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다시보는 6.25

“6·25가 낳은 美 혼혈입양인들 ‘어머니 나라’를 그리워합니다

화이트보스 2015. 11. 30. 11:03

“6·25가 낳은 美 혼혈입양인들 ‘어머니 나라’를 그리워합니다”

신석호 특파원

입력 2015-11-27 03:00:00 수정 2015-11-27 0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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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의 딸’ 주디 드레이퍼 美 세인트루이스 판사

미국인 참전용사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디 드레이퍼 세인트루이스 시 지방법원 판사가 집무실에서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6·25전쟁 당시 미군 흑인 참전용사의 딸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주디 드레이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시 지방법원 판사(60)가 미국 가정에 입양된 혼혈인들의 고향 방문 사업에 앞장서기로 했다. 

1959년 미8군 무용수 출신 어머니 여이순 씨(77)와 함께 미국에 와 현재 시카고 총영사관 명예영사로 일하고 있는 드레이퍼 판사는 외교부가 주최하는 세계 명예영사 모국 초청 행사에 미국 대표로 초대돼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

2011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같은 처지의 가수 인순이 씨를 만나 화제를 모았던 드레이퍼 판사는 두 번째 모국 방문 기간에 이재홍 파주시장을 만나 수만 명에 이르는 미국 내 6·25전쟁 혼혈 입양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정과 관심,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현재 파주 관내에 6·25전쟁 당시 기지촌 여성과 이들이 낳은 흑인 혼혈인들을 기리는 ‘어머니의 품’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6·25전쟁 혼혈 입양아들의 존재는 그동안 역사 속에 가려져 왔다. 부모에게 버려져 미국으로 입양된 혼혈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미국인도 아니고 아시아계 이민자도 아닌 ‘캠프타운 베이비’ 또는 ‘아메이시안’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을 당하며 자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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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미국 내 혼혈 입양인들은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정체성을 공유하고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과의 관계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미앤드코리아(Me & Korea)’라는 단체가 올해 9월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는 미국 전역에서 200여 명의 혼혈 입양인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드레이퍼 판사도 흑인 남편인 조지 드레이퍼 미주리 주 대법관과 함께 이 행사에 참석해 이들의 아픔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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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퍼 판사는 “6·25전쟁 과정에서 태어나고 버려진 미국 내 혼혈 입양인들이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방문해 500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앤드코리아’ 대표인 김민영 씨는 “이미 60대 이상이 대부분인 미국 내 혼혈 입양인들은 자신의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며 “최근에는 자신들이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한국 내 추모 장소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혼혈 입양인들은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미국에 살고 있는 참전용사 아버지를 찾는 등 뿌리 찾기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이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 만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김 씨는 전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