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개 팔자가 상팔자'

화이트보스 2016. 1. 28. 14:30

TV보고, 운동량 체크에 유치원까지 다녀? '개 팔자가 상팔자'

입력 : 2016.01.28 14:03

경기도 성남에 사는 A(28)씨는 작년 10월 자신이 키우는 푸들 ‘다미’를 데리고 판교의 한 애견카페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 참석했다. 주인과 애완견 모두 가면 등으로 변장한 모습이었다. 이 카페는 평소엔 ‘강아지 유치원’으로 운영한다. 평일에는 A씨가 출근을 하기 때문에 통원 버스가 집 근처로 와 다미를 데리고 간다.

A씨는 다미를 집에 혼자 남겨둬야 할 때엔 애견 전용 TV ‘도그TV’를 보여준다. A씨는 “다미가 화면 속에서 자기와 똑 닮은 푸들이 공놀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며 “강아지를 혼자 두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있고,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유치원비 35만원에 사료비·의류비·간식·진료비 등 한 달에 강아지에 쓰는 비용이 50만원에 육박하지만, “이 정도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애견 전용 TV ‘도그TV'. /CJ헬로비전 제공

10년 전 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지난해 1조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국내 영유아 사교육 시장 규모(2조7000억원)를 따라잡을 추세이다. 국내 1~2인 가구의 16%, 인구로는 10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류도 개와 고양이 외에 뱀, 이구아나, 열대어, 거미, 페렛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업계에서는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6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내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은 ‘반려동물 전용관’을 따로 운영한다. 2~3년 전부터 이마트는 '몰리스펫샵', 롯데마트는 '펫가든', 홈플러스는 '아이러브펫'을 운영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 2014년 반려동물 전용관을 따로 개설한 이후 관련 매출이 200%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티몬의 반려동물 전용관. /티몬 홈페이지 캡쳐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럭셔리 시장’이 따로 만들어지는 추세이다. 불황(不況)에도 자녀를 위한 지출을 줄이지 않는 사람들처럼 반려동물을 위해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홍삼액을 함유한 반려동물 건강식 ‘지니펫’을 출시했다. 인삼공사가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선보인 첫 동물 전용 인삼 제품이다. 기본식 유기농 제품이 1.2kg에 2만2000원인데 출시 3개월 만에 1만 세트가 넘게 팔렸다.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고급 반려동물 브랜드 ‘루이독’은 캐시미어 소재로 만든 의류와 애견용품을 판매한다. 수입 원단으로 만들어진 강아지 침대의 가격은 약 35만원인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이다.

이 밖에 반려동물 호텔, 스파, 생일케이크, 장례 서비스 등 사람이 누릴 만한 서비스는 거의 다 찾아볼 수 있다.
반려견의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 수면량을 측정하는 SK텔레콤의 목걸이형 스마트 기기 ‘펫핏. /SK텔레콤 제공
반려동물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IT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반려견의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 수면량을 확인해주는 목걸이형 스마트 기기 ‘펫핏’을 출시했다. 사람들이 팔목에 차는 스마트 밴드로 운동량을 측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LG유플러스도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반려동물 전용 서비스인 ‘펫스테이션’과 ‘스타워크’ 로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격으로 집에 있는 반려견에게 사료를 줄 수 있으며, 운동량도 측정할 수 있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20~30대 층의 1인 가구 증가, 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할 전망”이라며 “앞으로 반려동물 관련 의약품, 고급 사료, ICT 서비스 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