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 건물의 캡슐 하나가 2014년부터 ‘초인기 숙박시설’로 탈바꿈했다. 캡슐 소유주가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 방을 빌려주겠다고 등록하자 신청자가 몰린 것이다. 숙박료는 하루 1만 엔(약 10만4700원), 가동률 60%만 돼도 연 수입이 216만 엔이다. 기존 임대료 수입(연간 72만 엔)의 3배에 이른다.
숙박공유 서비스가 ‘숨어 있던 경제’(노후 건물)를 실물 경제(인기 숙소)로 바꿔 놓은 셈이다.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가 다양한 아류와 변종을 만들어내며 세계경제 지형까지 바꿔 놓고 있다.
○ ‘소유의 종말, 접근권 시대’의 흐름을 탄 공유경제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00년 발표한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가 아닌 접근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무형의 자원을 가진 개인과 그것이 필요한 개인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해 주는 공유경제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플랫폼인 ‘저스트파크’는 사적 공간을 공적인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다. 약 15만 개의 주차공간이 등록돼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저스트파크에 따르면 런던 번화가에서 개인이 주택 내 주차공간을 대여해 벌어들인 수익은 연평균 3000파운드(약 485만 원)에 이른다. ‘해슬닷컴(hassle.com)’은 청소 전문업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소 전문가를 요청하면 원하는 최적의 청소부를 찾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경쟁사인 독일 업체가 지난해 7월 3200만 파운드(약 536억 원)에 인수했다. 3D프린터용 설계도를 공유하는 ‘셰이프웨이(Shapeway)’도 주목받는 공유경제 모델이다.
○ 선진국 대기업·정부, 공유경제에 적극 동참

프랑스인들은 장거리 여행에는 카풀 중개서비스 앱인 ‘블라블라카(BlaBlaCar)’를 많이 이용한다. 2006년에 설립된 블라블라카는 운전자가 출발지와 도착지를 올리면 일정이 맞는 이들이 비용을 내고 동승한다. 지난해 9월 미국의 3개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1억8000만 유로(약 2303억 원)를 조달하면서 몸값이 15억 달러(약 1조7685억 원)로 뛰었다. 카풀 고객들은 여성 전용, 애완견 동승 등 원하는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

독일은 국민 12%가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공유경제 강국이다. 특히 생활밀착형 공유경제 플랫폼이 큰 인기다. ‘라일라(Leila)’는 전동드릴, 마사지 기계, 보드게임, 외발자전거, 등산용 배낭 등을 공유하는 ‘나눠 쓰는 가게’다. 가장 큰 자동차 공유 기업을 운영하는 곳은 철도청이다. 전체 카셰어링 시장의 31%를 차지한다. BMW와 폴스크바겐도 카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 기업만 살찌운다는 지적도
공유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자 유럽 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공유경제 사업 모델에 대한 복잡한 규제를 풀고 지원을 늘리는 작업에 나섰다. 영국은 40년 만에 숙박 공유기업을 위해 법을 개정하고 런던을 공유경제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지원법도 마련했다.
일부 우버 기사들은 집단소송을 통해 “우버 본사가 요금 방식 등 주요 내용을 모두 결정한다. 우리를 직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