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벤처캐피털, 한국으로 몰려온다


입력 : 2015.12.07 03:05
["韓流 프리미엄 기대되는데다 美·유럽보다 저평가" 신생벤처 눈독]
- 게임·화장품서 다방면으로 확대
운용액 2조원 육박 DT캐피털, 지난달 비투링크에 상당액 투자… 내년 360억 규모 한국 펀드 조성
- 中 창업 열풍에 벤처캐피털 급증
작년에만 360만개 기업 탄생… 벤처펀드 올 3분기 작년 2배 2조
- 中자본 유입엔 평가 엇갈려
"파트너 확보, 판로 개척에 도움" "검은돈의 도피처로 악용될 우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있는 창업 지원기관 디캠프(D.CAMP)에서는 중국 벤처캐피털(VC·창업투자사) 업체 DT캐피털이 주최한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 DT캐피털은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운용하는 자금이 총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회사다. 국내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DT캐피털 측은 "내년에 2억 위안(약 36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한국 인터넷·모바일 기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한 중국 자본은 유명 기업은 물론이고 소규모 스타트업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다. 투자 대상도 게임 등 특정 분야에서 벗어나 화장품·유아용품·전자상거래 등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 투자 확대하는 中 벤처캐피털
영상 특수효과 업체인 덱스터는 지난 7월 중국 PC 제조업체 레노버 계열사인 레전드캐피털 등으로부터 1100만달러(127억71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덱스터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의 히트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2011년에 창업한 회사다. 외국에 맡기면 수백억원의 비용이 드는 특수효과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인데 중국 자본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레전드캐피털은 이 회사가 추진 중인 코스닥 상장이 이뤄지면 상당한 투자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만 360만개의 기업이 새로 생겨나는 등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신생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현지 벤처캐피털이 조성하는 신규 펀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미국 금융 정보 제공업체 다우존스에 따르면 올 3분기에 중국 벤처캐피털이 새로 만든 투자 펀드의 총액은 16억7000만달러(약 1조9388억원)로, 지난해 3분기(약 8억4000만달러)의 2배로 늘었다.
◇의류·화장품 등 한류 프리미엄 기대
중국 벤처캐피털 자금은 자국 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 구호를 내걸고 해외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특성상 자국 증시 상장 등을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증시가 폭락하자 "주식 유통량 증가에 따른 추가 하락을 막겠다"며 28개 기업의 기업공개(IPO) 절차를 전격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의 매력은 한국 의류나 화장품 등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첫째로 꼽힌다.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의 스타트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된 경우가 많고, 대부분 중국 진출을 노린다는 점에서 투자 협상이 원활히 진행된다는 장점도 있다.
DT캐피털의 쉬제(許捷) 파트너는 "일본 스타트업이 대부분 미국 시장을 노리는 데 비해 한국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이 많은 편"이라며 "우리도 투자 대상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암 엇갈리는 중국 자본 투자
한국 스타트업도 중국 자본을 우호세력으로 삼을 경우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지만 정부 규제 등이 까다로워 외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인력·자금 사정이 빠듯한 스타트업으로서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투자 파트너를 확보하면 판로 개척 등에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것처럼, 중국의 투자를 받으면 중국 사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무작정 투자받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 정유신 교수는 "중국 자본의 해외 투자가 부패 자금이나 투기 자금 등 '검은돈'의 도피 경로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지속적인 단속이 이루어진다고는 해도 100%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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