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여 동안 이뤄진 4대강 사업의 복권(復權) 과정은 극적이었다. 43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 탓에 금기(禁忌)로 여겨지던 ‘4대강’이란 용어는 올해 9월 말 ‘4대강 활용 방안’이란 표현으로 정부 공식문서에 다시 등장했다. 2년 8개월 만에 긍정적 의미로 쓰인 것이다. 이달 18일 열린 국토교통부 주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불필요한 논란 그만두고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11억7000만 t의 물부터 가뭄 극복에 활용하자”는 의견을 쏟아냈다.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 공기업 관계자들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던 ‘홍길동 신세’에서 이제야 벗어났다”며 안도하고 있다.
그래도 4대강 사업을 천천히 진행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치수(治水)가 급하고, 지역 여론도 호의적이던 영산강 등 1, 2곳만 MB 정부 때 완성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의견이다. 이에 대해 강 전 장관은 단박에 잘라 말했다. “정부 안에서도 여러 장관들이 그런 의견을 냈어요. 하지만 대통령과 난 의견이 달랐지. ‘임기 내에 완성하지 않으면 영원히 거기서 멈춘다’, 이런 생각이었어요. 무조건 3년 안에 끝내기로 하고 속도를 더 높였지.”
극심한 가뭄 앞에서도 완전히 잦아들지 않는 반발을 고려할 때 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반대세력이 무조건 정부에 돌을 던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자신들이 여당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맺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놓고 이명박 정부에서 야권이 보인 태도가 그랬다. 재집권한 여당마저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대신 ‘문제 있는 사업’으로 규정해 내팽개친 것도 사실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고려해 서울에서 대전까지만 고속도로를 뚫었다면 지금의 경부고속도로가 있었을까. MB 정부로서는 이런 이유에서라도 임기 안에 4대강 사업을 완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규모 역사(役事)가 다 그렇듯 이 사업도 결함이 없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형 재정사업이 불가피했지만 22조 원이 모두 꼭 필요한 데만 쓰이진 않았을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에 참여했다가 1조 원 넘게 과징금을 낸 건설업체들은 여전히 불만이 크다. 보를 세워 물의 흐름을 바꾼 만큼 언제든 환경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다음 날 아침 신문에서 20여 년 전 재임 때와 크게 바뀐 그에 대한 평가를 봤다. 그의 일생을 보는 나의 시각도 그새 많이 달라졌다. 연인은 가까이 봐야 더 예쁘겠지만 큰 인물이나 업적은 멀리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사회적 논란을 빚어온 문제들이 20년 뒤 내 눈에 어떻게 보일지 찬찬히 되새겨볼 때다.
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