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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최인호 유고집 `눈물` 출간

화이트보스 2016. 3. 1. 11:57



지난 9월 세상 떠난 최인호 유고집 `눈물` 출간

"나는 쓰고 싶습니다…이 고통 속에서"
작업실 책 더미서 발견한 미공개 원고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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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사진 제공=여백>
    지난 9월 25일 5년의 기나긴 투병 끝에 최인호(1945~2013)는 홀연히 '별들의 고향'으로 떠났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가는 거의 누구와도 말하지 않으며 침묵 속에서 자신의 책 교정 작업에 매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병에 걸리기 전에 쓴 기존의 책들이 너무나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가 글을 쓰는 성모상이 놓인 책상 위에는 수년 동안 묵주기도를 올릴 때마다 흘린 눈물의 흔적이 포도송이처럼 남아 있었다. 그 작가의 방 책 더미에서 아내는 미공개 원고 200매를 발견했다. 원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사랑하는 벗이여. 이 편지를 받는 그대가 누구인지 아직 저는 모릅니다."

    최인호의 유고집 '눈물'(여백)이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출간됐다. 작가가 벗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내려간 미공개 원고 사이 사이에 짤막한 내레이션을 넣고, 두 손녀를 비롯한 지인들의 추도의 글을 더했다. 책 말미에는 샘터사 고문인 김재순 전 국회의장, 동갑내기 동무 이해인 수녀, 배우 안성기, 이장호 감독, 오정희, 김홍신, 정호승, 김주연, 권영민, 윤후명 작가부터 하성란, 조경란, 김연수 같은 후배들까지 최인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내온 감동의 편지도 실렸다. 그는 누구인지 모를 수신자에게 "내 사랑하는 친구가 되어서 이 편지를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며 가슴속에 묻어둔 일들을 고백한다. 이 담담한 내면의 기록은 고해성사 같기도 하고, 신앙고백 같기도 하다. 헤밍웨이, 괴테, 고흐 같은 예술가들의 삶에 자신의 생을 비춰보기도 한다.

    "자아식, 미쳤군." 소리를 들으면서 천주교 신자가 된 일, 2008년 여름 암을 선고받고 수술을 받은 일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고통의 축제'라고 이름 붙인 치료과정의 고백은 읽기가 버거울 만큼 혹독하다. 가래 때문에 숨을 쉴 수도 잠을 잘 수도 없고, 침이 나오지 않아 먹을 수도 없는 일상. 그러면서도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참을 수 없는 절망감입니다. 하지만 나는 쓰고 싶습니다.
    반드시 이 고통 속에서"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지난 1월 1일 마지막 편지를 남기며 이별을 준비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벗이여.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억지로, 강제로 내 생명을 연장시키려 노력하지 말 것을 부탁합니다."

    공교롭게도 그의 마지막 편지는 1961년 서울고 1년 재학 시절 쓴 시 '휴식'과 맞닿아 있었다. "괴테의 시 문구/ '산봉우리마다 휴식이 있으리라'처럼 나는 조용한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나는 잠을 자지 않노라."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