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민족사의 재발견

김세곤 원장의 남도일보 칼럼‘맹자’의 민본과 방벌

화이트보스 2016. 1. 14. 16:21

김세곤 원장의 남도일보 칼럼‘맹자’의 민본과 방벌(放伐)

오치남 기자  |  oc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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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3  09: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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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민본과 방벌(放伐)

< 김세곤 칼럼>

< 맹자> 책을 다시 읽었다. ‘민본(民本)’과 ‘방벌(放伐)’에 대하여 정독하였다.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맹자(BC 372∼289)는 ‘백성이 근본(民本)’이라고 외쳤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하찮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군주가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갈아치우고,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냈는데도 가뭄과 장마가 그치지 않으면 사직단을 헐어버린다. 그러나 백성은 갈아치울 수가 없는 것이다.” (<맹자> ‘진심 하’)

마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읽는 기분이다. “헌법 제1조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 국민은 갈아치울 수 없지만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뀐다. 국민은 바꿀 수 없지만 국회의원은 선거로 바꿀 수 있다.

군주의 힘이 막강한 전국시대에 ‘백성이 근본’이라는 맹자의 생각은 가히 진보적이다.

그런데 맹자는 이에 머물지 않는다. 과감하게 ‘방벌론(放伐論)’을 이야기한다.

제선왕이 맹자에게 “탕왕(湯王)이 걸왕(傑王)을 추방하고 무왕(武王)이 주왕(紂王)을 정벌했다는데 사실입니까?” 라고 물었다. 맹자는 “전해오는 기록에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제선왕이 다시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옳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인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한 사람을 일개 무도(無道)한 사나이라고 합니다. 한낱 사나이에 불과한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맹자> ‘양혜왕 하’)

기원전 17세기에 탕왕은 하나라 걸왕을 추방하여 은나라를 세웠고, 기원전 11세기에 무왕은 은나라 폭군 주왕을 죽이고 주나라를 세웠다.

적(賊)은 흉폭한 것, 잔(殘)은 잔학한 것을 의미하는 한자(漢字)이다. 인의(仁義)를 해치는 잔적한 폭군은 일개 필부(匹夫)에 지나지 않으니 처벌해도 무방하다는 맹자의 <방벌론>, 즉 혁명론은 매우 급진적이다.

이런 <맹자>책을 역대 군주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특히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1328∼1398)은 <맹자>를 금서로 만들었다. 과거시험에서 <맹자>를 뺐으나, 신하들의 간곡한 상소로 어쩔 수 없이 민본 관련부분을 삭제하고 분량도 3분의 1쯤 줄여 <맹자절문(孟子節文)>을 만들어 과거시험 텍스트로 내놓았다.

일본 역시 <맹자>는 금단(禁斷)의 책이었다. 명나라 사조제가 쓴 <오잡조> 책에는 “왜놈들은 <맹자>는 사지 않는다. 풍설에 의하면 그 책을 싣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배는 모조리 전복되어 침몰한다고 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비하면 조선은 맹자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고려 말에 포은 정몽주(1337∼1392)는 경상도 영주에서 시묘살이를 하는 삼봉 정도전(1342∼1398)에게 <맹자> 책을 보냈다. 정도전은 <맹자>를 탐독했다. ‘방벌론’ 대목을 읽었을 때 그는 무릎을 쳤을 것이다. 역성혁명의 이론적 근거가 여기에 있었으니.

이후 혁명가 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와 이미 썩을 때로 썩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웠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유독 조선은 <맹자>가 존숭된 나라였다. 선비들은 의(義)를 중요시 여겼고, 정몽주·길재·김숙자·김종직·김굉필·조광조로 이어지는 도통(道統)도 <맹자>를 골격으로 한 것이었다.

더구나 조선의 신하들은 두 번이나 임금을 몰아냈다. 황음무도한 연산군, 인륜을 저버린 광해군이 추방되었다. 두 사람 모두 임금답지 않아서였다.

조선은 정말 대단한 나라였다. ‘민본’을 중시한 나라였으니. 일찍이 칼 찬 선비 남명 조식(1501∼1572)은 “임금은 하나의 쪽배와 같고 백성은 강물과 같아 강물이 노하면 쪽배는 산산조각이 난다”고 직언하였다.

“백성이 주인이다. 인의를 해치는 군주는 일개 필부(匹夫)”라는 맹자의 사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한민국의 주인들이여, 4월 총선에서 투표로 선거혁명을 이루자. 참정권을 포기하지 말자.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는 대한민국을 더욱 ‘헬조선’으로 만든다.<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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