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과 합수(合水) 이뤄야 남북평화 온다”
‘평화 오디세이 2016’에 참가한 대한민국 지성 47인은 지난 8~13일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등 극동 러시아 지역을 답사한 뒤 “주변국과 하나 되는 ‘합수(合水)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아무르 다짐’을 했다. 중국·몽골·러시아 땅을 흐르던 강들이 하나로 모여 ‘평화’라는 뜻의 아무르강을 이루듯 주변국들과의 조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인 남북 통일을 이뤄 나가자는 것이다.
‘평화 오디세이 2016’에 참가한 대한민국 지성 47인은 지난 8~13일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등 극동 러시아 지역을 답사한 뒤 “주변국과 하나 되는 ‘합수(合水)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아무르 다짐’을 했다. 중국·몽골·러시아 땅을 흐르던 강들이 하나로 모여 ‘평화’라는 뜻의 아무르강을 이루듯 주변국들과의 조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인 남북 통일을 이뤄 나가자는 것이다.

‘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들이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현대중공업 하롤 농장을 둘러본 뒤 삼삼오오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부터 여의도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6700만㏊ 규모의 농장에서 옥수수와 밀·귀리 등을 재배해 러시아와 중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해외 식량기지 차원에서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국내 반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5박6일 오디세이 순례 마치며
보수는 극동 합수평화론 외치고
진보는 한국만의 경제 기적 인정
세미나 같은 버스토론·길거리 토크
“깊게 얘기하니 생각하는 시야 비슷
한반도 평화의 길은 대륙에도 있어”
외교관·기업인, 투자 유의점 대화
의원들은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을”
새누리당 출신 전직 국회의장과 경제 관료 출신 보수 인사들이 황석영 작가와 ‘친구’ ‘형제’ 관계를 맺은 것도 화제였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여정 4일째인 11일, 낮 일정을 ‘땡땡이’치고 황석영·이문열 작가와 술집·카페에서 8시간 가까이 토론을 벌였다. 정 전 장관은 “황씨와 얘기를 나눠 보니 많은 부분에서 나와 생각이 똑같더라”고 했다. “내가 ‘나라가 내정·외교 할 것 없이 총체적 위기’라고 하니 황 작가가 ‘근본적으로 동의한다. 당신이 좋다’고 하더라. 나도 그가 맘에 들어 ‘우리 친구 합시다’라고 제의하니 바로 받더라. 조만간 정 전 의장 주재로 저녁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서로 깊이 있게 얘기하면 보수와 진보 세력이 시야가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디세이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고 했다. 정 전 의장, 정 전 장관과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놓고 토론한 이문열 작가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이 작가는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였던 정 전 장관에게 자료를 제공받아 ‘외환위기’(가제)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수리스크·아무르강·하바롭스크로 이어진 일정 내내 버스에서 이어진 열띤 토론도 화제였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참석자 전원이 마이크를 돌려가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많게는 왕복 8시간 넘게 쉼 없이 얘기했다. ‘스쿨버스’ ‘수학여행’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경제·역사 등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얘기는 학술 차원의 세미나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신범식 서울대 교수 등 러시아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현지 역사와 정세는 러시아를 생생히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의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도 “피상적으로만 알아 온 러시아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였다”고 했다.

‘평화 오디세이 2016’은 5박6일 일정 동안 잠시도 쉴 틈이 없는 여정의 연속이었다. 이동 간 버스에서 ‘차중 토론’이 계속됐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올해로 두 번째인 오디세이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토론으로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대북정책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초당적인 원칙에 합의할 때라는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제안을 놓고 벌어진 토론에서는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를 인정하며 같은 점을 추구함)의 정신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박인국 전 유엔대사와 신각수 전 주일대사 등 대부분의 참가자는 “보수·진보가 마음을 열고 토론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원유철·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도 “여야가 당파를 초월한 대북정책 원칙을 수립하는 데 속히 나서야 한다”고 동의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도 “참가자들 면면을 보니 ‘저 사람은 이런 얘기를 하고 이 사람은 저런 얘기를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통일을 놓고 얘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남북 문제나 대륙 진출을 놓고선 이념에 따른 생각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전문가들의 해박한 설명에 이어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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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인프라연구소장은 “막연히 생각해 온 진보·보수 간의 벽이 완전히 무너진 느낌을 받았다”며 “‘남북이 하나 되고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대륙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비전에선 똑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현실주의로 사고하는 전직 외교관들과 한반도 통일을 중심으로 사안을 보는 통일부 관료, 추상적인 틀에서 사고하는 학자들과 상상력이 자유로운 문인들이 한데 어우러졌다”며 “단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통일과 동북아 번영을 위한 복합 구상이 합의될 수 있던 이유”라고 했다. 발해사 전문가인 송기호 서울대 교수도 “발해의 중요성을 놓고선 진보·보수 성향 참가자 사이에 아무 이견이 없더라. 이념을 초월해 숨쉬는 대륙 기마민족의 혼을 실감했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우리 사회가 워낙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보수·진보 간에 의사를 소통하는 창구 하나 없었다”며 “그러나 오디세이에서는 양측의 전문가들이 총망라돼 격의 없는 토론을 벌였다. 그 자체로 한국의 지성사 발전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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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JTBC 특별취재단 단장 : 이하경 논설주간 중앙일보 : 이훈범·김동호·강찬호 논설위원,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영교·서재준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현동 기자 JTBC : 신예리 보도제작국장, 정용환 정치부 차장, 신득수 보도제작국 차장, 김재식·홍승재 영상취재기자, 프리랜서 영상취재 곽민서·전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