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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언제까지 大選 공약에 목매야 하나

화이트보스 2016. 7. 14. 16:28



지방은 언제까지 大選 공약에 목매야 하나

  • 이정록 전남대 교수

입력 : 2016.07.14 09:11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교수
동남권 신공항 입지 갈등이 봉합되는 국면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천명한 공군기지(K2)와 대구 공항의 통합 이전을 지역사회가 수용하는 듯해서다. 하지만 대구 인근의 신(新)국제공항을 선호했던 대구 주민들은 여전히 아쉬워하는 것 같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요즘 대구는 예전만 못하다. 대구는 1601년(선조 34년) 경상감영이 옮겨오면서 영남의 중핵 도시가 됐다. TK(대구·경북)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을 3명 배출했다. 한때 경북대는 한강 이남에서 최고 대학이었다. 섬유 산업은 한국 경제 기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영남의 중심지 기능을 진즉 부산에 빼앗겼다. 대통령을 여럿 배출했지만 결실은 서울 향우들 차지였다. 대구엔 번듯한 공단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경북대는 부산대에 밀린 지 제법 오래됐다. DJ 대선 공약으로 추진된 섬유 산업 진흥을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는 도움이 못 됐다. 2014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대구가 전국 시·도 17곳 중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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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공항으로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공항은 군(軍)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함으로써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백지화됐던 신공항이 대선 공약으로 기사회생했다. 밀양 신공항은 내륙 도시인 대구의 한계를 보완해 준다. 도심에 있는 K2를 이전시킬 명분도 생긴다. K2 부지를 대구의 '센텀시티'로 만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대구 사람들은 밀양 신공항을 학수고대했던 것이다. 지역 이기심이나 부산에 대한 질투의 발로(發露)가 절대 아니었다. 지역 생존을 위한 피맺힌 절규였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물거품이 됐다. 침체된 도시 경제와 대구 부흥을 위해 신공항을 접을 수 없는 이유였다.

또 다른 이유는 대선 공약이 되면 국책 사업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관심사여서 타당성 조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기본 계획도 수립되고 잘하면 당대에 착공도 이뤄진다. 설령 '공약(空約)'이 돼도 문제 될 게 없다. 다음 대선 후보가 이어받기 때문이다.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 공약으로 시작돼 최근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29년 만에 국책 사업의 길이 열린 동서고속화철도(춘천∼속초)가 좋은 증거다. 그래서 대선 공약의 불패 신화를 아는 대구 사람들이 신공항 무산을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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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1일 오후 경남 밀양시청에서 박일호 밀양시장이 뉴스를 통해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 백지화 발표를 보던 중 자리를 뜨고 있다. /남강호 기자
모든 지방이 똑같다. 신공항에 목맸던 대구를 탓할 수 없다. 대선 공약은 국책 사업으로 가는 '패스포트'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후보들은 지방의 청원·숙원 사업을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논리로 포장해 공약했다. 1987년 대선부터 지금까지 공표한 여야 공약을 모으면 두세 권 분량은 족히 될 것이다. 문제는 대충 만든 출처 불명의 이런저런 대형 공약에 지방 사람들은 목매고 국가 백년대계가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국토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진 국토 종합 계획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국책 사업과 표를 맞바꾸는 방식의 매표(買票) 공약은 사라져야 한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던져주는 선심성 공약에 지방이 끌려다녀선 안 된다. 경제성과 타당성이 낮은 오발탄 공약으로 지방 사람들을 목매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 대선 경쟁이 본격 점화하는 올 하반기엔 그런 공약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젠 그럴 때도 됐다. 지방은 언제까지 대선 공약에 목매야 하는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