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중국 명산,명소,문화를 찾아서

2세기 中 원나라 때 형성… 큰 도너츠 모양 거대한 성채

화이트보스 2016. 8. 12. 11:25



2세기 中 원나라 때 형성… 큰 도너츠 모양 거대한 성채
박하선의 '지구촌 여행' - 객가인(客家人)들의 투로우(土樓)
입력시간 : 2016. 08.11. 00:00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다더니만 참으로 별난 것들이 많다. 특히 중국 대륙은 오랜 역사가 함께 숨쉬는 곳이다 보니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칠 것이 없을 정도다. 그 중의 하나가 푸젠성에 있는 '투로우(土樓)'다.

중국 푸젠성 서부와 남부인 영딩과 난징의 숭산준령에 분포돼 있는 복건투루(福建土樓)는 12세기 무렵인 원나라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서 세계적으로 유일한 산간지대의 대형 투로우 건축이다.

중국 객가인(客家人)들이 몽골군의 억압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와 이룬 주거양식이다. 명나라 초기에 가장 널리 지어졌으며, 건축 모양은 원형, 정방형, 타원형 등 여러 가지로 돼 있다.

객가인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 타향에 사는 사람들이란 말로 삼묘족의 후예다.

'중국의 유태인'이라 불리우며, 전 세계에 수천만명(5000만~8000만)이 흩어져 살고 있다. 대만 인구의 15%가량, 동남아시아 화교의 상당수가 객가인이다.

이들은 머리가 좋고 부지런해서 유태인들과 세계 상권을 쥐고 다툴 만큼 경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사회(중원)속에서 끊임없이 박해를 받아온 소수민족 객가인들은 해외로, 산골로 숨어들었고, 타 민족으로부터 집단 방어하기 위해 토성과 각진 형태의 집단 주거형태를 만들었다. 바로 방어용 주택 투로우인 것이다. 

외부는 두터운 흙으로 만들었고, 내부는 주로 목재를 사용했는데 큰 건물에는 800명까지 거주할 수 있는 거대한 성채다.

그러니까 그 옛날에 사람의 손을 빌어 흙으로 쌓아 만든 집단 거주지인 연립주택 또는 아파트인 셈인데, 보통 3층에서 5층으로 돼 있다.

1층에는 부엌과 식당이 있고, 2층에는 주로 창고, 3층 이상에는 주거 공간이다.

각 투로우로 들어가는 문은 하나 뿐이어서 그야말로 성문인 셈인데, 이 문만 잘 지키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또 층층에 공동 화장실까지 마련되어 있고 마당에는 우물이 있어서 일정 기간은 외부와 단절이 되어도 견딜 수 있게 되어 있다.

지금이야 너무 낡아서 무너진 곳도 있고 비어 있는 공간들이 많지만 아직도 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씨족 회의나 결혼식을 올리면서 가족들을 위한 작은 왕국으로 공동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냉전 시대에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놓고 미국에서 이 투로우의 독특한 건축물이 '핵기지'라고 우겨대고 조사단이 파견되는 등 소란을 떨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하늘에서 보면 큰 도너츠 모양의 집들이 마치 원자로나 미사일 기지로 착각이 들만 했을 것이다. 3000여 개의 크고 작은 투로우가 산재하고 있는데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 중에서 46채가 2008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요즘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작가ㆍ다큐멘터리 전문 시민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