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생체인증' 기술, 안전한 걸까?

화이트보스 2016. 1. 8. 17:01

내 몸이 비밀번호가 되는 '생체인증' 기술, 안전한 걸까?

특수 요원이 눈(目)을 카메라에 갖다대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은행 자동화기기에 손을 갖다대면 정맥인증을 통해 본인 확인이 완료된다. 첩보 영화나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현실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내 몸이 나를 인증하는 생체인증(biometrics).
어디까지 왔고, 장단점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 구성=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6.01.08 08:22

지식 습득, 건강 체크, 사회생활, 쇼핑, 금융거래… 스마트폰이나 PC 등 온라인으로 일상생활을 해결하는 시대다. 그래도 어쩐지 쇼핑이나 금융거래를 할 때면 개인 정보 유출이나 겹겹이 막아둔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나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는 이런 개인 인증 및 보안 문제가 조금 더 간편하고 안전해질 것 같다. 바로 개인 신체를 이용한 생체인증 기술 덕이다.

생체 인증이란 사람의 신체적·행동적 특징을 활용해 개인을 식별하거나 인증하는 기술이다. 지문, 홍채, 망막, 정맥 등 사람이 가진 선천적인 특징을 이용하는 방식이나 목소리, 표정, 필체 등의 후천적인 특징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사람마다 제각각인 생체 정보를 본인 확인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보안이 뛰어난 것은 물론 통장이나 카드 혹은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어 편의성도 뛰어나다. 특히 올 하반기 출범할 인터넷 전문 은행이 생체 정보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은행들도 인터넷 은행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놓칠 수 없는 분야가 됐다.

"손바닥 인증으로 돈 찾는다" 신한銀 첫 비대면 통장개설·무인 점포 오픈
손바닥 핏줄로 본인확인 끝…생체 본인인증 수단 살펴보니
/조선DB
생체 정보 인식 기술

생체 정보를 이용하는 가장 전통적인 기술 방식은 '지문 인식'이다. 전 세계 생체 인증 시장의 66%를 차지할 정도다. 지문 인식은 인식 방법에 따라 피부 표면이 전기를 품는 차이를 인식하는 정전 용량 방식, 지문에 빛을 쏴 반사된 모습으로 지문을 인식하는 광학 방식 등이 있다. 통념적으로는 지문의 모양이 다르니까 구분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전 용량 방식이 소형화가 가능한 데다 대량생산이 쉽고 저렴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땀이나 물기가 손가락에 묻어 있는 경우 인식이 잘 되지 않고, 여러 사람이 손을 접촉한 곳에 손가락을 댄다는 불쾌감, 지문이 닳아 없어진 사람이나 엄지나 검지 등 특정 손가락이 없는 사람의 경우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홍채 인식'은 눈 중앙의 검은 동공과 흰자위 사이에 존재하는 도넛 모양의 홍채를 이용해 사용자를 구별하는 기술이다. 일란성 쌍둥이도 홍채의 형태가 다르고, 통계적으로도 유전자(DNA) 분석보다 더 정확하게 개인을 식별해낸다고 알려져 있다. 콘택트렌즈나 안경을 착용해도 인식이 가능한 데다 눈을 기계에 접촉하지 않아도 돼 위생적이다. 그러나 눈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은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도 홍채,
손바닥 정맥은 달라

'정맥 인식'은 사람마다 혈관 형태가 고유하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다. 정맥 인식은 혈관 인식 위치에 따라 손가락 정맥, 손등 정맥, 손바닥 정맥 등으로 세분되어 있는데, 적외선이 혈관 속의 헤모글로빈에 흡수되는 성질을 이용해 정맥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혈관 역시 일란성 쌍둥이도 형태가 달라 정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지문이나 안구 등 표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생체 정보보다 보안성이 높다. ▶기사 더보기

전체 생체 인식 기술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안면 인식은 눈썹 간 거리, 얼굴 뼈 돌출 정도 등 특징을 통해 사용자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다른 기술과 달리 기기에 바짝 접촉하지 않아도 인식이 가능해 편리하다. 하지만 현재는 안경 쓴 얼굴과 안 쓴 얼굴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등 세세한 얼굴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생체 인식 기술은 주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밀한 신체 정보를 확인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최근 10년 사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렌즈 기술이 급성장해 생체 인식 기술을 적용하기가 쉬워졌다.
인식한 생체 정보를 비교·분석하는 기술도 발전했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술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스마트폰 지도에 표시해주는 기술, QR 코드를 읽고 저장 정보를 확인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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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인증 기술의 적용

/신한은행 제공

애플은 애플페이에 '터치ID'라는 지문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지문 인식 칩을 개발중으로 차기 스마트폰에 적용해 홈 버튼이 곧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에 공개한 Window10에서 지문, 홍채, 얼굴 등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윈도우 헬로우' 기능을 적용했다. 아마존은 귀로 스마트폰 잠금 해제 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야후는 스마트폰 화면에 귀, 주먹, 손바닥, 손가락을 대고 누르면 이를 인증하는 '바디프린트'라는 앱을 개발했다. 中 알리바바는 '세빗(CeBIT) 2015'에서 얼굴인식을 통한 결제 서비스 '스마일 투 페이'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벤처 회사 바이오님(Bionym)에서는 웨어러블 스마트 팔찌를 이용해 심전도를 통해 본인 인증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은 정맥인증을 적용해 본인 인증을 하는 '디지털 키오스크'를 선보였고, 기업은행은 '홍채 인증 ATM'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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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인증 기술의 미래


핀테크,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헬스케어 등 ICT산업이 크게 확대되면서, 생체인증은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글로벌 ICT 및 유통업체들이 생체인증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생체인증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2012년 14억8000만달러(약 1조5100억원)였던 세계 생체 인식 시장은 2019년 61억5000만달러(약 6조28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2008년 711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생체 인식 기술 시장 규모는 2013년 1591억원으로 급증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스마트융합디자인연구소)는 "생체 인식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결합한 신기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체 정보 이용, 편리하긴 하지만

정맥인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모습./블룸버그

기술적인 보완 이외에 이용자의 심리적인 거부감을 낮추는 것도 생체 인증 기술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권에서 생체 정보를 이용해 본인 인증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우리은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지문을 이용해 계좌 조회와 이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이내 사라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설치·유지 비용은 많이 드는데 이용률은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라며 "생체 정보를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는 데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 때문에 이용이 저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생체 인증을 위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신용카드번호, 통장번호, 비밀번호 등은 유출되더라도 바꿀 수 있지만, 손바닥 정맥 지도 정보, 홍채, 지문 등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유출 사고가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다. 현재까지 생체 정보가 도용돼 실제로 활용된 경우는 없지만, 유출된 생체 정보가 해킹 기술 발전 등으로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는 서버에서 560만개의 지문을 도난당했다고 시인하는 등 생체 정보 자체가 유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 정훈 연구위원은 "신규 거래 시 개인의 지문이나 기타 생체 정보를 금융회사에 등록해야 한다는 심리적 거부감과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서 "무엇보다 생체 인식 정보의 '수집-관리-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철저한 모습을 보여 이용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