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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은 그만 찾으시길

화이트보스 2016. 8. 12. 16:58



조자룡은 그만 찾으시길

입력 : 2016.08.09 07:42

이진석 경제부 차장
"삼국지에 나오는 조자룡 같은 사람만 찾으려고 하니 인사가 제대로 되겠는가."

얼마 전 점심 자리에서 만난 한 경제 관료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조자룡 타박을 했다. 그는 "조자룡의 이름을 드높인 건 조조의 백만 대군 속으로 뛰어들어 주군인 유비의 아들을 구해온 일"이라며 "조자룡을 높이 치는 건 장수로서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주군에 대한 충성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그해 7월 펴낸 박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는 내게 삼국지를 추천해주셨다. 나는 특히 조자룡이 좋았다. 돌이켜보건대 나의 첫사랑은 조자룡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그가 등장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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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박대통령에게 선물한 조자룡 그림족자. /뉴시스
찾는 김에 박 대통령의 일기를 묶어 23년 전 낸 저서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을 보니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나 원칙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1989년 1월 13일 일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옛날 한 철학자가 진정 인간다운 인간을 찾겠다고 낮에 등불을 밝히고 찾아 돌아다녔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진실하고 슬기로운 인간이란 그렇게도 귀하고 희귀한 것일까.'

'진실한 사람'을 찾아내겠다는 생각,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고 할 만하다. 대통령은 대낮에 등불을 들고 찾아야 하는 사람,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 세상이라는 무대의 중심에 서 있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기대를 거는 것 같다. 내 손으로 흙 속에서 건져내 세상에 등장시킨 인물들이야말로 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찾은 사람들이 대통령에게는 흡족했는지 몰라도 국민의 기대에는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경제 분야가 유독 심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이겨낼 경제 사령탑이 돼야 했을 부총리들은 존재감이 없거나 한눈을 팔았고, 장관들은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4조원이 넘는 분담금을 지불하고 만들어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를 날려버린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광복절 이전에 상당한 폭의 개각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온갖 이야기가 나오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교체 등도 검토되는 모양이다. "사람 안 변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바뀌기를 바라는 건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역할에 맞는 사람, 그 역할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홍기택 전 산은 회장 주변에서는 "착한 사람인데, 감당하지 못할 일을 맡기는 바람에 큰 사고를 쳤다"는 말이 나온다.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 가뜩이나 가마솥더위에 국민 복장 터질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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