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은 지난해 3969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제주도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관광객 증대가 22개 시·군의 재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광주일보는 2006년 이후 건립·조성한 관광문화시설의 사업비, 운영비, 운영수익, 적자규모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자료가 부실한 일부 시·군의 경우 취재를 통해 자료를 보완했다.
분석결과 22개 시·군 가운데 20개 시·군이 10년간 36개의 관광문화시설을 짓거나 꾸미면서 국비 포함 5462억3000여만원을 투자했다. 화순과 영암만 신규 시설이 없다고 밝혀왔다.
36개 시설 가운데 2015년 수익을 낸 시설은 2012년부터 유료화한 담양 메타세콰이어길(4억원), 순천 드라마촬영장(1억5187만5000원), 순천 국민여가캠핑장(43만2000원) 등 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33개 시설은 모두 수십억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시·군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시설의 지난해 적자 액수만 17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설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은 적자를 낸 곳은 무려 339만418명이 입장한 순천만국가정원이었다. 2015년 순천만국가정원의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인건비 24억7180여만원, 일반운영비 22억2990여만원, 시설유지비 95억2810여만원, 기타 14억6840여만원 등으로 모두 156억9800여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입장수입 46억9160여만원, 보조 및 지원 10억7080여만원, 그 외 수입 16억3150여만원 등 수익은 73억9400여만원에 불과했다. 83억여원 적자다. 다른 시설에 비해 입장수입은 월등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운영에 필요한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신규 수익원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순천시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리는 300억4000만원짜리 장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역시 적자다. 지난해 55만3922명이 찾은 우드랜드는 결산 결과 12억4900여만원을 벌었지만 13억1200여만원을 썼다. 적자 규모는 작지만, 투자액과 방문객 수를 감안할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 ‘고비용’ 36개 시설 가운데 절반인 18곳이 무료입장이었다. 각 시·군은 지역 관광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인근 음식점, 숙박시설 등으로의 유입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료를 하기에 시설 내 콘텐츠가 미흡한데다 입장 실적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진도의 경우 2006년 이후 개관한 ‘신비의 바닷길 체험관(사업비 70억원)’, ‘해양에너지공원(80억원)’, ‘아리랑마을체험관(21억원)’, ‘무형문화재전수관(52억원)’ 등 4개 시설은 입장료가 없어 운영비 5억2539만8000원을 군이 부담했다.
지난 10년간 관광·문화시설에 국비 포함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곳은 순천시로 905억9600만원을 집행했으며, 장흥(628억2425만1000원), 해남(589억7300만원), 완도(512억4400만원), 영광(449억18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들 시·군 관광·문화시설의 적자가 쌓여가면서 신규 예산 및 인력이 투입되지 못하고, 이에 따라 방문객들의 기호, 추세,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콘텐츠 부실, 입장객 감소, 적자 증가 등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21억원짜리 고흥 ‘시호도 원시체험의 섬’의 지난해 입장객은 2081명, 68억원을 들인 보성 ‘판소리성지’의 지난해 입장객은 1880명에 불과했다.
/윤현석기자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