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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장면./ TV조선 화면 |
위협은 은하 3호가 아니라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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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로켓발사 이후의 기류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로켓발사 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4차 북핵 실험에서 중요한 대목은 수소폭탄 여부가 아니라 핵탄두 소형화와 실전배치과정의 진전여부이다. 4차 핵실험 직후 북한은 정부성명을 통해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였다...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 사례 및 이후의 기술적 진보를 감안할 때 북한이 4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실전배치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국의 안보는 북한 핵 위협의 창 끝에 놓이게 된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에 대한 위협은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 로켓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거리 300km에서 1300km에 이르는 스커드 및 노동계열의 북한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들은 각각 수백기이상 북한군에 실전배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란 이라크전 및 걸프전에서 이미 실전경험을 거쳤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이 미사일의 대부분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며, 한반도 전역은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
북한이 이번에 실험한 은하 3호 로켓은 탄도미사일로 전환할 경우 미국 본토까지 도달 할 수 있는 ICBM급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은하 3호는 아직 개발 및 시험단계이며,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과 목표물까지 유도 등 고난도의 기술에는 근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한의 기술수준으로 미국 본토 위협 여부도 불확실하다. 문제는 은하 3호가 아니라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북한이 실전배치한 수백기의 핵탄두 탑재가능 미사일들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에 대해서도 우려해야 한다. 구 소련은 비교적 소형의 디젤잠수함 골프급의 함교에 SLBM 3기를 탑재했으며, 소련 붕괴후 북한은 미사일 발사장치 및 각종 도면이 남아있는 상태의 골프급 잠수함 수척을 고철로 도입했다. 북한이 골프급의 기술을 응용하여 건조중인 신형 신포급 잠수함은 소형이지만 최소 SLBM 1기의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SLBM 실험은 잠수함이 아닌 수중의 특정시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7년에 사정거리 3500km의 무수단을 시험발사없이 실전배치했으며, 이는 구 소련의 SLBM인 R27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무수단과 북한이 시험하고 있는 SLBM 북극성은 유사한 모델이다. 따라서 북한이 무수단을 SLBM 북극성으로 개량했으며, 전례로 보아 신포급잠수함의 건조완료와 동시에 시험발사 없이 SLBM을 실전배치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SLBM탑재 신포급 잠수함의 전력화는 예상보다 빠른 향후 1, 2년내 이루어 질 수도 있다. 신포급잠수함이 SLBM을 장착해도 미국과 러시아의 대형 핵잠수함에 비견될 수 없으나 한국의 킬체인과 사드의 억제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북핵위협에 대한 방어는 완전한 해법이 아니다
북핵위기가 고조될 때 마다 미국은 핵항모함대와 B52 전략폭격기의 전진배치로 한반도 방어의지를 과시해왔다. 북한의 로켓발사 이후 미국은 사드의 신속한 한국배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드의 한반도배치로 북핵위협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지만, 문제는 방어수단이라는 점이다. 또한 사드 배치는 북핵무기의 실전배치로 한국 안보가 위협에 처한 상황에 대응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대공방어체계인 패트리어트나 사드체계 모두 완벽한 요격이 불가능하다. 실전경험을 거친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수많은 개량을 거쳤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요격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드는 실전경험이 없다.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은 가상적국이 선제적으로 핵공격을 가해올 경우 이를 상당부분 방어하고 보다 많은 핵보복공격으로 적국을 초토화시킨다는 교리를 근거로 있다.
그러나 한반도와 같이 전장의 종심이 짦은 경우 이 같은 논리에 한계가 있다. 종심이 짧을 경우 탐지와 요격의 가능성이 낮고, 동시 요격 대상도 한정될 수 밖에 없다. 북한의 핵공격 상황을 가정했을때 대부분 요격에 성공해도 한 두발의 핵미사일을 막지 못하면 한반도 전체는 위협에 빠지게 된다. 한반도의 피할 수 없는 지정학적 한계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방어무기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를 두고 국내여론 및 미국과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외에는 없다.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견해차나 사드배치여부가 북핵 위협의 본질이 아니며, 이와 관련된 논의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소모적일 뿐이다.
북핵 위협의 현실화는 한국의 핵무장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대외교역의 1/4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실상 1위의 대중 투자국이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실질적인 우방이며, 한국에 대한 위협은 중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핵무기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안보에 대해 중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충분한 이유이다. 중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어려울 때 도와 주는 것이 친구”라는 언급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미동맹체제와 북핵위협속에서도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고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한 한국의 고뇌를 존중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한국전쟁이후 혈맹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한국인들은 핵으로 무장한 적대세력에게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방어수단은 핵무장 이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또한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미사일방어망의 구축에 비해 핵무장의 비용이 저렴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이 대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핵공격을 억지하는 최상의 방안은 핵무기라는 평범한 상식을 보여주고 있다.
약소국인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자극한 것도 적대관계인 인도의 선제적 핵무장이었다. MD나 사드는 미사일 방어체제이며, 근본적으로 핵위협을 해소해주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 핵위협이 현재화한 상황을 전제로 했을 때 성립되는 논리이다. 사드가 북핵위기를 본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 배치여부를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완벽한 미사일 요격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6자회담을 포함하여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북핵문제의 국제적 해법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북한이 수포폭탄이라고 주장하는 4차핵실험이었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다. 북한이 실전배치한 수백기의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능력을 확보하고, SLBM을 탑재한 신포급 잠수함이 동해를 휘젓고 다니는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이 미국과 중국에게만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북한핵위협이 현재화할 경우 한국내 핵무장론이 확산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이미 한국내 안보전문가와 여론주도층 등 일각에서 방어적 차원의 한국자체 핵보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동조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수준급의 원자력 기술, 실전배치 현무 1, 2, 3 등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의 기술을 고려할 때 자체핵무장은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게다가 한국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북핵위기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체핵보유론의 확산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국가든 차세대 정치지도자들이 국내정치적 요구의 유혹을 뿌리친 사례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선 경쟁의 본격화과정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거나 우호적 태도를 보이는 대권주자들의 등장을 예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국 핵무장론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익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북핵해법이 무력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핵무장론은 탄력을 받게 되며, 핵미사일 위협의 지척에 있는 수천만의 한국인들은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다. 북핵 위협의 직접적 대상은 워싱턴과 베이징의 시민이 아닌 서울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무장론은 동북아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국제질서의 책임있는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시급히 앞장서야 하는 이유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을 놓고 미국과 중국간에 이견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북핵 위기의 근본적 해소가 한반도의 안정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북핵위기는 미국과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확대하는 계기 또는 안보적 이해가 충돌하는 장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상황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북핵문제만큼은 신뢰를 형성하고 협력체제를 형성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의 의견을 신중하게 경청해야 함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실전배치된 북한의 핵무기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수는 없다”명제가 실현되는 상황을 원한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한국의 핵무장이 아니며, 완전하게 비핵화된 평화로운 한반도이다. 미국과 중국이 진정으로 헤아려야 할 일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