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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재정 개편 '뺏고 빼앗기기'는 안된다

화이트보스 2016. 6. 10. 10:59



지방 재정 개편 '뺏고 빼앗기기'는 안된다

  •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 2016.06.10 03:00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행정자치부가 지난 4월 22일의 국가재정전략회의와 5월 23일의 지방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 재정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도가 시·군에 배분해주는 조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재정이 열악한 지방에 유리하도록 배분 기준을 변경하고,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 단체에 조정교부금을 우선 배분하는 특례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군세인 법인 지방소득세의 50%를 공동세(수평적 재정 조정 제도)로 전환해 시·군에 골고루 배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불교부 단체인 수원, 성남, 과천, 화성, 고양, 용인은 이 때문에 세수 약 8000억원 감소가 예상돼 개편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대규모 항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 반면 이번 개편으로 세수가 약간 늘어나는 비수도권의 일부 지방정부가 지지 의견을 발표하면서 지방 대 지방의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내용의 타당성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 세원 빈약으로 재정력이 열악한 지방을 지원해 지방 간 재정력 격차를 없앤다는 행정자치부의 지방 재정 개편 방안이 내용 측면에서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세수를 기준으로 각종 시책 사업을 수립해 추진하는 지자체 여섯 곳 처지에서 보면 당장 재정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강력하게 저항하는 계기가 된다.

지방정부는 예측되는 수입에 맞춰 각종 시책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한다. 지방 재정 개편으로 지방정부의 심각한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면 중앙정부의 법령을 신뢰한 지방정부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은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된다. 지방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시책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면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신뢰 역시 심각한 손상을 받게 되고 주민의 법적 안정성도 침해한다. 그렇게 되면 법치국가의 존립 근거를 허무는 것이 된다.

우리의 지방 재정 제도는, 열심히 절약하고 노력하여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하는 지방정부는 불이익을 받고 반대로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적자가 난 지방정부는 지원을 받는 '교부세의 역설'에 빠져 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미봉적인 재정 대책보다는 국가와 지방 간 업무와 조세를 재배분하고 교부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2008년의 스위스 재정 조정 제도 개혁처럼 적어도 10년 이상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부족한 지방 재정을 보충하고 지방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지방 재정 개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신뢰 관계와 연대를 바탕으로 해야만 추진될 수 있다. 중앙정부는 개편으로 불이익을 보는 지방정부의 처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설득해야 한다. 또한 나눠주는 지방과 받는 지방 간 협력과 연대를 위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지방끼리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제 로섬 게임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지방 간 재정 격차를 없애는 공동세는 지방세 비중을 대폭 확대해서 받는 지방뿐만 아니라 주는 지방도 세수 증대를 가져오는 윈-윈(win-win) 전략을 통해서만 도입할 수 있다. 정부 간 갈등을 조장하는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행자부의 지방 재정 개편 방안은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