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불안탓 수출환경 악화
내수·수출 모두 개선 어려워
내년 성장률 3% 넘기 힘들것
“이념보다 경제적 합리성 중시
구조개혁·규제혁파 나서야”현 국내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교과서 공방 등 정치 리스크(위험)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문화일보의 ‘긴급진단-한국경제 이대로 가면 끝이다’ 시리즈에서 노동개혁 등 한국 경제의 체질개선과 정치 리스크 해소 등을 역설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현재 한국이 경제지표 상으로 최악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경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경제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른 분야와 연계돼 있는데 오늘날 한국의 시대 정신은 평준화로 대표되는 평균적 개념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상향 평준화가 아닌 하향 평준화로 시대 정신이 전개되면서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내년 한국 경제도 내수와 수출 모두 올해보다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성장률도 3%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며 “부채에 의존하는 인위적인 경기부양보다는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국과 미국발 불안 요인 때문에 내년에는 특히 수출 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경기가 나쁜 것을 상쇄할 만한 대책을 정부가 내놓기 어렵기 때문에 구조개혁, 나라 살림 구조조정 등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만큼 기업 환경이 어려운 곳이 전 세계적으로 없다”며 “한국 경제에서 단기적으로 3% 이상 성장해야 청년 실업과 가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지만, 성장보다 더욱 중요한 게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과 기업 규제 혁파”라고 강조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치권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념보다는 경제적 합리성이 우선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그래야 경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박수진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