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장들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그러나 실이 엉키고 말았다. 지방자치 발전을 지원하는 행정자치부는 해결을 하기는커녕 더욱 실을 엉키게 만들었다.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부자’ 지자체와 ‘가난한’ 지자체로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듯하다. 문제의 단초는 행자부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행자부의 심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 간의 재정 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으로 추진된 개편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소통하지 않은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은 대단히 거칠고 불합리했다.
수원시의 예를 들자. 정부 개편안이 현실화되면 일반회계 기준으로 시 예산의 13∼14%에 해당하는 연간 1800억 원이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된다. 논밭을 피땀 흘려 일궈 얻은 수확량의 절반을 국가가 농부에게서 일방적으로 빼앗아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자고 하면 쉽게 동의할 수 있을까. 정부안대로 시행하면 경기 고양, 과천, 성남, 수원, 용인, 화성시의 예산은 연간 8260억 원이 일시에 줄어든다. 자기 집 곳간이 털리는데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주인이 어디 있을까.
줄탁동시((초+ㅐ,줄)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달걀 속에 들어있는 병아리와 밖에 있는 어미 닭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중앙과 지방 간의 상생협력과 소통 강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엉켜 있는 실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정부 개편안을 우선 철회하자. 수도권의 도시나 농어촌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없는 살림’인데, 그 안에서 쪼개 쓰라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하자. 행자부는 지방재정과 관련한 충분한 자료를 공개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제3의 기구를 통해 함께 검증하자.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해법도 찾자. 더 나아가 지자체장을 비롯해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방분권형 선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자치제도와 자치재정의 틀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자. 엉켜 있는 실은 풀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