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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위기의 진짜 원인

화이트보스 2016. 2. 23. 14:23



국민의당 위기의 진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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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 정치부장

국민의당이 추락 위기에 직면했다. ‘새정치’를 약속했지만 기존 양당구도의 틈바구니에서 위상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를 기록했다. 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국민의당 부진의 핵심 이유는 ‘새정치’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창당 목표로 내세운 ‘새정치’는 막연하다. 중도진보나 보수 중 어디를 선택하겠다는 이념적 방향성도 없고 성장과 복지 중 무엇을 우선하겠다는 정책적 지향성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새정치’에 관심을 보인 것은 ‘구정치’에 대한 염증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이 국민에게 내세워야 할 것은 ‘뜬구름 잡는 이상정치’가 아니라 ‘구정치에 대한 철저하고 집요한 부정’이다. 외교안보·경제·복지 등 모든 국정분야를 혁신하겠다는 약속으로는 기존 정당과 차별화할 수 없다. 특히 국민의당의 현재 역량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유권자가 국민의당을 선택하면 최소한 ‘구정치’의 균열은 기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구정치’가 비판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혜와 기득권이다.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도 세비를 인상하는 몰염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불안과 갈등을 조장하고도 면책특권 뒤로 숨는 비겁함,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도 불체포특권을 내세우는 파렴치함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국회의원이 누린다는 200여 개의 특혜와 기득권을 완전히 혁파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직을 4년 임기와 각종 특혜가 보장된 임원직이 아니라 기본급에 일한 만큼만 수당을 받는 ‘아르바이트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래서 4년간 수령한 수당만 보면 의정활동의 초라한 성적표가 그대로 드러나 차기 선거에서 재계약은 기대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김영란법에서 누락된 ‘부정청탁방지’ 부분을 부활시켜 사욕이나 표를 위한 부당한 권력행사를 원천차단해야 한다.

둘째, 효용성을 다한 정도가 아니라 사회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된 양당 구조다. 사회는 엄청나게 다양화, 전문화됐지만 여야 두 정당은 구시대적 기준과 당리당략이란 잣대만 들이대는 등 이미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지 오래다. 이런 양당제가 유지돼온 것은 양당제의 경쟁력 때문이 아니다. 현재의 양당 구도가 정착된 데는 1958년 도입된 선거법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1934년 개정된 제국주의 일본의 보통선거법을 모방한 당시 선거법의 핵심은 선거운동 기간과 선거운동원과 선거운동 방법을 제한하는 것이다. 1956년 5월 대선에서 216만 표를 얻은 조봉암 후보가 그해 11월 진보당을 결성하자 이승만 대통령과 야당은 제3세력의 등장에 불편함을 느끼고 신진세력의 정치권 진입을 차단하는 데 합의를 한 것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선거운동에 이 같은 제한을 두는 나라는 없다. 이처럼 선거 룰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선거구 획정을 미뤄 무려 50여 일째 선거구 부재란 불법상황을 방치함으로써 정치 신인들이 제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선거법의 각종 제약을 과감하게 철폐해 정치 신인이 양당체제에 수동적으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국민의당 부진의 또 다른 이유는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수단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1차 관문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다. 정치는 명분이나 주장만으로 할 수는 없다.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다면 목표를 달성할 역량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 단계에서도 새정치라는 명분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 영입 인사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해 ‘잡탕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면 ‘잡탕’을 창의적이고 무한 변주가 가능한 ‘잡종(하이브리드)’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기존 정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 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인사들을 굳이 배척할 이유가 없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실제로 억울한 인사도 적지 않았다. ‘세’가 새정치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세’ 없이는 결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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