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26 04:42
['문재인 외교안보 멘토' 이수혁과의 激論… '核무장 과연 가능한가?']
이수혁(68)씨는 문재인 전 대표의 '외교·안보 멘토'다. 공식 직책은 더불어민주당 경제통일위원장. 노무현 정부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 독일대사, 국정원 1차장을 지냈다.
당초 인터뷰할 계획은 없었다. '자위적 핵무장론'에 대한 견해를 참고 삼아 듣기 위해 통화를 했는데, 그는 "핵무장론은 정치 포퓰리즘이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떠드는 것은 국제 현실에 대해 무지하거나 정치적인 선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보 비상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까지 '자위적 핵무장 검토'를 발언했고 국민 여론 조사에서는 65%가 찬성했는데 말이다.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떠드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가능한 것을 대안이라고 해야지, 핵무장은 불가능한 것이다. 마치 팔다리를 잃은 사람에게 언덕 너머 무지개를 따오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의 단호한 반응으로 30여분간의 통화는 논쟁이 됐다. 며칠 뒤 우리는 만나서 정식 대담을 했다.
당초 인터뷰할 계획은 없었다. '자위적 핵무장론'에 대한 견해를 참고 삼아 듣기 위해 통화를 했는데, 그는 "핵무장론은 정치 포퓰리즘이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떠드는 것은 국제 현실에 대해 무지하거나 정치적인 선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보 비상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까지 '자위적 핵무장 검토'를 발언했고 국민 여론 조사에서는 65%가 찬성했는데 말이다.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떠드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가능한 것을 대안이라고 해야지, 핵무장은 불가능한 것이다. 마치 팔다리를 잃은 사람에게 언덕 너머 무지개를 따오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의 단호한 반응으로 30여분간의 통화는 논쟁이 됐다. 며칠 뒤 우리는 만나서 정식 대담을 했다.

레이저 이용한 신기술로
이수혁 위원장
농축우라늄 0.2g 추출…
盧 정부 때 그 사실 드러나…
유엔 안보리 회부 위기 처해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핵무장 단계별 각본 짜봤다
북한처럼 몰래 준비한 뒤
NPT 탈퇴 선언할 것인지…
―핵무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결단할 수 있지 않은가?
"핵무장을 할 수 있으면 좋지. 그러나 우리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핵무장하면 일본과 대만이 핵무장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붕괴된다. 한국 때문에 국제 질서가 그렇게 되는 걸 좌시하겠나."
―NPT에는 '최고 국가이익(supreme interests)을 위태롭게 하는 특수 상황 시 탈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 않은가?
"북한이 1993년 NPT를 처음 탈퇴하겠다고 했을 때 바로 그런 논리를 폈다.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과 군사기지를 들여다보겠다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로 심각하게 위협받는 안보 상황에서 주권과 생존권을 위해 탈퇴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2003년 NPT를 탈퇴했지 않나?
"국제사회는 이런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은 석 달 뒤 탈퇴 보류를 했다가, 소위 '제2차 북핵 문제'가 터진 2003년에 탈퇴했다. 이때부터 유엔 안보리는 북한 제재에 들어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입장은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생존권 논리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고? 우리의 핵개발만 예외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우리에게 그런 외교 역량이 있다면 진즉에 중국을 잘 설득해 북한을 압박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우리의 독자적 기술로는 핵무기 개발이 어렵다고 보는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핵무기 제조 기술은 더 이상 국제 비밀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원자력연구소에서 농축우라늄 0.2g을 추출한 적 있었다. 레이저를 이용한 신기술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IAEA의 사찰로 그 사실이 드러났다. 유엔 안보리에 우리나라를 회부하겠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
―어떤 식으로 매듭됐나?
"내가 6자회담 수석대표를 할 때였다.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핵 문제가 터진 것이다. 우리가 코너에 몰렸다.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실수로 그렇게 됐다'고 설득해 안보리의 제재는 받지 않았다. 한낱 0.2g에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핵무장이 어떻게 현실적이겠나."
―국제사회에서의 불이익과 경제 제재를 감수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면 왜 못하겠나?
"너무 이상적으로 얘기하면 답답하다. 나는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핵무장 방법론'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면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북한처럼 몰래 준비를 한 뒤 NPT 탈퇴 선언을 할지, 아니면 탈퇴 선언을 한 뒤 핵실험에 들어갈지 단계별 각본을 짜본 거다. 그 어느 쪽도 초입 단계에서 불가능했다."
―상황에 처하면 방법은 나오게 마련이다. 준비를 한 뒤에 NPT 탈퇴 선언을 한다면?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큰 규모의 핵시설과 핵물질의 확보가 관건이다. 이게 IAEA의 사찰을 피할 수가 없다."
―NPT 탈퇴 선언과 함께 IAEA의 사찰을 거부한 뒤 핵개발에 착수하면?
"NPT를 탈퇴해도 평화적 이용을 위한 원전(原電) 시설과 기술을 핵무기 개발에는 쓸 수 없는 조항을 뒀다. 우리가 핵물질이나 핵 관련 시설을 수입할 수도 없다. 기존의 원전 시설까지 가동 못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은 무엇인가?
"이들 국가는 당초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무마됐다. NPT 체제에 속한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탈퇴하는 순간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자동 회부된다. 한·미 안보동맹도 근본에서 흔들릴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것도 반대하는가?
"이는 한미(韓美)가 합의하면 된다. 국제법적 제약이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원해도 미국의 핵 정책으로 어렵다. 이미 미국 측은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통보해왔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도 미국을 설득 못하는데 핵무장이 어떻게 가능하겠나. '핵확산 억제'의 국제 질서에서 우리 위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우리 안에서 '자위적 핵무장론'이 확산되면, 미국은 우리를 안심시킬 대안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을까?
"미국은 '핵 확산 억제' 정책으로 1992년 나토(NATO)와 한반도를 비롯해 미국 영토 밖에 있는 모든 전술핵무기에 대한 철수를 완료했다. 한국에 전술핵을 다시 배치하려면 미국의 핵무기 정책의 유일한 예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핵무장 의지는 중국 등에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하는 카드도 될 수 있지 않겠나?
"우리가 핵무장을 할 수 없다는 걸 아는데 협상 카드가 안 된다."
―어쨌든 보수 진영에서는 미 전술핵 재배치와 자위적 핵무장론을 내놓았다. 진보 진영의 해답은 무엇인가?
"보수 정권 9년 동안 답이 없게 만들었다."
"핵무장을 할 수 있으면 좋지. 그러나 우리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핵무장하면 일본과 대만이 핵무장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붕괴된다. 한국 때문에 국제 질서가 그렇게 되는 걸 좌시하겠나."
―NPT에는 '최고 국가이익(supreme interests)을 위태롭게 하는 특수 상황 시 탈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 않은가?
"북한이 1993년 NPT를 처음 탈퇴하겠다고 했을 때 바로 그런 논리를 폈다.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과 군사기지를 들여다보겠다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로 심각하게 위협받는 안보 상황에서 주권과 생존권을 위해 탈퇴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2003년 NPT를 탈퇴했지 않나?
"국제사회는 이런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은 석 달 뒤 탈퇴 보류를 했다가, 소위 '제2차 북핵 문제'가 터진 2003년에 탈퇴했다. 이때부터 유엔 안보리는 북한 제재에 들어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입장은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생존권 논리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고? 우리의 핵개발만 예외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우리에게 그런 외교 역량이 있다면 진즉에 중국을 잘 설득해 북한을 압박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우리의 독자적 기술로는 핵무기 개발이 어렵다고 보는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핵무기 제조 기술은 더 이상 국제 비밀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원자력연구소에서 농축우라늄 0.2g을 추출한 적 있었다. 레이저를 이용한 신기술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IAEA의 사찰로 그 사실이 드러났다. 유엔 안보리에 우리나라를 회부하겠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
―어떤 식으로 매듭됐나?
"내가 6자회담 수석대표를 할 때였다.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핵 문제가 터진 것이다. 우리가 코너에 몰렸다.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실수로 그렇게 됐다'고 설득해 안보리의 제재는 받지 않았다. 한낱 0.2g에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핵무장이 어떻게 현실적이겠나."
―국제사회에서의 불이익과 경제 제재를 감수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면 왜 못하겠나?
"너무 이상적으로 얘기하면 답답하다. 나는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핵무장 방법론'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면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 북한처럼 몰래 준비를 한 뒤 NPT 탈퇴 선언을 할지, 아니면 탈퇴 선언을 한 뒤 핵실험에 들어갈지 단계별 각본을 짜본 거다. 그 어느 쪽도 초입 단계에서 불가능했다."
―상황에 처하면 방법은 나오게 마련이다. 준비를 한 뒤에 NPT 탈퇴 선언을 한다면?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큰 규모의 핵시설과 핵물질의 확보가 관건이다. 이게 IAEA의 사찰을 피할 수가 없다."
―NPT 탈퇴 선언과 함께 IAEA의 사찰을 거부한 뒤 핵개발에 착수하면?
"NPT를 탈퇴해도 평화적 이용을 위한 원전(原電) 시설과 기술을 핵무기 개발에는 쓸 수 없는 조항을 뒀다. 우리가 핵물질이나 핵 관련 시설을 수입할 수도 없다. 기존의 원전 시설까지 가동 못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은 무엇인가?
"이들 국가는 당초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무마됐다. NPT 체제에 속한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탈퇴하는 순간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자동 회부된다. 한·미 안보동맹도 근본에서 흔들릴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것도 반대하는가?
"이는 한미(韓美)가 합의하면 된다. 국제법적 제약이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원해도 미국의 핵 정책으로 어렵다. 이미 미국 측은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통보해왔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도 미국을 설득 못하는데 핵무장이 어떻게 가능하겠나. '핵확산 억제'의 국제 질서에서 우리 위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우리 안에서 '자위적 핵무장론'이 확산되면, 미국은 우리를 안심시킬 대안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을까?
"미국은 '핵 확산 억제' 정책으로 1992년 나토(NATO)와 한반도를 비롯해 미국 영토 밖에 있는 모든 전술핵무기에 대한 철수를 완료했다. 한국에 전술핵을 다시 배치하려면 미국의 핵무기 정책의 유일한 예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핵무장 의지는 중국 등에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하는 카드도 될 수 있지 않겠나?
"우리가 핵무장을 할 수 없다는 걸 아는데 협상 카드가 안 된다."
―어쨌든 보수 진영에서는 미 전술핵 재배치와 자위적 핵무장론을 내놓았다. 진보 진영의 해답은 무엇인가?
"보수 정권 9년 동안 답이 없게 만들었다."
―보수 정권의 책임을 묻는가? 지금 와서 이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지만, 북핵 문제는 진보 정권에서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북한에 얼마나 돈을 댔는지까지 계산하고 있다.
"4억5000만달러? 최초 핵실험을 막지 못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책임? 이들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대북(對北) 압박만 밀어붙인 보수 정권에서 북핵은 소형화, 경량화, 규격화, 표준화에 성공했다. 이번 5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4차 때의 두 배다. SLBM(잠수함탄도미사일) 성공까지 이르렀다. 지난 9년의 대북 압박 노력은 실패했다. 다른 방법이 없다. 국제 협조를 얻는 외교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핵 보유의 현실을 인정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 것이다."
―진보 정권에서 이미 실패한 대북정책을 되돌리려는 것인가? 미국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그동안의 협상은 북한에 인센티브만 주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협상해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그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협상을 벌여야 한다. 지금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만약 도발하면 지구 상에서 평양을 사라지게 하겠다'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은 안 된다. 이는 핵전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한반도가 핵 전장(戰場)이 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오죽 밀리면 이런 말까지 했을까 싶지만, 국가책임자로서 할 말은 아니다."
―'공포(恐怖)의 균형'으로, 핵무기 사용의 유혹을 꺾는 것은 결국 핵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핵무장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강 대(對) 강'으로 나가면 기분은 좋겠지만 해법은 아니다."
―핵무기를 휘두르겠다는 북한의 요구에 맞춰 끌려가는 게 평화인가? 우리 국민은 그런 굴욕적 평화는 원치 않을 것이다.
"국내 형법에도 '자위권'을 엄격하게 규정한다. 폭력의 에스컬레이터가 안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 북핵 불안감은 커졌다. 현 상황의 타개없이 계속 갈 수는 없다.
"우리가 '언더독(underdog·약자)'이다. 이런 상황이면 통일도 안 되고, 대응 수단을 만드는 게 백 번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핵무장을 할 방법이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언제든지 사용하겠지만, 그렇게 못 하도록 관리할 시간은 아직 있다. 정책의 초점을 여기에 맞춰야 한다."
―평화를 유지하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전쟁이 터지면 과연 우리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한판 붙자고 큰소리치는 이들은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우리의 안보 전략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핵을 가진 쪽과의 협상에서 안 가진 쪽은 끌려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협상이 되겠는가?
"남북한만의 협상이 아닌 국제사회의 틀에서 협상을 하는 것이다. 미국과 국제 질서가 북핵을 막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생존 문제를 미국의 손에 맡기자는 건가?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한·미 동맹에 매달려온 보수 진영은 이제 와서 미국을 못 믿겠다는 건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이렇게 시위하는 것은 미국에 자신의 체제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소위 '인정(認定) 투쟁'이다. 특히 젊은 나이에 권력을 쥔 김정은에게 인정받고 싶은 대상은 미국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 북핵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수교를 맺는 것뿐이다."
―그게 답이라면 왜 그동안 진전이 없었나?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는 미국은 수교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우선 따진다. 우리가 보기에는 급선무인 '북핵 폐기' 조건으로 수교를 맺으면서 인권 문제를 풀어갔으면 했다. 물론 북한이 쉽게 핵 폐기 제안을 받을 리 없었겠지만, 미국은 '인권 우선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6자 회담 대표를 할 때도 이 부분에서 막혔다."
―앞서 한·미 동맹을 중시하면서 사드 배치에는 왜 반대했나? 문재인 전 대표의 '사드 배치 재검토'에 조언을 한 걸로 아는데.
"그렇게 조언한 것은 북핵 해결에서 중국의 전략적 역할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국익 문제를 좀 더 신중하게 따져보라는 것이었다. 그 뒤 북한의 SLBM과 핵실험은 이런 반대 명분을 약화시켰다."
서로 일치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의견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4억5000만달러? 최초 핵실험을 막지 못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책임? 이들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대북(對北) 압박만 밀어붙인 보수 정권에서 북핵은 소형화, 경량화, 규격화, 표준화에 성공했다. 이번 5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4차 때의 두 배다. SLBM(잠수함탄도미사일) 성공까지 이르렀다. 지난 9년의 대북 압박 노력은 실패했다. 다른 방법이 없다. 국제 협조를 얻는 외교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핵 보유의 현실을 인정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 것이다."
―진보 정권에서 이미 실패한 대북정책을 되돌리려는 것인가? 미국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그동안의 협상은 북한에 인센티브만 주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협상해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그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협상을 벌여야 한다. 지금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만약 도발하면 지구 상에서 평양을 사라지게 하겠다'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은 안 된다. 이는 핵전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한반도가 핵 전장(戰場)이 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오죽 밀리면 이런 말까지 했을까 싶지만, 국가책임자로서 할 말은 아니다."
―'공포(恐怖)의 균형'으로, 핵무기 사용의 유혹을 꺾는 것은 결국 핵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핵무장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강 대(對) 강'으로 나가면 기분은 좋겠지만 해법은 아니다."
―핵무기를 휘두르겠다는 북한의 요구에 맞춰 끌려가는 게 평화인가? 우리 국민은 그런 굴욕적 평화는 원치 않을 것이다.
"국내 형법에도 '자위권'을 엄격하게 규정한다. 폭력의 에스컬레이터가 안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 북핵 불안감은 커졌다. 현 상황의 타개없이 계속 갈 수는 없다.
"우리가 '언더독(underdog·약자)'이다. 이런 상황이면 통일도 안 되고, 대응 수단을 만드는 게 백 번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핵무장을 할 방법이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언제든지 사용하겠지만, 그렇게 못 하도록 관리할 시간은 아직 있다. 정책의 초점을 여기에 맞춰야 한다."
―평화를 유지하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전쟁이 터지면 과연 우리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한판 붙자고 큰소리치는 이들은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우리의 안보 전략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핵을 가진 쪽과의 협상에서 안 가진 쪽은 끌려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협상이 되겠는가?
"남북한만의 협상이 아닌 국제사회의 틀에서 협상을 하는 것이다. 미국과 국제 질서가 북핵을 막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생존 문제를 미국의 손에 맡기자는 건가?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한·미 동맹에 매달려온 보수 진영은 이제 와서 미국을 못 믿겠다는 건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이렇게 시위하는 것은 미국에 자신의 체제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소위 '인정(認定) 투쟁'이다. 특히 젊은 나이에 권력을 쥔 김정은에게 인정받고 싶은 대상은 미국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 북핵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수교를 맺는 것뿐이다."
―그게 답이라면 왜 그동안 진전이 없었나?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는 미국은 수교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우선 따진다. 우리가 보기에는 급선무인 '북핵 폐기' 조건으로 수교를 맺으면서 인권 문제를 풀어갔으면 했다. 물론 북한이 쉽게 핵 폐기 제안을 받을 리 없었겠지만, 미국은 '인권 우선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6자 회담 대표를 할 때도 이 부분에서 막혔다."
―앞서 한·미 동맹을 중시하면서 사드 배치에는 왜 반대했나? 문재인 전 대표의 '사드 배치 재검토'에 조언을 한 걸로 아는데.
"그렇게 조언한 것은 북핵 해결에서 중국의 전략적 역할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국익 문제를 좀 더 신중하게 따져보라는 것이었다. 그 뒤 북한의 SLBM과 핵실험은 이런 반대 명분을 약화시켰다."
서로 일치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의견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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