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10 03:00

이달 초 르완다 일간지 '더 뉴 타임스'엔 한국 교민 화가 오영숙씨가 수도 키갈리에서 연 개인전 소식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전시가 열린 밀콜린스호텔은 22년 전 100만명이 희생된 인종 학살 당시 후투족 지배인이 투치족 1000여명을 피신시킨 곳이다. 영화 '호텔 르완다'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개막 리셉션에는 문화부·청소년부·통상부 등 주요 부서 장관들이 왔다. 이 전시회는 아프리카에서 한국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아프리카 내 한류 실태를 살펴보니 그 폭이 예상보다 넓고 현지 주민에게 준 영향도 컸다. 유럽에서 한류가 '새로운 문화'이고, 아시아에선 '이웃의 재발견'이라면 아프리카에는 '장르 불문 교과서'쯤 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농촌 '추엔게'의 신작로 말끔히 닦고 제방 단단히 다진 마을 곳곳엔 태극기, 새마을 깃발이 나란히 나부낀다. 벽엔 그라피티처럼 새마을기(旗)가 그려져 있고 주민들은 '새마을'이라고 쓴 조끼를 입고 다닌다. 2011년 우리 정부가 새마을 개발 방식을 전수한 지 4년 만에 가난한 농촌 마을이 생수 팔아 돈 버는 자급 공동체로 바뀌면서 주민들은 '새마을 신도'가 됐다.
이 나라 동쪽 탄자니아엔 '의료·관광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운영하는 차니카 모자보건병원이 지난 4월 착공됐을 때 산모·신생아의 사망률을 낮춰줄 것을 기대한 마을 주민들이 덩실덩실 춤을 췄다. 세계적 관광지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낡은 관광 안내센터도 한국이 새로 짓는다. 사바나의 웅장함에 한국적 건축미를 접목한 디자인으로 후년쯤 선보인다.
짐바브웨 최대 일간지 '더 헤럴드'는 최근 칼럼에서 아프리카의 한국 사랑을 다루며 아프리카연합(AU) 의장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비슷한 시기에 독립했지만 50년간 이뤄낸 성과는 다르다.' 빈곤 탈출이 급선무인 대다수 아프리카 나라에 약소국으로 독립해 전쟁과 정치적 혼돈을 딛고 압축 성장을 이뤄낸 한국만 한 교과서가 없다는 얘기다.
이 나라들도 어느 정도 경제적 성장을 이루면 다음 단계로 정치·사회적 열망이 커질 것이다. 박 대통령이 다녀간 케냐만 해도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고, 콩고민주공화국·모잠비크 등도 정정이 불안하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르완다·탄자니아도 개발 독재에 대해 안팎에서 우려한다. 이 나라들의 민주화에도 성공한 한국 모델은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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