 基軸

열강들이 각축했던 19세기 말 못지않게 외교·안보 환경도 엄혹하다.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이 뿌리째 흔들리는 가운데,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11월 1일 서울에서 열린다. 3국 협력 관계가 회복될지 여부가 세계 정치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동북아에는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면서도, 21세기의 화약고로 불릴 정도로 외교·안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아시아 패러독스’는 실제로는 ‘동북아 패러독스’다.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일 관계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냉전 시대의 외교는 단순했다. 이젠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과거엔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됐다. 이젠 글로벌 관점에서 외교·안보·통일 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동맹은 안보동맹이고 가치동맹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동북아의 역외 균형자(offshore balancer)’인 미국과의 동맹에 달려 있다. 한·중 관계도 이런 기축(基軸) 위에서 풀어야 한다.

이런 엄중한 정치·경제·안보 상황 속에서 창간 24주년을 맞은 문화일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과 원칙을 추구하는 정도(正道) 언론으로서,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