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한국 부모들, 자식한테 뭘 해주지 좀 마세요"

화이트보스 2016. 1. 11. 15:50

한국 부모들, 자식한테 뭘 해주지 좀 마세요"

실시간 트렌드 뉴스 순위 707
인쇄기사 보관함(스크랩)
메리츠자산운용 본사는 서울 종로구 북촌에 있다. 2014년 취임한 존 리 대표가 “선수들끼리 모여 있으면 생각이 왜곡될 수 있다”며 여의도에서 사옥을 이전한 것이다. 감사원 앞 북악산 자락이 내다보이는 이 건물에서 존 리 대표는 업계 꼴찌였던 회사를 확 바꿔놨다.

 메리츠운용은 2015년도 중앙일보 펀드평가에서 수익률 21.86%로 운용사별 수익률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출퇴근 시간도 직원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결재 보고서도 없다. “성과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존 리 대표의 지론 때문이다. 지난 8일 도심보다 더 추웠던 메리츠운용 본사에서 리 대표를 만났다. [글·정리=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기사 이미지

메리츠화재는 출퇴근 시간도 직원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결재 보고서도 없다. "성과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존 리 대표의 지론 때문이다. [사진 중앙포토]

 
질의 :중국ㆍ 중동ㆍ북한 등 연초부터 악재가 쏟아지는데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응답 :“그런 악재 때문에 주식을 사고 팔고 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예요. 항상 이런 일은 있었어요. 외환위기도 있었고 2008년 금융위기도 있었죠. 날씨로 치면 눈보라가 치는 거예요. 눈보라 치면 짓던 집을 안 지을 거예요? 그냥 지나가는 거예요. 이럴 땐 주식을 사야되는 거죠. 잘 생각해 보세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왜 이런 걸 예측을 못했을까요? 대부분 현상을 놓고 말들이 많은 거예요. 유가도 마찬가지죠. 불과 2년 전만 해도 골드만삭스가 유가 200달러 간다고 했어요. 현상에 대해서 말하는 건 소용이 없어요. 우리 입장에선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중국 같은 문제 때문에 장사가 안되기 시작했느냐, 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러면 고려를 해야죠.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요. 내가 미국에서 코리아펀드 할 때 한국에 외환위기가 터졌어요. 그래서 한국 시중은행에는 투자를 안 했죠. 기업들이 망하고 심각한 대출상환 문제가 생겼으니까. 그렇지만 한국에 투자를 안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어요. 항상 한국에 투자했죠. 많은 사람들이 외환위기가 닥치니까 돈을 빼야하느니 하면서 도망갔어요. 그러면 안돼요. 오히려 그럴 때 더 사야해요.”
질의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하루하루 오르고 내리는 게 겁이 나죠. 돈도 많이 없는데.
응답 :“월급의 5~10%를 계속 투자해야죠. 여유자금으로 어떤 일이 와도 투자를 해야되는 거죠. 커피 사 마실 돈, 외제차 살 돈으로 투자하는 거죠. 오히려 좋은 일이죠. 공포가 있을 때 주식이 싸잖아요. 내가 투자한 회사가 도망가지 않고 망하지 않는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중국은 너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북한 문제도 불거질 때마다 항상 buying time(주식을 사야할 시간)이예요. 정치적인 이슈로 주가가 빠지면 항상 buying time이죠. 경제 외적인 걸로 빠지는 건 투자자 입장에선 좋은 거예요.”
질의 :지난 4일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출시하셨더라고요.
응답 :“평범한 생각으로 했습니다.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일 거냐. 세계의 흐름은 사람이 오래 산다는 거죠. 개발도상국의 소득 수준도 높아지고 있어요. 다들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한죠. 그 규모가 엄청나요. 거기에 우리의 노후를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중국도 하고 동남아도 하고 다양하게 해야겠죠.”
질의 :해외펀드도 낼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응답 :“그렇다. 그런데 그것들은 바이오에 국한된 건 아니고 여러가지를 할 거예요. 한국도 굳이 모든 걸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투자를 해서 이익을 보는 게 중요해요. 해외 기업에 투자하고 M&A를 해야 한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할 거예요. 그 다음에 몇 가지 아이디어가 더 있는데 헤지펀드는 아니더라도 해외에 높은 이자율을 가진 채권펀드, 하이일드라고 하죠. 그런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한국 사람이면 내 노후를 어떻게 준비할까, 거기서 시작하는거예요. 미국 사람들이 노후 준비하는 것처럼 한국도 그렇게 해야한다, 그런 관점이죠. 한국은 유동성, 그러니까 자금이 많아요. 외부에 투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질의 :메리츠 펀드 작년 하반기 수익률이 떨어졌는데요.
응답 :“하하. 거기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Nothing I can do. 우리는 기업을 보고 투자한 거예요. 장기적으로 보면 언제든지 빠질 수가 있죠. 그런거 걱정하려면 우리 펀드 들어오면 안돼요. 우리는 (한번 산 주식은) 거의 안 팔아요. 살 때 이유가 있는 것처럼 팔 때도 이유가 있어야 파는 거예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나 10% 벌었으니까’ 뭐 이러면서 팔아요. 제일 잘못된 거예요. 내가 얼만큼 벌어서 파는 게 아니라 내가 살 때 이 회사를 산 이유가 있을 것 아니예요? 경쟁력이 있다든가, 지배구조가 좋다든가. 팔 때도 똑같은 그만한 이유로 팔아야 해요. 아, 내가 지배구조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더라, 이런 이유 말이죠. 그런데 물론 갑자기 5배가 올랐다, 그럼 팔아야죠. 하하”
질의 :펀드를 고를 때 뭘 보고 골라야 하나요.
응답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 않아야 해요. 사고 파는 것도 별로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와 도박의 차이죠. 투자는 내가 그 회사에 투자해서 오랫동안 투자했더니 큰 돈 벌더라, 이런 것이고, 사고 팔고 하는 건 도박에 가깝죠.”
질의 :그럼 당신의 투자철학은 뭔가요.
응답 :“내 투자철학보다 난 미국에서 그렇게 훈련 받았어요. 내 옆 방에 있던 사람은 장기투자 관점에서 나보다 더 심했어요. 주식을 파는 순간 팔지 말았어야 한다고 후회합니다. 정말 좋은 주식은 평생 팔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아들한테 물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삼성전자 20년 전에 1만원 했던 게 지금 100만원 되듯이 그게 주식이예요. 그 회사와 나는 동업자예요. 동업잔데 왜 사고 팔아요. 잘못 됐다면 네가 잘못 고른 거예요. 그 정도까지 심한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은 좀 극단적인 사례지만 근본적인 개념은 똑같아요.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그냥 이런 게 아니라 장기투자가 아니면 돈을 벌 수 없다는 겁니다. 왜냐면 사람이기 때문에 맞힐 수가 없다는 거예요.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 올해 연초부터 중국이 7%씩 빠질 줄 누가 알았어요. 그걸 맞히려고 하는 게 바보예요. 내 노후대비 자금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해야 하고 시장과 거리를 두는 게 좋아요. 어차피 내가 20년 후에 찾을 건데 오늘 7% 빠지면 어때요. 내가 투자한 회사가 건실한가만 보면 되요.”
질의 :‘돈이 일하게 해라’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으시던데요.
응답 :“내가 한국와서 생각한 게 ‘65세 이상 빈곤율이 왜 높을까.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미국과 다른 게 노동만 배우고 자본이란 걸 안 배운 것 같아요. 노동,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면 노후가 잘 되겠지’ 하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노동과 자본은 같이 일해야 합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노동과 자본을 극대화 시켜야 해요. 한국 월급쟁이들 왜 늙어서 돈이 없나 보니까 주식투자를 안해서 그래요. 세금이라고 생각하고 강제로 할 필요가 있어요. 월급의 5~10%는 노후를 위한 돈이다, 생각하고 해야 해요. 나도 401(k)(미국의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 가입돼 있지만 미국 개인연금의 50%는 주식이예요. 한국은 2% 밖에 안돼요. 주식투자한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큰일난다. 너 그런거 건드리지 마라’라고 해요. 사실 땅보다 주식이 훨씬 많이 올랐어요. 종목별로 보면 그렇죠. 꾸준히 투자하면, 20년을 보고 투자하면 돼요. 또 그렇게 하다보면 쓸데없는 돈을 안 쓰게 되죠. 과외비? 난 그거 너무 아까워요. 시대가 변해서 아이가 과외한다고 공부 잘 한다는 보장도 없고,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죠. 그 돈으로 그 아이가 대학 들어갈 때까지 주식투자해서 돈으로 주면 아마 그걸로 창업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안정적인 투자? 그게 안정적이지가 않아요! 안전하려면 집에만 있어야죠, 밖에 나가면 차에 치일 확률도 있으니까. 집에 가만히 있으면 굶어죽을 가능성이 더 크죠.”
질의 :직급제와 보고서를 없앴는데요.
응답 :“내가 특별히 잘 났다기 보다 미국에서 하던거 배워서 벤치마킹하는 과정이예요. 스커더의 기업문화는 직원들을 해피하게 해야 된다는 그런 게 박혀 있었어요. 거기 사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어려운 결정을 내릴때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쉽다.” 고객을 빠뜨리고 자기 입장에서, 회사 조직 내부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우리가 어떤 회사를 고르느냐 찾느냐’가 제일 중요하죠. 나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난 여기서 메리츠그룹 일은 안해요. 고객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보고하고 보고받고 하는 것도 다 권위주의예요. 그냥 e-메일로 알리면 될 일을 권위를 부리려고 갖고 오라 그러는 것 아닌가요? 결정을 빨리 할 수 있는데 무슨 보고를 올린다고 폰트를 맞추고.. 다 쓸데없는 일이죠. 그런걸 왜 21세기에 합니까. 우리는 보고서 없애고 50%의 일은 없어진 것 같아요. 본연의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죠.”
질의 :대학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셨죠.
응답 :“믿는 구석은 있었어요. 큰 누나가 미국에서 의사여서 부자였죠. 객기도 있었겠죠. 미쳤죠, 그 시절(1980년)에. 좀 큰 물에서 놀고 싶었던 게 있었고. 그리고 월급쟁이가 되는 건 정말 싫었어요. 나는 기본적으로 단체생활이 너무 싫어요. 한 회사에 20년씩 다닌다는 것도 끔찍했어요. 내 인생이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처럼 되는 게 너무 싫었죠. 그래서 미국 갔는데 후회도 많이 했어요. 너무 준비를 안하고 갔으니까. 미국에서 대학 다니면서 전전한 아르바이트를 따져보니까 30개가 넘어요. 난 누나를 믿었죠. 집 안에 테니스장, 실내수영장 있는 집에서 살았으니까요. 와, 이게 아메리칸 드림이구나 했죠. 그래서 큰 누나가 내 대학 등록금 내줄줄 알았어요. 뉴욕대(NYU) 합격해서 등록금 나왔다고 고지서를 딱 주니까 누나가 날 쳐다보면서 ‘그걸 왜 내가 내줘야 되니?’ 이러더라고요. 우리 누나는 이미 미국 사람이 된 거예요. 내가 충격을 먹었어요. 아, 괜히 왔나보다 하고.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진짜 바닥부터 전전했죠.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죠. 영어도 못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제일 좋았어요. 미국 갈 결정을 안했다면 그 시절에 미국의 선진 금융을 배울 기회가 없었겠죠. 그리고 선구자랄까 뛰어나고 앞선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너무 감사하고. 이렇게 한국에 와서 내가 배운 걸 얘기할 수 있고. 여러가지로 감사하죠. 그런데 만약 그때 누나가 등록금을 내줬으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못 있었을 것 같아요. 내가 한국 와서 부모들한테 얘기하는 게 자식한테 좀 해 주지 마라. 자식한테 과외하고 돈 쓰는 순간 그 애의 인생 경쟁력은 떨어지는 거예요. 자기는 또 노후 준비가 안돼 있고. 왜 노후를 그런 식으로 바꿉니까. 애가 잘만 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애가 잘못될 확률이 더 커요. 그 돈으로 주식 투자하고 돈을 불리면 국가도 좋아요. 지금 국민연금 부족하지 않나요? 노인 빈곤 늘어나는데 이제 어떡할 건가요?”

DA 300



[출처: 중앙일보] [존 리 인터뷰] "한국 부모들, 자식한테 뭘 해주지 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