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는 기금 부담
조폭 문화와 다를 바 없어”
재계, 기금 거부 움직임도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정의 밀실 합의가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FTA 발효에 따른 피해산업
지원 명목으로 기업 등으로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을 걷어 조성하기로 한 ‘농어업 상생기금’이 ‘무역이익공유제’를 변형한 준조세라는 지적과 함께 거센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헌법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헌법이나 법률적 근거 없는 기금 조성의 불법성과 위헌성을 제기하고 있고, 시민사회에서는 여·야·정의 ‘협잡’이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재계에서는 기금 조성 거부 움직임도 감지된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농어업 상생기금이 법률에 의하거나 예산에 편성돼 있다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아니한 방법으로 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은 우리 헌법의 ‘납세 의무’ 밖의 것을 부담시키는 것으로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기업으로부터 준조세 형식으로 기금을 조성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법적 근거 없이 기업에 대해 기금을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자발적인 기금이라고 하지만 이미 1조 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해 놓은 상황이어서 결국은 반강제적으로 낼 수밖에 없는 ‘준조세’가 될 것이 자명하다”며 “FTA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이런 방안에 대해서는 재계도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농어업 상생기금 방안은 한·중 FTA 비준을 빌미로 한몫 뜯어내겠다는 ‘조폭문화’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만용·김병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