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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MI6 주연·美 조연·英공군 협찬 '태영호 망명작전'

화이트보스 2016. 8. 22. 11:24



英MI6 주연·美 조연·英공군 협찬 '태영호 망명작전'

입력 : 2016.08.22 03:05

[英언론 '망명 스토리' 보도]

#1. 두달전 런던의 한 골프장 - 태영호, 英정보원과 첫 접촉 "나도 아내도 평양 가기 싫다"
#2. 6주전 英정보국 사무실 - 英, 급파된 美당국자들과 회의 "망명지 선택 '백지 위임장' 주자"
#3. 지난달 英공군기지 가는 길 - 태영호 아내 "마트 좀 들를게요, 좋아하는 것들 사가고 싶어요"
#4. 英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 - 태영호 가족 4명 공군기 탑승… 전투기 호위… 獨 미군기지로
#5. 짐칸엔 골프클럽·테니스라켓 - 태영호 "英총리께 이 감사편지를" 독일서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타

북한의 태영호 주영 공사 가족이 영국과 미국 정부의 협조 아래 영국 공군기로 독일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고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의 일요판인 '선데이 익스프레스'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일했던 태 공사의 탈북 과정을 상세히 전하면서 "태 공사의 망명은 마치 (영국 스릴러 작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태 공사는 두 달 전 런던 북서부 왓퍼드(Watford)의 한 골프장에서 영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처음 만나,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자금 횡령과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태 공사에 대한 소환 지시가 떨어진 것도 지난 6월이었다.

태 공사는 아내 오혜선씨 역시 평양 복귀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자 망명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씨의 불안감은 최근 평양에서 혁명 1세대 자손들이 잇따라 실각·강등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오씨는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동료였던 오백룡(1911~1984) 전 호위총국장 집안 출신이며,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오철산 형제는 최근 계급·지위가 하락했다.

신문은 영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태 공사가 평양에 돌아가는 것을 포함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망명 결심을 실행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아내와 이런 불안을 공유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는 2주 후에 태 공사가 망명 의사를 밝혀 왔다는 것을 미국 정보 당국에 알렸고, 워싱턴의 소수 고위 관계자들이 즉시 태 공사의 망명을 논의하기 위해 영국으로 날아갔다. 지금으로부터 6주 전인 지난 7월 초순의 일이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중앙검찰소가 태 공사에 대한 수사 시작 결정서를 발급한 시점이 지난달 12일이었다. 이 신문과 중통 보도를 종합하면 태 공사의 망명은 12일을 전후로 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차남 금혁군의 영국인 친구도 가디언에 "7월 중순 금혁의 모든 SNS가 먹통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것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지만, 이후 열흘 만에 서울에서도 '유럽 어느 곳에서 북한 외교관의 망명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영국과 미국 당국은 태 공사에게 망명지를 어디든 선택할 수 있는 '백지 위임장'을 줬지만, 태 공사는 한국을 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태 공사 부부와 열아홉·스물여섯의 두 아들 등 4명은 지난달 어느 평일 오전, 영국·미국의 외교 당국과 정보기관 관계자 7명과 함께 옥스퍼드셔의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에서 30인승 영국 공군 BAe(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146기를 타고 출발했다.

골프를 좋아했던 태 공사는 자신의 골프 클럽을 비행기에 실어 줄 것을 부탁했다. 짐 속에는 영국에 온 뒤에 테니스에 열성적이었던 오씨의 테니스 라켓 세트도 포함돼 있었다. 관계자들은 오씨가 공항으로 가는 길에 대형 마트인 '마크스 앤드 스펜서스(Marks and Spencers)'에 들러달라고 요청했다며 "오씨가 영국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사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태 공사 가족 일행이 탄 이 비행기는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 2대의 호위를 받으며 독일 람슈타인(Ramstein)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태 공사 가족과 런던에서 동행했던 영·미 당국자 일부는 이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영국에서 독일로 향하는 2시간 동안 태 공사의 둘째 아들인 금혁군은 비행기 안에서 한 친구에게 자신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 사정을 설명하는 편지를 썼다. 금혁은 고등학교에서 수재로 통했으며, 다음 달에 런던 임피리얼칼리지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태 공사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에 사인을 한 뒤, 편지를 메이 총리에게 직접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 보도에 대해 "오씨가 망명 직전 마트에 들렀다는 내용 등 일부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지만 태 공사 망명이 영국 당국의 전폭적 지원 아래 이뤄졌다는 전체적인 그림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은 영국 해외정보국 MI6가 태 공사 가족에게 안전 가옥을 제공하는 등 망명 과정을 적극 지원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20일 논평에서 "우리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영국 측에 도주자(태 공사)가 감행한 범죄행위들에 대하여 알려주고 조사를 위해 범죄자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지만 영국 측은 여권도 없는 도주자들을 남조선 괴뢰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줬다"며 영국 당국을 비판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태 공사에게 소환 지시를 내리며 태 공사 가족의 여권을 압수했음을 알 수 있다"며 "북한이 영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구했다는 것으로 보아 영국 당국이 안가(安家) 제공 등을 통해 태 공사 일행의 신병을 보호했다는 보도도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