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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모'도 나온다는데

화이트보스 2016. 9. 9. 17:27



'반사모'도 나온다는데

    입력 : 2016.09.09 03:19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팬클럽 '반딧불이'가 11월 10일 창립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다. 이 모임 회장은 "전국 조직을 갖춰 (내년 초) 반 총장 귀국 행사를 성대히 열겠다"고 했다. 반 총장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충청권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이런 모임이 여럿이라고 한다.

    정치인 팬클럽은 정치 참여의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은 거의 신(神)처럼 받들고 경쟁하는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댓글을 퍼부어 대는 게 정치 팬클럽의 실상이다. 2000년에 만들어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는 처음에는 노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도전'을 지지·후원한다는 뜻에서 시작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맹목화·폐쇄화의 길을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청와대로 노사모 핵심들을 불러 격려하기까지 했다. 노사모는 마치 홍위병 같은 극성을 부렸다.

    하지만 이런 팬클럽은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우후죽순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박사모'는 전국 연합 조직을 갖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보이는 상대에 대한 적의(敵意)가 노사모 못지않다고 한다. 지난 3일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팬클럽인 '문팬'이 창립대회를 열었고 문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인사말까지 했다. 이 외에 새누리당 김무성,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 대부분이 이런 사조직 성격을 띤 팬클럽을 갖고 있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필수 '무기'처럼 돼 버렸다.

    돌격대와 같은 '~사모'들은 죽고 살기식 증오 정치를 만드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월 말 더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정치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바람에 친노·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조차 "질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표가 문팬 창립대회에서 "선플(착한 댓글) 운동을 하자"고 한 것을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평생 외교관으로 살았고 유엔 수장(首長)에 오른 반 총장 옆에도 이런 팬클럽이 생긴다는 것이다. '반딧불이'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반 총장이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것은 온건 합리적인 성품과 함께 살벌하고 저열한 정치 현장과 거리가 있다는 인식 때 문이기도 하다. 그런 인식을 가진 국민들은 '반사모'와 같은 팬클럽이 등장해 깃발을 흔들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팬클럽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도 여기에 더 기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도 이런 모임들의 퇴행적 행태를 알 만큼 알게 됐다. 이들과 선을 긋는 것이 오히려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물 정보]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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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