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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2 06:21
[한스 모드로 東獨 마지막 총리 방한]
"방북했을 때 비무장지대(DMZ)에 가봤다. 이번에는 남쪽에서 바라보는 셈이다. 남한 사람들이 금강산에 다녀오던 시절이 있었다. 통일이 돼 철조망이 사라지고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방문하고 나도 함께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독일 베를린장벽 붕괴 직후인 1989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독일 공산 정권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스 모드로(Mo drow·88) 독일좌파당 명예고문이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했다. 지난 18일 입국한 그는 외교부·통일부 등을 방문해 통일 방안을 논의하고 21일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했다. 23일 DMZ투어가 기대된다는 모드로 전 총리는 "서독 입장만이 아니라 동독 입장에서도 통일을 연구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하나된 독일 준비·경험한 산증인
"통일 연구할 땐 南北 입장차 고려
이산가족상봉 등 함께할 길 찾아야"
―그게 무슨 뜻인가?
"케이크에 빗대면 조각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는 말이다. 여기 오기 전에 들른 중국에서는 동·서독을 다 경험한 학자들이 동독을 연구하고 있었다."
―북한은 가까스로 생존하고 있다.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상태다.
"북한에 대한 남한의 생각은 옳지 않다. 얼마 전 독일·프랑스가 합작한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다. 아직 여러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기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만 봐도 능력이 있다는 증거다. "
―남쪽으로 핵무기를 쏠지 모른다는 안보 불안이 있다.
"중국인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국은 한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원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유엔이 제재를 가하는 지금 상황을 부담스러워한다."
―방북은 언제였나?
"1984년에 2주간 머무르며 김일성을 만났고 동독이 재건에 도움을 준 함흥에도 갔었다. 주민의 삶이 어려워 보였지만 반란을 일으킬 만큼 불만을 가진 것 같진 않았다. 당시 북한은 동독보다 공산주의적으로 더 이념화돼 있었다."

"남북한이 같이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서로 함께'가 중요하다. 정부뿐 아니라 국민 사이에서도 다시 신뢰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방적이지 않고 함께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이 좋은 예다. 남북한 화가가 베를린에서 공동 전시회를 열 수도 있다."
―베를린장벽 붕괴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당신은 '느린 통일'을 주창했다.
"나는 사회보장이 제대로 안 되면 자유가 있어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느린 통일'은 경제조약을 맺고 교류하며 알아가는 1단계, 공동 외교정책을 펼쳐 외국에 신뢰를 쌓고 민주주의를 배우는 2단계를 거치는 방식이었다. 남북한에도 권하고 싶다."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이 1986년 재선됐을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입맞춤을 했다. 베를린장벽은 그 후 3년 만에 무너졌다.
"독일은 2차 대전을 일으켰고 소련은 공격을 받았다. 2700만명이 죽었다. 그 입맞춤은 상징적인 축하였다. 지금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는 문제가 많다. 메르켈이 푸틴과 키스하는 장면은 볼 수 없을 거다."
―독일 통일 이후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은 무엇인가?
"이산가족이 상봉했다는 점, 부모 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교수 중 동독 출신은 2%밖에 안 된다. 또 동독 출신 젊은이들은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이 20% 정도 적다. 결국 노후에 연금도 적어진다는 뜻이다. 정치가 책임지고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