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정치, 외교.

국회선진화법 憲裁결정 시급하다

화이트보스 2015. 11. 2. 16:43

국회선진화법 憲裁결정 시급하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철수 /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제19대 국회는 이제까지의 어느 국회보다도 입법 활동이 부진했다. 소수당인 야당이 여당의 국정을 발목 잡아 여당이 요구하는 입법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근거한 것으로, 그동안의 운영 결과 ‘국회후진화법’으로 결판났으며, 국민의 다수가 지지한 다수당의 의정을 방해하고 국민의 소수가 지지한 야당에 입법 독재권을 주고 있는,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악법이다.

한 변호사 단체는 이 법이 위헌(違憲)이라며 지난해 9월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법에 대해 새누리당이 올해 1월에 국회선진화법 직권상정금지 등 일부 조항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헌재(憲裁)에 권한쟁의심판을 제출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제까지 심의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 이른바 이 국회선진화법이 ‘국회 고사법(枯死法)’이라고 하여 헌재에서 위헌결정을 하거나 국회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도 헌재나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우이독경(牛耳讀經)식으로 넘기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마침내 서울변호사회가 10월 28일 국회선진화법은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중요정책법안, 민생법안 등’이 여야 간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상정, 심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 법의 개정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법은 ‘동물국회’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으나, 소수인 5분의 2의 국회의원만 반대하면 모든 입법을 비토할 수 있는 소수독재(少數獨裁) 입법으로, 대의정치를 부정하는 악법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국민이 선거에서 뽑은 다수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소수파인 국회의원 5분의 2에게 입법 독재권을 주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다수결의 민주주의에 위반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하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런데 이를 잘 아는 헌재가 국회를 마비시키는 이 법의 위헌을 심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재판유기 행위라고 지탄받지 않을 수 없다.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180일 이내에 심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차대한 국민주권 위반 행위를 1년이 지난 이제까지 심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헌재는 국회가 원만하게 선진화법 개정을 합의해 주기를 바라겠지만, 지난 3년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야당에 대해 이 법의 폐지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헌재는 이러한 국회의 국민주권 위반, 다수결 위반의 반(反)헌법적 입법을 시정(是正)하기 위한 사명을 위임받은 위헌심판 기관인 만큼 헌법의 요청에 따라 신속히 위헌결정을 내려 국회가 정도(正道)를 밟게 헌정을 공정히 운영하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제19대 국회의 입법 발목잡기에 분노해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을 결성해 지난달 19일에는 서울시민광장에서 문화제까지 열었다. 이 시민단체는 193개 시민단체의 연합체이며 천만 명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 한다. 이 단체는 앞으로 국회 해산, 국회의원 파면, 국회 특권 줄이기 등 시민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헌법이 예정하지 않는 직접민주적 정치를 전개하지 않도록 헌재는 국정의 정상화를 촉구해 입헌주의 옹호에 노력해야 하겠다. 헌재는 제19대 국회와 같이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의결정족수 가중법을 위헌결정하여 대의민주정치를 정상화해야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