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2500만원 격차
금융협의회 TF 만들어 추진
금융노조 “삭감 절대 안 돼”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은 외환위기 후 노동조합을 달래기 위해 금융권이 앞장서 임금 인상을 주도한 결과다. 그러자 강력한 대기업 노조가 따라서 임금을 올렸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대기업엔 구직자가 구름처럼 몰리고 중소기업은 고질적인 인력난에 허덕이는 양극화가 고착된 건 이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이 이런 임금구조에 수술칼을 대기로 했다. 금융권의 과도한 신입사원 초임을 깎되 절감한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자는 얘기다. 장기적으론 대기업으로도 확산시켜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좁히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으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회장 하영구·이하 금융협의회)는 올해 금융 노사 협상을 앞두고 ▶대졸 초임 삭감 ▶호봉제 폐지(성과연봉제 도입) ▶공정한 인사 시스템 구축을 3대 협상 골격으로 정했다.
금융협의회는 조만간 각 은행의 인사노무 담당 임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의제별 실행 계획을 만들 예정이다.
앞서 하영구 회장은 지난달 4일 회원사 대표자회의를 주재한 뒤 “보험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대졸 초임은 다른 업종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며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협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졸 초임 조정 권고문을 정률이 아니라 정액으로 제시한 뒤 나온 첫 적용 사례다.
경총은 지난달 2일 “초임 연봉 3600만원 이상인 기업은 초임을 깎아 그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라”는 임금 가이드라인을 냈다. 경총이 대졸 초임을 정액으로 제시한 건 41년 만에 처음이다. <본지 1월 11일자 12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초임을 함께 조정해야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일 수 있고, 그래야 청년실업 해소와 반퇴 세대의 안정적인 고용 보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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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문호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산업은행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성과연봉제와 신입직원 초임 삭감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4월 7일 임단협 교섭요구 때까지 일절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외국은 기업 규모나 업종별로 신입사원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월 210만~220만원에 초임이 형성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초임 격차는 연간 54만원에 불과했다.
한국은 대·중소기업 간 초임 차이가 1543만원이다. 시중은행과 중소기업은 2500만원 정도 차이 난다. 스웨덴 노총(LO)은 2013년 9월 경총(SAF)과 2014년부터 신입사원 초임을 7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2013년 말 22.6%이던 청년실업률은 2015년 11월 17.5%로 5.2%포인트나 떨어졌다. 유럽연합(EU) 평균보다 2.6%포인트 낮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