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량 응징 보복과
미국 선제·예방 타격은 전쟁상태
평화적 분단 관리가 필수적
핵추진 잠수함은 싸고 효율적
연료는 국제시장서 조달 가능
군 수뇌부·외교라인 당당해져야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미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도 한반도의 안보 위기에 편승했다. 그는 19일 후버연구소에서 “주한미군은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의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트 투나잇”은 지금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를 갖추고 있으라는 명령이다.
전 미군 합참의장 마이클 멀린은 미국 외교협의회(CFR) 토론에서 북한 선제 타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고 미국을 위협하면 자위적 차원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멀린이 말하는 것은 선제(preemptive) 타격이라기보다 예방(preventive) 타격에 가깝다. 예방 타격은 당장 공격이 입박했다는 징후가 없어도 예견되는 미래의 어느 시기에 공격할 가능성이 보이면 예방조치로 적을 먼저 공격한다는 개념이다. 괌에서 김정은이 무서워하는 B-1B와 B-52가 한반도로 발진한 것도 여차하면 예방 타격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김정은의 도발 의지를 꺾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의 대량 응징 보복 전략, 미국의 선제·예방 타격은 모두 전쟁상태를 의미한다. 북한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이미 일어났거나 한미연합군 측의 선제·예방 공격으로 전쟁이 촉발된 상황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각종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히로시마급(15kt) 핵폭탄이 서울 도심에 떨어질 경우 40만 명이 바로 죽고 22만 명이 시차를 두고 죽는다. 핵폭탄 착탄 순간의 지표 온도는 4000도나 된다. 남한 북반부의 어떤 생명체가 그런 살인적인 고열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그래서 전쟁 방지가 지상명령이다. 그래서 평화적 분단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압박과 대화의 투 트랙 정책으로 가야 한다. 북한의 도발이 북한의 자멸행위가 되듯 우리의 선제·예방 공격은 우리의 자살행위다. 김정은이 도발의 엄두를 내지 못하게 강력한 공세적 억지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억지력은 미국만이 갖고 있다. 한국의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는 2023~2025년에나 완성된다. 그 사이에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무장하고 지금의 디젤 잠수함을 핵추진 잠수함으로 교체할 것이다. 우리의 전략구도에 치명적인 구멍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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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KAMD·킬체인을 믿을 수 없다. 앞으로 5~10년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전략 억지력에 의존하면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서둘러야 한다. 2030년까지 건조한다는 9척의 디젤 잠수함은 대폭 줄이는 것이 좋다. 일반적 오해와 달리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가 아니다. 핵잠수함 건조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있다. 첫째 경비다. 그러나 3000t급 디젤 잠수함 9척에는 7조2000억원이 드는 데 반해 원자력추진 잠수함 1척에는 1조5000억원, 4척이면 6조원이다. 수에 비해 싸고 효율적이다. 둘째 미국의 반대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이 이양하는 핵물질 사용에 미국의 동의를 받으라고 돼 있다. 우라늄 농축은 20%를 넘지 못한다. 20% 미만은 핵잠수함에 맞는 농축도다. 우리에게는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 조선 기술과 거기에 들어갈 원자로 만드는 기술이 축적돼 있다. 원자로 연료로 쓸 20% 미만의 농축우라늄은 자유롭게 거래되는 국제시장에서 조달하면 된다.
미국이 반대하면 이렇게 응수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를 보라. 자위를 위해 핵추진 잠수함을 가져야겠다. 우리가 핵잠수함을 갖는 데 반대하려거든 핵탄두로 무장한 핵잠수함을 동해에 배치해 북한의 목덜미를 노려라. 그들의 핵잠수함에 우리 잠수함 승조원을 동승시켜 전략과 정보를 공유하자.” 당당하게 말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군 수뇌들이여, 외교라인의 엘리트들이여, 그대들은 미 군산 복합체와 미군 수뇌부와 국무부의 ‘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졸’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