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식사 후에 항상 마주하는 골치거리, 음식물 쓰레기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골치거리'와 마주합니다. 딸 아이가 먹다 남긴 밥 몇수저, 애매하게 남아있는 반찬들. 먹기엔 좀 그렇고, 버리긴 아까운.. 바로 '남은 음식'들 입니다. 오늘도 식탁 앞에서 고민 하던 주부A씨는 결국 식탁에 남아있는 모든 음식물을 한 곳에 담기 시작합니다. 남은 음식이 '음식물쓰레기'가 되는 순간입니다. 그 담겨진 모양새가 썩 유쾌하진 않습니다.
주부A씨는 모아진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집 앞 음식물 수거장으로 향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을 여는 순간, A씨는 인상을 찡그립니다. 역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은채 겨우겨우 '골치거리'를 던져놓고는 돌아옵니다.
여러분은 모두 A씨와 같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작은 음식물 쓰레기 봉투도 만지기 싫어하는 우리의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자, 그렇다면 생각해보죠. 음식물 쓰레기는 도시 곳곳에서 계속 생겨납니다. 분명 어딘가에선 그 '골치거리'을 처리해야하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 공간은 필요합니다.
그 공간이 내 집 앞이라면, 도시의 모든 음식물 쓰레기가 내 집앞에 모여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내 집 앞에 음식물 처리장, 상상할 수 없는 악취에 고통받는 주민들
충청북도 충주시 달천동에는 충주시의 모든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리장 입구의 좁은 길 건너에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논과 밭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좌측에 위치한 '음식물 쓰레기 장'과 우측의 '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근처에는 상상할 수 없는 악취가 풍기고 있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그 악취의 심각성을 표현하기 위해 20대 남녀 세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에는 총 3명의 실험맨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앞에서 몇번이나 숨쉬기 운동을 할 수 있는지 관찰해 보았습니다.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세 명의 실험맨 모두 10초이상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한 실험맨은 매스꺼움과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실험맨을 비롯한 저희 취재팀 모두 촬영 내내 역한 냄새를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악취속에서 살아가는 달천동 주민들의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있었던 실험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저희 '나비효과'팀은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해보았습니다.
창문을 열고 밥을 먹을수가 없다”며, “10년 전부터 시청에 건의했지만 시청이 해결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와 같은 달천동 주민들의 악취관련 민원이 증가하자, 시청은 피해
주민들에게 에어컨을 제공해 주는 엄청난(?)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달천동 주민의 대부분은 소규모 농사일을 하고 계신 50~70대의 노인분들 입니다. 이분들에게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은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와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가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결국 에어컨은 먼지만 가득한 '새로운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셈입니다.
주민들이 심각한 악취의 댓가로 받은 또 다른 것은, 매년 지급되기로 한 2억원의 주민 발전기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역시 시청의 동의 하에 공적인 기금으로만 사용이 가능하여 주민들의 직접적인 보상이 되어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주민들의 피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달천동에 위치한 공인 중개 사무소장인 박씨는 "이미 지어진 처리장에서 나는 냄새때문에 달천동 땅값이 30% 정도 하락했고 그 주변 토지 매매 건수로 거의 없다" 말하며 악취로 인한 피해사실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특히나 처리장 가까이에 위치한 달천강에서 부는 바람때문에 악취가 주민들의 생활터까지 번져 처리장 근처의 가구 수도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달천동에는 식당 뿐만 아니라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보이는 상가라곤 자동차 정비소나 택배 회사 정도가 전부라 달천동 주민들에게 편의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해결책? 바이오 시설이란 무엇인가?
이에 충주시는 달천동에 친환경 방식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인 '음식물 바이오 자원화 처리 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거 처리장의 악취 원 해결과, 올해부터 발효하는 런던협약으로 인한 음식물쓰레기 해양투기 금지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달천동에 신축될 음식물 처리장(음식물 바이오 자원화 처리 시설)은 이미 부지 공사가 시작되었고,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사업비 128억 5000만원이 소요되고, 1만 5574㎡ 터에 하루 80 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 가스로 변환하는 신기술이 도입됩니다. 이 시설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분해하고, 이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는 인근 하수구에서 슬러지(시멘트의 원료) 건조에 이용하게 됩니다. 분해된 음식물은 탈수를 통해 사료나 비료로 이용하는 이른바, 친환경 시설입니다.
또한 이번 사업은 성공적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으로 손꼽히는 동대문구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하 용두공원)을 벤칭마킹하고 있습니다.
‘용두공원’은 동대문구 구청 바로 앞에 위치한 공원입니다. 이 공원은 겉보기엔 평범한 공원으로 보이나 지하에는 음식물 바이오 자원화 시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동대문구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과 주민 여가공간으로 조성된 용두공원의 모습
5월말 날씨가 따뜻해지니 분수에서 신이 난 아이들과 데이트하는 연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시민 김인혜(34)씨는 “아이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체험관까지 갖춰 교육적으로도 좋은 공원”이라며 “매주말마다 가족들이 산책을 온다”고 했습니다. 주민 혐오시설이 주민 편의시설로 탈바꿈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청의 의견에 따르면 달천동에 신축될 시설은, 기존 시설의 최대 문제점인 '악취'가 거의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바이오 시설 옆에 습지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달천동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할 뿐만 아니라, 주말농장 등의 관광산업으로 이용하여 마을 발전을 위한 시설로 재탄생하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의 계속된 반대, 그이유는?
이처럼 새로 신설되는 '음식물 바이오 자원화 시설'은 그간의 악취로 고통받아온 달천동 주민들에게 좋은 소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바이오 처리장 설립 발표가 난 이후인 3월 6일, 달천동 주민들은 시청앞에서 '음식물 바이오 자원화 처리시설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주로 50~60대로 구성된 시위단의 대부분은 실제 마을에서 악취피해를 받아온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시위에 참여했던 주민 김모씨는 “시위 후에 몇일을 앓아 누웠다”며 당시의 상황을 대변했습니다.
살펴보기 Click ▶ 충주시 음식물 쓰레기 시설 반대 시위 기사
시위단의 모습은 진지하고, 절박해보였습니다.
달천동 주민들이 새로운 시설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청의 이야기 처럼, 보상금을 더 받기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인걸까요?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모르는 이면의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기사2로 이어집니다.
살펴보기 Click ▶ 기사 2로 바로가기
앞서 기사 1에서는 주민들의 피해 정도와, 새로 신설되는 '음식물 바이오 자원화 시설'(이하 바이오 시설)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10년 동안이나 지속된 주민들의 고통과,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시청 사이의 갈등은 생각보다 깊어 보였는데요.
시청에서는 이를 해결하고자 바이오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도 바이오 시설은 친환경적이고, 악취도 덜하고, 마을 발전을 위한 편의시설인 생태공원까지.. 여러모로 피해주민들에게는 좋은 시설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피해 주민들은 바이오 시설 설립에 대한 강한 거부 의사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대체 왜? 주민들은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히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한 퍼포먼스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비효과'팀은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였습니다.
충주시청과 달천동 주민, 지난 10년간의 이야기
처음 저희'나비효과'팀이 취재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충주 시청이었습니다.
당시의 장용선 충주시 환경시설 담당자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사업의 빠른 추진이 필요한 이유는 민원에 있다.'고 말하며, '시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는 늘 음식물 처리장의 악취에 대한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새로운 시설은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살펴보기 Click ▶ 충주시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 '음식물'을 검색한 결과
또한, '바이오 시설은 악취가 거의 나지 않는 친환경적 시설이고, 개발 예정인 생태공원 역시 주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것이다. 주민들의 시위 역시 보상금을 노린 일종의 퍼포먼스다. 충분히 설득이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당시 시청은 예상 계획서만 가지고 있었을 뿐, 바이오 시설을 건설할 시공사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또한 자신감을 비췄던 주민 설득 부분에도, 주민 설득을 위한 공청회나 간담회 역시 예정된 바 없었습니다. 충주시청은 주민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후 저희 '나비효과'팀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하여 음식물 처리장 주변을 찾아갔습니다. 주민과의 인터뷰 도중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 달천 강변에 위치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은 10여 년 전 처음 그곳에 들어섰습니다. 당시 시청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에 대하여 '사료공장'이라며 주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물론 '사료공장'에 대한 보상은 없었습니다. 이후 심각한 악취로 인하여 주민들은 음식물쓰레기처리장임을 알게 되었고, 주민들의 민원과 반발이 계속되자, 시청은 주민들에게 연 2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동의를 얻기 위한 일종의 눈속임이 아니었을까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현 음식물 처리장은 시청 공무원들이 퇴근한 이후인 7시가 넘어서야 가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청 관계자들은 실질적인 악취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잦은 담당자 변경으로 민원에 대한 해결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고, '책임 밀어내기'식의 대처가 주민들의 불만을 가중시켰습니다.
이처럼 지난 10년 동안 주민들은 피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 받지 못하였고, 이는 결국 시청에 대한 적대적인 불신으로 커버리고 말았습니다.
잘못된 시청? 잘못된 주민?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시청과 주민 사이 첨예한 갈등의 실마리를 풀기 위하여, 저희 '나비효과'팀은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충주시 환경운동 연합 대표인 박일선씨를 만나 보았습니다..
충주시 환경운동연합 대표 박일선, 갈등상황에 대해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 때문…
주민들은 십여 년 간 민원을 제기하면서도 전문가에게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시청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 해 전문가의 의견과 중재를 구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이 더 심해졌다.
지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청 측은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환경단체 등 전문가를 통해 주민과의 대화를 시도해야 하며 주민 측은 시청에 적극적으로 요구 사항을 제시하되 적정선에서 타협하려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 관악구청 구로구청 복지 환경국 국장 정경찬씨는 충주의 현 상황에 대하여 박일선씨와 비슷한 입장을 취했으며,
국내사례 중 지속적인 대화와 객관적인 입장을 가진 전문가의 개입으로 상황이 해결된 사례에 대해 언급하여 전문 단체
의 개입을 긍정적으로 추천하였습니다.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하나?
양측의 입장과 객관적인 시선을 통한 검증을 통해 가장 큰 문제는 악취도, 땅값도 아닌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지역 문제, 충주시에서만 일어나는 문제일까요?
나비효과는 다른 지역에서 충주시와 유사한 지역문제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해결 사례를 알아보았습니다.
동대문구 - 꾸준한 대화와 타협, 주변지역 주민지원 조례 제정
비슷한 사례인 동대문 환경 자원센터 시설의 경우 주민들이 반대 운동 본부를 만들 정도로 반발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구청 측에서는 주민설명회 및 대표단 면담 등 꾸준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필요성을 이해시켰고, 폐기물 처리 시설 주변지역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복지 센터를 건립하는 등 주민 대표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에어커튼과 세정제를 이용하여 새로운 기술로 악취를 차단하여 주변 주민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 하였습니다.
수원, 전주·무안 - 지역주민과 함께 나누는 이익
수원시의 연화장은 장례식장 운영권을 지역주민에게 제공하였습니다.
전주시와 무안군의 경우 각각 소각장과 종합 폐기물 처리 시설 건립 중, 인센티브를 걸고 공모로 변경하여 시설유치에 성공시켰습니다.
이 두 사례 모두 다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주민과의 합의를 이뤄낸 경우입니다.
울산 북구, 제천시 -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시설 유치
울산 북구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 유치과정에서의 특징은 독립적 중재자인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여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충주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제천시의 경우 자원 관리 센터 입지 선정 계획 초기부터 주민 참여를 유도하여 심리적 불안을 해소시켜주었다고 합니다.
시민의 참여로써 합의점을 찾아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비효과는 이러한 긍정적인 해결 사례 조사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양측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계획을 집행하는 시청측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충주시가 달천동 주민과 겪고 있는 갈등의 해결책을 위의 긍정적인 사례를 참고하고 충주시만의 방법으로 구현해 낸다면
또 다른 긍정적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주민 측 역시 상한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긍정적인 합의점 도달에 좀 더 빠르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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