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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택시 절반 굴리는 '초이스택시'… 사장님은 한국인

화이트보스 2015. 12. 26. 11:24

프놈펜 택시 절반 굴리는 '초이스택시'… 사장님은 한국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에는 500대의 택시가 있다. 이 가운데 250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초이스(Choice)'택시이고 150대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글로벌' 택시, 나머지 100대는 당국…

입력 : 2015.12.26 08:53

[최대용 '초이스택시' 사장의 성공 스토리]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에는 500대의 택시가 있다. 이 가운데 250대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초이스(Choice)'택시이고 150대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글로벌' 택시, 나머지 100대는 당국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택시다. 초이스택시는 재작년 시내버스 독점 운영권까지 확보했고 트럭 물류 사업도 시작했다. 중국과 일본, 미국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 이 나라에서 초이스택시는 어떻게 성공적으로 정착했을까.

캄보디아 '택시왕' 최대용(왼쪽 사진) 사장은 재작년 프놈펜 시내버스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고, 트럭 운송 사업도 시작했다. 다른 직장인보다 수입이 많은 포이스택시 운전기사들은 "우리는 캄보디아 1등 신랑감"이라고 했고, 최 사장은 "전 직원을 캄보디아 중산층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최 사장은 급한 출장으로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지 못했다. /김종호기자, 프놈펜(캄보디아)=강훈 기자

캄보디아 1등 신랑감은 운전기사,
한 달 수입이 대졸신입의 5배 달해

프놈펜 택시 절반 한국인이 운영

지난 21일 오후 프놈펜 왕궁 근처 '데자부'라는 카페에서 콜센터를 통해 초이스택시를 불렀다. 노란색으로 단장한 택시가 5분 만에 도착했다. 운전기사 타웅사운(37)씨는 "한 달 수입이 500달러쯤 된다. 1000달러를 버는 동료도 있다"면서 "초이스택시 기사는 1등 신랑감이고 젊은이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했다. 작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GDP) 1105달러인 캄보디아의 대졸자 초임은 기껏해야 월 150~200달러다. 초이스택시 최대용(52) 사장은 "직원들을 모두 이 나라 중산층으로 만들 계획"이라면서 "우리나라도 1960~70년대 한때 택시기사가 선망의 직장이었지 않으냐"고 했다. 현재 초이스택시엔 택시기사와 사무직원 등 현지인 400명이 근무 중이며 한국인은 최 사장과 차량 정비를 담당하는 황병형(46) 이사 두 명이 있다.

7년 전만 해도 캄보디아엔 택시나 시내버스가 없었다. 오토바이 뒤에 4인승 수레를 단 '툭툭'이나 오토바이로 승객을 태우는 '모토'가 택시·버스 역할을 했다. 자가용이 불법 영업하는 속칭 '나라시'나 공항에서만 영업하는 공항택시가 수십대 있었을 뿐, 일반 택시나 버스는 다니지 않았다. 툭툭은 기사와 손님 흥정으로 요금이 정해져 캄보디아를 찾은 외국인이면 한 번씩 바가지를 쓰게 마련이다. 기자도 첫날 6달러에 툭툭을 타고 간 곳에 사흘 뒤엔 3달러 주고 갔다. 인구 200만명의 프놈펜에만 1만대의 툭툭이 있다.

그런 캄보디아는 2009년 처음으로 수도 프놈펜에 미터기로 요금을 받는 현대화된 택시를 도입했다. 첫 사업권은 중국인이 가져갔다. 그러나 중국계 택시는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중국 승용차를 수입·운행하면서 고장이 잦았고, 기사들이 불친절해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에게도 외면당했다고 한다. 그 틈을 비집고 초이스택시는 프놈펜시에 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한국의 첨단 대중교통 시스템과 현지 공무원들의 새마을운동 배우기 열풍에 힘입어 사업권을 획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이스택시의 정착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운전면허 소지자를 찾기가 어려웠고, 그렇게 뽑은 운전기사 역시 서비스 마인드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대부분 시내 지리를 모를 뿐 아니라, 동남아 특유의 '느긋함'으로 부지런한 직원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국민 10명 중 9명이 평생 고향에서 50㎞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초이스택시는 기사가 운전대를 잡기 전에 친절 교육을 먼저 시켰고, 수시로 전 직원을 상대로 서비스 정신을 강조시켰다. 최 사장은 "서비스 정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택시로 알려진 일본 'MK'를 모델로 삼았고, 회사 운영은 우리나라 택시운영 방식을 기준 삼았다"고 했다. 초이스택시는 사업 초기 '바가지 요금 없는 택시'란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차량 외부에 붙였다. 손님에게 깔끔하고 산뜻한 인상을 주기 위해 모든 기사들은 택시 색깔과 같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어야 하고 이를 어기는 기사에겐 벌금을 물렸다. 두 번 적발 때까진 벌금 3달러씩을 내지만, 세 번째 적발되면 운전대를 못 잡게 대기 발령을 낸다고 한다.

캄보디아 택시 사진. /프놈펜(캄보디아) 강훈 기자

월급제 운영했더니 너나없이 놀아,
심야 순찰은 사장의 주된 임무

현지화 전략으로 선택받았다

초이스택시는 모든 택시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아 사무실에서 모든 차량을 관리하고 있다.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아 손님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와 연결을 시키기 위해 도입했지만, GPS는 직원 관리에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 사장은 "여러 대가 똑같은 위치에서 한두 시간 꼼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가서 보면 대부분 기사끼리 모여 앉아 노름을 하고 있었다"면서 "밤늦게까지 순찰하는 게 사장의 주된 임무 중 하나"라고 했다.

초이스택시는 초기엔 월급제로 운영하다 지금은 사납금제로 운영한다. 월급에 인센티브를 얹어줘도 놀려는 기사들이 자꾸 생겨,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초과 수입을 기사가 모두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수 직원에겐 택시 소유권을 아예 넘겨주고 브랜드 이용료만 받을 계획이다. 국민성에 맞춰 근로 의욕을 자극하는 현지화 경영전략인 셈이다. 중국산 차량을 사용하는 중국계 택시와 달리 현대·기아차를 사용하는 것도 초이스택시의 강점이다. 초이스택시는 주력 모델이 현대 아반떼와 쏘나타로 도로가 험한 캄보디아에서도 어지간하면 고장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프놈펜 택시 요금은 이 나라 소득 수준에 비하면 결코 싼 편이 아니다. 기본 요금은 1달러로 시작하지만 탑승 시간과 거리가 길어질수록 요금이 많이 올라 우리나라 택시 요금의 70%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택시 경쟁 대상인 툭툭은 에어컨이 없고 비를 제대로 막지 못하지만 단거리 요금은 오히려 더 비싸 택시 사업성은 아직은 충분한 편이다. 초이스택시 고객은 초기에 한국인 관광객과 교민이 80%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현지인과 외국인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최 사장은 "안전하고 친절한 이미지가 부각돼 외국계 회사들의 주재원 출장과 출퇴근용으로 장기 계약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 현지인도 툭툭 대신 초이스를 찾고 있다"고 했다. 3년 전부터는 외국계 항공사와 LG 등 글로벌기업이 초이스택시 외관에 이미지 광고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 유행한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에서 힌트를 얻어 콜센터 번호를 '010-888-000'으로 정한 것도 현지에서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재작년 프놈펜 당국은 택시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초이스택시에 시내버스 독점 사업권까지 맡겼다. 하지만 초이스택시 측은 아직 시내버스 수익 모델이 택시보다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사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초이스택시는 최근 프놈펜과 최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을 잇는 트럭 운송 사업도 시작했다.

최대용 초이스택시 사장. /연합뉴스

중국의 기득권, 일본의 진출도전,
한·중·일 삼국지가 될 수도…

중국·일본과 치열한 경쟁

초이스택시의 앞날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후발 주자에게 선두 자리를 빼 앗긴 중국계 회사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초이스택시처럼 기사들 상대로 친절 교육을 강화하고 차량 수도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다. 사업권을 받을 당시 중국계와 초이스택시는 최대 300대 같은 대수의 운행 허가를 받았다. 중국계 택시는 그동안 영업이 잘 되지 않아 증차를 미뤘으나 최근 자본력을 앞세워 차량을 계속 들여오고 있다.

일본도 최근 캄보디아 대중교통 사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 일본업체는 최근 일본에도 사업권을 달라고 했으나 시 당국이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국제협력기구(JAICA)가 지난 10년 동안 캄보디아 대중교통사업 타당성을 정밀 조사하는 등 여객운송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 캄보디아 운송사업을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 사장은 그러나 "잘되는 일도 없지만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가 캄보디아"라면서 "온갖 악조건에도 성실함과 유연함을 발휘하는 특유의 한국인들에겐 오히려 사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젊고 유능한 공무원을 중심으로 국가 개발 욕구가 강해 한국을 발전모델로 삼는 것도 한국 기업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최 사장은 수시로 캄보디아 교통 분야 공무원들에게 한국 연수 기회를 제공해 '지한파'(知韓派)를 키우고 있다. 그는 프놈펜과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부산시의 해외통상 자문위원을 맡아 두 도시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부산 해동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최 사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능률협회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년 전 베트남에 진출했다. 가구, 농산물, 중고차 무역은 물론 제조업과 식당을 하며 성공과 좌절을 반복했다고 한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버스로 6시간 걸리는 프놈펜을 수십 번 다니다 택시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최 사장의 꿈은 '초이스 인도차이나'이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그 주변국인 베트남, 미얀마, 태국, 라오스 등을 택시, 버스, 트럭으로 연결하는 종합물류운송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초이스'는 최 사장의 성과 영어 단어 '선택'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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