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 확률이 높은 곳은 평양 중심부인 중구역 보통문동이 아닐까 싶다. 이곳엔 북한 최대 실내 체육관인 평양체육관이 있는데, 비싼 유료 탁구장, 정구장, 당구장 등이 갖춰져 있다. 땀을 뽑고 길 건너 창광원에 가면 수영으로 몸을 식힐 수 있다. 이곳은 여름엔 사람들로 미어터질 정도지만 토요일은 외화만 받는 ‘외화봉사’의 날이라 조용하다. 토요일 창광원 수용장을 찾는 사람은 부자가 분명하다.
수영하고 난 뒤 시원한 맥주가 생각난다면 창광원 바로 맞은편 외화상점 락원백화점에 가면 된다. 이곳 식당은 비싸기로 유명한데 오스트리아에서 수입한 설비로 만드는 생맥주가 최고 인기다. 식당엔 개별칸, 대중칸 등 룸도 많은데 방마다 가라오케장(노래방) 시설이 설치돼 있다. 먹고 마시면서 노래도 부르는 것이다. 북한의 고급 식당은 대개 룸마다 노래 부를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해 놓고 있다.
남쪽 사람이 북한에서 ‘역시 우리는 한겨레구나’ 하는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런 식당이 아닐까 싶다. 모였다 하면 술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은 수천 년간 형성된 우리 민족의 특징이다. 3세기에 쓴 중국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도 “동이 사람들은 하늘에 제사를 지낸 뒤 며칠을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밥 먹고 노래 부르고 춤춘다”고 기록돼 있다.
식당에서 배를 채운 뒤 락원백화점을 돌며 달러 명찰표가 붙은 옷까지 몇 벌 선물해 주면 여자 친구는 정말 ‘낙원의 이브’가 된 느낌이 들지 않을까. 물론 이 커플이 백화점을 나온 뒤 진짜 아담과 이브로 변신할 만한 곳은 평양엔 거의 없다. 그 점에선 평양이 “좋다, 나쁘다”란 평가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2000년대 초반 평양엔 대중 가라오케장 전성시대가 펼쳐졌다. 하지만 약 10년 전 김정일의 “꼴 보기 싫다”는 말 한마디에 가라오케장은 식당 룸에 숨어들었다.
운동도 싫고, 먹고 놀기만 하겠다면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평양에선 민족식당이나 고려호텔 지하식당 정도가 유명했지만 지금은 그와 비슷하거나 더 급수가 높은 고급 식당이 각 구역마다 한 개 이상은 생겨났다.
김정은 등장 후 식당과 상점 노래방 찜질방 수영장 운동시설이 한 건물 안에 있는 ‘종합봉사소’ 전성시대가 열렸다. 평양 중심구역마다 벌써 여러 개씩 생겨났다.
이 중 으뜸은 2013년 문을 연 해당화관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에 용지 면적만 1만 ㎡가 넘는 해당화관은 요리 종류만 200가지가 넘는다. 다만 둘이서 먹는 데 보통 50∼100달러는 쉽게 쓰기 때문에 부자 아니고선 가기 어렵다. 음식량도 많지 않은데, 한 관광객은 중국에선 두 명이 요리 두 개만 놓고 먹어도 배가 부르지만 해당화관에선 요리 열 개를 먹어야 배가 찼다고 말했다.
해당화관 이전엔 2012년 10월 고려호텔 주변에 문을 연 해맞이식당이 북에서 최고 고급 식당이었다. 음식 가격이 제일 비싼 것은 물론이고 봉사원들도 5과 대상으로 선발된 여성들이었다. 중앙당 조직지도부 5과는 전국에서 제일 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뽑는 조직이다. 해당화관은 부유층의 외화를 털어내기 위해 장성택이 온갖 정성을 들여 만든 곳인데, 이걸 짓고 반년 뒤 장성택은 처형됐다. 아마 그가 살아 있다면 5과 여성들을 해당화관에도 뽑아 갔을 것이다.
“미국 할아버지 사려면 우리 할아버지를 160번 팔아야 한다. 미국 할아버지 최고!”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